최근 대전의 도시 캐릭터 ‘꿈돌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3년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로 탄생했던 꿈돌이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단순히 과거의 추억 속 캐릭터로 남지 않고, 꿈돌이택시와 굿즈, 팝업스토어, 스포츠 협업, SNS 콘텐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생명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린이 안전용 호신경보기까지 꿈돌이 캐릭터로 제작되며 도시의 일상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꿈돌이의 성공이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전은 꿈돌이를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 시민의 경험과 연결시키며 하나의 도시 브랜드 자산으로 발전시켜 왔다. 사람들은 더 이상 꿈돌이를 단순한 마스코트로 기억하지 않는다. 꿈돌이는 이제 대전을 상징하는 감정적 경험이자 콘텐츠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식품업계의 장수 브랜드인 오뚜기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뚜기는 수십 년간 사용해온 상징적인 로고와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최근에는 캐릭터와 굿즈, SNS 콘텐츠, 팝업스토어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즉 오래된 브랜드 자산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춰 표현 방식과 경험 요소를 새롭게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꿈돌이와 오뚜기 모두 기존의 역사와 상징성은 유지하되, 소비자와 연결되는 방식은 훨씬 젊고 감각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기억하고 경험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왜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산업 가운데 하나인 농업 분야에는 이처럼 오랫동안 사랑받고 기억되는 대표 캐릭터와 브랜드가 드문 것일까.
먹는 것은 인간의 의식주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영역이다. 농산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삶이 함께 담긴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산물 브랜드는 여전히 ‘좋은 품질’, ‘청정지역’, ‘신선함’ 같은 기능적 가치 전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고 세대와 시간을 넘어 기억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만 구매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와 경험, 감성과 철학까지 함께 소비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브랜드와의 정서적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국 농산물 역시 단순한 생산물을 넘어 콘텐츠와 경험, 캐릭터와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로 진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주시의 ‘대왕님표 여주쌀’은 주목해 볼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왕님표 여주쌀은 세종대왕 이미지를 활용한 상징적 로고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지역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강력한 역사적 자산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순히 로고에 머무르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채로운 캐릭터와 콘텐츠 개발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와 젊은 세대가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캐릭터 세계관과 굿즈, 디지털 콘텐츠, 체험형 프로그램 등이 함께 구축된다면 브랜드는 훨씬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농산물 브랜드 역시 이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알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기억하는 브랜드로 변화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미래 농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느냐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와 얼마나 깊이 연결되고, 브랜드의 가치와 문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꿈돌이와 오뚜기가 보여준 지속적인 브랜딩과 콘텐츠 확장의 흐름은 앞으로 대한민국 농산물 브랜드가 참고해 볼 만한 매우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 농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새로운 상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농업의 꿈돌이’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김대영 동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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