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고] 선진국 韓, 과학기술정책 심화·확대 그리고 균형

그리고 미래는 AI 중심으로 폭발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에 제59회 '과학이 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선진국을 영위하면서 AI 문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가...

[기고] 선진국 韓, 과학기술정책 심화·확대 그리고 균형

글: 노환진 전 UST 교수

Ⅰ. 서론

2021.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인정받을 때만 해도 별로 실감나지 않았는데, 반도체·조선·자동차·배터리의 산업경쟁력이 세계적 두각을 나타내더니, 한류 열풍이 거세지고, 방산제품들이 미국·독일의 품질을 앞지르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선진국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뿌듯함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국가적 위상은 일시적인가?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든다.

선진국이라면 삶의 질, 사회적 신뢰, 글로벌 경영이라는 3개 키워드로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는 AI 중심으로 폭발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에 제59회 '과학이 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선진국의 지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과학기술정책이 어떻게 가야할지를 생각해 보자.

Ⅱ. 우리 과학기술정책 환경

먼저 우리 과학기술정책환경을 짚어 보자. 그동안 우리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정부주도의 국가발전 형태를 유지해 왔다. 여기서 파생된 문제점은 각 부처의 업무가 예산편성권을 통해 강력히 통제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예산확보를 위해 정력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있다. 연구자는 연구비가 확보되면 이제 시작인데, 벌써 지쳐버린다.

정부부처는 국책연(우리는 출연연)을 보유하면서 전문적 업무를 지원받음으로써 정책의 품질을 높여야 하는데, 우리는 과기부가 모든 출연연을 관할하고 있으니, 출연연에 대한 '지원'과 '활용'에 미스매치가 있다. 각 부처들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R&D 예산을 확보하지만, 산하에 출연연이 없으니, 전문기관을 설립하여 'R&D 정책기획과 Funding'을 맡기고 있다. 즉, 우리는 'R&D 정책기획기능'과 'R&D 수행기능'이 분리되어 있다. 선진국의 국책연은 이 두 기능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자율적으로 국가에 필요한 '큰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우리 출연연은 그러하지 못하다. 몇 년 전, 해양과기원, 항우연, 천문연은 관련부처 산하로 이적하였는데, 연구현장을 보면, 출연연들은 과기부 산하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구원들은 '관료주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출연연에 대해 30년 전부터 PBS를 시행해 왔다. 15년 전에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대학들의 재정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기초연구비 예산을 크게 확대하고, 대학에 대한 지원에 관대해졌다. 결과적으로 "대학은 경쟁을 통해 연구비를 확보하고, 국책연(우리는 출연연)은 경쟁없이 연구비를 지원받는다”는 원칙이 무너지고, 대학과 출연연이 비슷한 스펙트럼에서 연구를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PBS 폐지'는 곧 이 부분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림에서 노랑색은 미국 DOE의 National Lab(NL)의 연구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미국대학은 기초연구에 중점을 두고, NL(국책연)은 개발을 지나 시험평가(System Testing)와 입증(Demonstration)에 집중하고 있다. 출연연도 이래야 한다.

미국 DOE 국가연구소의 연구스펙트럼.[자료= 노환진 전 UST 교수]

우리는 아직도 세계랭킹 10위권 대학을 만들지 못하였다. 출연연은 인력관리 수준이 낮아서, 우수 연구자를 국내에 유치할 그릇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돈'으로 유치하겠다고 하지만, 연구원들은 실적과 명예를 보고 움직인다. 'WCU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이러한 정책환경 속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저출산, 고령화, 일자리, 양극화, 에너지, 탄소중립, 국론분열 등)은 너무나 많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는 이익집단들의 의견이 너무 강해서, 뻔히 보이는 사회적 목표에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다.

Ⅲ.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소개되어 있다. 과학기술정책에 직결되는 국정과제는 「국정목표 :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에 나오는데, 추진전략으로 총 29개 국정과제가 제시되어 있다. 각 국정과제는 세부내용이 1페이지씩 설명되어 있고 주무부처도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정책의 실행계획은 과기부의 「2026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볼 수 있다.

사실, 정권이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과학기술정책을 평가하고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중요한 점은 지적하고 그 정책적 의미를 공유하고 싶다.

국정과제 26번 「과학기술 5대 강국 실현을 위한 시스템 혁신」을 보자. '국가혁신시스템(NIS)의 혁신'은 과학기술정책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룰 주제인데, 과거 정권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과제이다. NIS를 이렇게 만든 주체가 바로 정부이다 보니, 가끔 정치권에서 문제점을 지적해도 정부는 얼버무리고 지나가려 했던 주제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국정과제로 선정했다는 점이 반갑고 고맙다.

여기에는 연구생태계 복원, 연구전념 환경조성도 나오고, 출연연의 30년 간의 염원이었던 'PBS의 단계적 폐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PBS를 즉각 폐지하지 않고 5년에 걸쳐 폐지하는 것은 정권 바뀌면 원위치하려는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출연연을 중장기·임무중심형 연구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안심을 준다. 제대로 된 정책방향이라고 본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과학기술부총리제'를 도입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여기에는 깊은 뜻이 들어있다. 지금까지 과기부는 연구개발로 얻은 기술로써 많은 것을 해결하겠다는 'Technology Push형 정책'을 주도했는데, 이제부터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을 얻기 위한 'Demand Pull형 정책'을 시도하려 한다.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단추가 바로 '과학기술관계 장관회의'의 설치이다. 선진국형 과학기술정책의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부응하여, 과기부는 '부처 간 경계없는 R&D 성과확산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K-문샷'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난치병 정복, 청정에너지 확보, 가사 돌봄 로봇 보급 등 야심찬 시도가 계획되어 있는데, 정말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도 있다. 5년 내에 어디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 정권 바뀌면 계획이 백지화되지는 않을까? 심지어 정책의 선후가 잘못된 부분도 보인다.

연구중심대학정책 없이 대학에 투자를 확대하면, 모순이 고착화 된다.

연구중심대학은 글로벌 연구네트워크에서 노드역할을 하면서 국내 연구생태계에서 허브역할을 한다. 2008년 세계대학랭킹이 나오고 나서부터 우수 인력들은 랭킹을 따라 이동하므로, 연구중심대학은 국가발전에 직접 영향을 주게 되었다. 미국 연구대학의 영향력을 보고서, 일본, 유럽은 연구중심대학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10년 전에 착수하였다. 연구중심대학은 세부전공이 동일한 교수를 여러 명씩 임용하여 학과를 대형화하고, 동료평가가 가능하게 하며, 풀타임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배치된 부설연구소를 여럿 보유하므로 예산(인건비) 소요가 크다.

우리의 KAIST 정책은 너무 희석되었고, BK21사업은 연구중심대학과 거리가 멀다. 국가가 연구중심대학을 지정하고, 파격지원을 통해, 조속히 세계 10위권 대학을 보유하도록 하려면 법률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이런 선택집중 정책은 과기부가 주도해야 한다. 교육부가 관여하면 다른 대학들의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균형육성 정책기조를 가져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이 아니면, 일반 대학은 기술축적이 어려운데, 우리 정부는 생각없이 대학에 대형과제를 주고 있다. 대학은 NRF가 상향식으로 지원하면 된다. 정부가 큰 프로젝트를 지금처럼 일반 대학에 맡기면, 나중에 연구중심대학 지정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

연구행정(인사, 평가, 처우) 개선 없이는 우수 인재 유치가 매우 어렵다.

과기부의 업무계획에 '30년까지 해외 한인 포닥 2천명 유치'가 나온다. 우수 연구원은 자신의 커리어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데, 연구중심대학도 아직 없으며, 출연연도 빈약한데 고국으로 복귀하려 할까? 우수한 포닥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도 환영받는데 말이다. 설령 유치된다 해도 자기 우수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연구행정(인사, 평가, 처우)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우리가 PBS를 시행하면서 선진국과 가장 큰 차이가 벌어진 부분이 연구행정이다. 연구원은 하고 싶은 연구를 해야 밤샘 작업도 신이 나는데, 인건비불안과 신분불안으로 연구에 몰입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정부(또는 PI)가 주는 과제만 수행하니 재미가 없다. 정부는 인센티브를 내걸지만 “돈”으로 유인하는 방식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연구 중에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을 극복하려 유연성을 요구하면, 행정 측에서는 '안된다'는 말뿐이다.

선진국의 국책연을 보자. 일단 포닥이 들어오면, 정규직 임용을 도와주는 멘토가 지정된다. 정규직 임용 후에는 tenure를 통과하도록 다시 멘토가 지정된다. 개인평가에서는 '동료에 대한 협조'가 비중있는 항목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구팀” 내에 우정과 의리가 생긴다.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데려가려 해도, 연구팀을 쉽게 떠날 수 없다. tenured 연구원이 되면, 국책연이 '키우는 사람'이 되며 소액의 직접비가 크레딧으로 나온다. 여기서 국적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Matrix 참여율 관리를 통해 다른 분야의 연구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연봉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생활은 안정되고 연구활동이 재미있다.

연구행정은 공무원이 나설 영역이 아니다. 연구의 속성을 이해하고, 선진국의 사례를 체험한 연구원들이 전문행정가들과 협력해서 개선할 영역이다. 여기에 국가과학기술연구회(NIS)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정부는 아직도 기술확보에만 초점을 둔 R&D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결과로 얻는 것은 논문·특허·사업화만이 아니다. 연구경험을 쌓은 연구자·연구팀·연구기관을 얻고, 기술의 축적을 얻으며, 연구생태계의 성장과 국제적 영향력도 얻는다. 이 모든 것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연구체계가 바로 국책연(우리는 출연연)인데, 우리 출연연은 너무 망가져 있다. 그래서 정부는 대학에 연구비 투자를 확대하는데, 알고 보면 공무원이 대학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우리는 경쟁시키면 발전하는 줄 알고, 경쟁을 통해 여기 한번 저기 한번 연구과제를 주고 있으니, 세계적 연구자·연구팀은 얻지 못하고, 도토리 키재기하듯 비슷한 능력자들을 여럿 키워둔 형국이다. 공무원들은 기회균등을 중요시하며  기술확보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R&D 정책에서 선택집중 정책을 “특혜”라고 생각하니, 코리안 R&D 패러독스(연구비가 증가해도 성과는 더 좋지 않음)가 나오는 것이다. 공무원(특히 기재부 공무원)들은 기술발전의 원리(학습이론, 기술확산이론, 기술축적 방법론)와 연구개발의 속성(불확실성과 유연성, 선택과 집중, 자율성과 윤리성, 협업과 융복합)을 모르면서 R&D 정책을 설계·운영한다. 3년 내에 순환보직되므로 연구비 투자에 대한 책임도 없다. 책임은 5~10년 지난 후임자 몫이니, 결국 '전체적으로 무책임한 정책'이 되고 만다.

정부의 R&D 정책은 기술보다는 연구자와 연구팀을 얻는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축적”을 고려한다면 연구팀이 해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R&D 예산 35조원은 고마운 일이지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R&D 예산이 축소되어 난리가 났었다. 갑작스런 예산삭감으로 계획된 연구활동에 차질이 왔었다. 연구원이 해고되고 과제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정권에서 R&D 예산이 회복되어 반가운데, 연구비는 세금이므로 양면성이 있다. “연구비가 커지면 책무도 커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성과보다 투입에 열광하고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는데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이 반성할 부분이지만, 정부에도 문제가 있다. 연구비 투자 확대를 마치 큰 업적인 것처럼 홍보하는데, 정작 과거의 투자에 대한 성과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

Ⅳ. 심화되고 확대되어야 할 정책들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이 '과거의 틀'을 벗어나려면 정책이 더 심화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구관리 방법, 출연금 제도, 연구윤리의 강화, 인문사회와의 협력, 글로벌 경영을 생각해 보자.

연구형식은 5개로 고정하고 연구계약·관리방식을 차별화해야 한다.

출연연이나 연구중심대학의 연구형식은 ①기관의 설립시 정부가 부여한 미션연구 ②정부가 수시로 의뢰하는 아젠다 연구 ③연구원의 개인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는 기본연구 ④기관차원에서 미션연구과제발굴, 우수 연구원 유치지원, 기타 특별한 시도를 위한 전략연구 ⑤기업 등 다른 기관의 요청으로 수행하는 협력연구 등 5개 형식으로 정형화하고 계약과 관리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미션연구는 기관의 미션에 부합하고 사회적 니즈가 있으면서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연구를 발굴하여 정부의 승인절차를 거쳐 수행한다. 이때 예산은 블록펀딩이며 기관평가시 성과를 평가한다. 아젠다 연구는 정부가 수시로 의뢰하는 연구로서 연구기관의 능력과 연구비 규모 및 연구기간에 대해 합의·계약하고 수행한다. 정부는 아젠다 연구관리를 위해 공무원을 현장에 파견할 수 있다. 기본연구과 전략연구는 예산으로 지원될 성격이다. 미국의 NL은 운영비예산의 6%를 전략연구에 사용하고 있다.

전략기술연구이든, K-문샷이든, 문제해결연구이든 정부가 기획한 연구는 아젠다 연구로 분류되어야 한다. 기업기술의 선행 연구든, 지자체를 위한 연구든 미션연구에 반영되려면, 미리 연구기관의 자율적 정책기획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정부는 무슨 이름의 새로운 사업을 제시하더라도 이 5개의 연구형식으로 분류되고 관리되면 연구행정이 단순화 될 수 있다.

출연금의 유연한 사용과 특별한 관리를 위해 별도의 법률제정이 필요하다.

출연연이 미션연구나 아젠다 연구를 수행하다가 기초적 문제에 봉착되면 이에 대한 연구를 대학에 의뢰할 수 있다. 이를 목적기초연구라고 하는데, 출연연은 가장 적합한 교수와 지정연구계약을 체결하고 grant를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작품 제작은 기업에 contract를 체결하고 의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출연연에서 '돈(grant 또는 contract)'을 내보낼 수 있어야 출연연에 지식이 들어온다. 그리해야 출연연은 '큰작품'을 만들 수 있다.

아직 우리는 'grant제도'나 '지정연구계약 제도'가 없다. 조달청 입찰에 의존해야 하는데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된다. 연구비에 대한 자금 유연성, 집행의 신속성도 연구경쟁력의 한 요소이다. 연구출연금에 대해서 예산편성 간소화와 사용의 유연성을 규정하는 별도의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 핵심내용은,

△연구기관(연구중심대학, 출연연, 국립연)의 R&D 예산편성은 사무관이 심사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합동위원회'에서 심사하는 방식으로 대체한다.

△출연연과 국립연의 R&D 예산은 묶음예산(block-funding)으로 지급한다.

△대학은 경쟁으로 연구비를 확보하지만, 출연연·국립연은 비경쟁으로 연구비를 확보하고, 대학과 산업계의 지식을 결집하는 grant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grant나 contract의 대상은 내외부 전문가회의를 통해 신속히 결정할 수 있다.

△출연금 회계에 대해 기본원칙은 negative 방식으로 대통령령에서 규정하고 범부처의 연구행정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부 회계관리는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엄격한 윤리를 적용함으로써 연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

연구윤리의 관리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엄격한 윤리기준을 적용하는 방법은 '윤리체계 보증제도(assurance system)'의 운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기본원칙을 제시하면, 대학은 이를 자율적으로 엄격하게 이행하겠다는 확약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정부연구비의 신청자격을 얻게 하는 제도이다. 국립연과 출연연은 예산으로 연구윤리체계를 구축·운영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매년 국가 전체적 윤리 실태를 파악하고 백서를 발행하며, 3심제 재판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연구부정행위 관리, 인간피험자 관리, 실험동물 관리, 이해의 충돌에 대해서는 연구기관이 확약서를 가지도록 유인해야 하는데, 전문가를 배치해야 하고 별도의 심사·감독 절차를 운영해야 하므로 재정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해야 다른 선진국과 국제공동연구를 할 수 있다. 참고로 연구비 부당 사용은 윤리문제가 아니라 회계부정으로 다루어야 한다.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투자확대와 협력강화

과학기술은 보편적(universal)이지만 인문사회는 지역적(local)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항상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가 융합되어 있다. 이제 우리가 사회적 문제에서 연구개발의 주제를 찾아가는 접근(Demand Pull)을 하려 한다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는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선진국을 영위하면서 AI 문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가 협력하는 방법은 ①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를 과기부 산하로 이적하고, ②그 연구원과 연구팀들의 성장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며, ③정책설계와 연구행정 개선에 함께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④정부는 NRC에게 하향식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하면서 NST와 협력하게 한다. ⑤이를 위해, 인문학·사회학에 대한 인력양성의 수준을 높이고 재정지원도 더 확대해야 한다.

연구생태계 복원이나 연구전념 환경조성은 NST와 NRC가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좋은 주제라고 생각된다. 참고로, 일본은 2020년 「과학기술기본법」을 「과학기술·이노베이션기본법」으로 법명을 변경하였으며, 인문사회과학도 이 법률의 진흥 대상에 포함시키고,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융합적 지식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종합적 이해와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계획으로 「과학기술기본계획」을 「과학기술·이노베이션계획」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선진국이 되었으니 '글로벌 경영'을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선진국이 되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커지며 책무도 커진다. 국가 간에 협력도 하지만 타협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계가 할 일은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지피지기)하고 국익의 득실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일이다. 국가의 글로벌 경영을 더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국가의 글로벌 경영은 '글로벌 모니터링'부터 시작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각 국가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국가정책(투자, 사업, 규모, 제도)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며, 주요 연구기관들의 연례보고서를 수집하고, 주요 학술대회의 발표내용을 수집하며, 탁월한 과학자와 post-doc의 이동 방향을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해외 과학관(Science Attache)의 업무 매뉴얼이 나와야 한다. 하나 더 개선하고 싶은 것은 '국비유학생 선발'에 지역연구와 인문사회학 전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학국가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고등학생 단계부터 유학을 지원함으로써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하면 좋겠다.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를 의식하면서 우리의 정책노선을 결정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동향을 보며, 이상이 있으면 능동대응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많이 몰려오지만, 선진국의 우수 연구자들은 거의 오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대응이 필요한 부분인데,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 연구자의 능력과 처우를 국제비교한 자료도 본 적이 없다.

Ⅴ. 맺음말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많은 획기적 시도를 담고 있다. AI 3대 강국 도약, 무너진 연구생태계 복원, 과학기술부총리제 설치, K-문샷 프로젝트 추진, 전략기술 개발, 국가과학자 선정 등 다른 정권에서보다 더 많은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좋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달성여부를 우려한다.

과기부의 업무계획에서 '세계최고 전략기술 5개 이상 확보', '국민체감 기술성과 100개 확보', '양자 활용기업 1,200개 육성'을 보면,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이지만, '연구개발의 불확실성'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과기부는 R&D 성과를 국민이 실감나게 설명해야 한다. '무슨 기술 몇 개 확보'가 아니라, 사회문제의 무엇(일자리, 고령화, 탄소중립 등)이 얼마나 해결되는지, 무슨 새로운 좋은 일(6G 통신, 자율주행, 질병 정복 등)이 생기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아직도 정부가 모든 일을 다 하려 하는데, 그것이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변경해야 할 때가 왔다.

△양 중심의 성장에서 질 중심의 성장으로

△정부주도의 발전에서 민간주도의 발전으로

△지도자 개인기 중심에서 집단지성 중심으로

과거의 성공법칙이 오히려 새로운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는 이미 나와 있다.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반드시 짚어 볼 이슈이다. 할 일이 매우 많다.정책가(고위공무원)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의 전문성 제고에 대해서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노환진 전 UST 과학기술정책전공 교수·세종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사진= 대덕넷 DB]

대덕넷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