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로 만드는 바이오의약품
티끌만한 실수로도 변질 우려
파업으로 생산공정 멈추는 순간
글로벌 고객사들 다 등돌릴 것
노조는 ‘진짜 상생’ 의미 돌아보길
김성필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생명체는 수만 개의 반도체가 정밀하게 결합된 슈퍼컴퓨터로도 아직 작동원리를 100% 규명하지 못한 최첨단의 물질이다. 자그마한 변수만으로도 어떻게 변화할 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요 원인물질로 지목받고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다. 뇌 속에서 단백질의 미세한 접힘(folding) 오류가 뇌세포의 손상·사멸을 유도하는 독성물질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 사소한 변화를 아직도 우리는 풀지 못해 근원적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은 세포 해동부터 배양-정제-충전이라는 일련의 연속공정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진행돼야만 하는 일종의 생명활동이다. 일반적인 공산품 제조 공정과는 결이 다른만큼 공정을 임의로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기 어려워 세포를 모두 죽여야 할 수도 있고, 자칫 최종 제품이 생명을 살리는 약이 아닌 ‘독약’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바이오의약품이 세계 유수의 주요 규제기관에서 직접 공정을 확인하고, 최종 산물을 검증하는 절차를 수없이 밟는 이유다. 사람의 몸에 직접 투약되는만큼 작은 결함만으로도 같은 공정을 밟았던 의약품 전체가 모두 폐기의 위기에 처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규제기관은 생산 과정에서 현행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cGMP)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실제 제품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해당 제품을 ‘변질’된 것으로 규정한다. 즉, 공정의 연속성이 단 한순간만 단절되더라도 해당 제품의 가치는 모두 사멸돼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제품의 ‘변질’이 바이오 산업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제조에 쓰이는 세포주, 항체 등은 매우 민감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항상성이 조금만 훼손되더라도 사멸 또는 변이가 발생해 가치가 즉각적으로 상실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특히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에서는 공정의 연속성을 한순간이라도 단절하는 사태는 필히 방지해야 한다. 현재 한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갈등이 바이오 산업의 본질적 가치와 전혀 맞지 않는 이유다.
노조법 조항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유지돼야 한다’는 기본 철칙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의약품 생산 유지는 지켜내야 한다. 회사는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유지돼야 한다는 노조법 조항을 근거로 최소한의 의약품 생산 유지는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에 호소하고 나섰다.
원료나 제품에 대한 보전작업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생산되고 있던 바이오의약품은 모두 폐기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맡긴 약을 모두 폐기해버린 업체에 다시 의약품 생산을 맡기고 싶은 제약사가 어디 있을까? 자신 또는 가족이 당장 맞아야 하는 약을 노사 갈등 문제로 인해 생산하지 않은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에게 어떤 제약사나 소비자가 다시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그렇기에 바이오 산업의 노사 갈등은 기존 다른 산업 분야와 같은 해법으로 풀 수 없다는 특수성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세포가 배지를 먹고 쑥쑥 커나가듯이 바이오산업 기업 임직원 모두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상생의 큰 틀 안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틀을 무시한 채, 기존의 노사 갈등 해법을 도모하는 것은 바이오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바이오 산업에서 만약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식이 채택된다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결국 공멸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바이오산업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상생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노사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모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김성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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