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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CPTPP, 경제안보의 새로운 전략 축

올해 초 한국 기업들은 멕시코 정부로부터 기습 통보를 받았다. 미국의 공급망 안보 강화 요구에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자동차 부품, 철강, 가전 등 1463개 전략 품목에 5~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고] CPTPP, 경제안보의 새로운 전략 축

올해 초 한국 기업들은 멕시코 정부로부터 기습 통보를 받았다. 미국의 공급망 안보 강화 요구에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자동차 부품, 철강, 가전 등 1463개 전략 품목에 5~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대(對)멕시코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 부품(연 16억 달러)과 철강(연 190만t)이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 기업들은 멕시코가 부과한 관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2004년 멕시코와 체결한 경제동반자협정(EPA)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창립 회원국이라는 지위 덕분이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멕시코 양자 FTA나 태평양동맹(PA) 가입을 견제하려고 현지에서 치열한 로비전을 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단번에 바로잡을 지름길이 바로 CPTPP 가입이다.

CPTPP의 실익은 단순히 멕시코 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위협은 북미 공급망의 핵심인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의 불확실성이다. 미국은 지난 7월 USMCA의 자동 연장 조항을 거부하고, 매년 특혜 양허 조건을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멕시코를 대미 무관세 수출의 전초기지로 삼았던 한국 제조업체의 사업적 전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CPTPP는 USMCA의 불확실성을 방어할 최적의 완충지대다. CPTPP의 핵심인 ‘역내 누적 원산지 규정’을 활용하면, 일본이나 베트남 등 회원국에서 조달한 부품도 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향후 미국의 압박으로 USMCA 원산지 요건이 깐깐해지더라도 유연한 대안 조달 경로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CPTPP 가입을 아시아·태평양 통상 규범 형성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공급망 충격에 대비하는 광범위한 ‘경제안보 정책’으로 고려해야 할 이유다.

CPTPP 가입 논의를 본격화하려면 달라진 국제통상 환경에 맞게 국내 절차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2012년 한·미 FTA 당시 제정된 ‘통상절차법’이 거론된다. 이 법은 협상 개시 전 엄격한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의무화하는데, 단순 수출입 증감 위주의 분석 틀로는 CPTPP와 같은 ‘메가 FTA’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공급망 안정화, 경제안보 제고, 디지털·서비스 산업의 규범 선점 효과 등은 기존 정량적 틀로 온전히 계량하기 어렵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이를 실행할 제도적 장치가 과거에 묶여 있다면 ‘절차의 늪’에서 길을 잃기 마련이다. 통상절차법상 타당성 평가 기준이 경제안보적 실익을 포괄할 수 있도록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 CPTPP 가입 추진과 더불어 통상 시스템의 획기적 혁신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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