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에서 인기 학과의 변천은 곧 국가 산업의 항로였다. 1950년대 잠사와 광산, 70~80년대 기계와 전자공학은 당대 인재의 집결소였다. 외환위기는 이 흐름을 바꾸었다. IMF 이후 수재들은 불황 없는 성(城)인 의대로 몰려들었다.
최근 이 견고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하의치한약수(하이닉스·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라는 신조어가 그 신호다. 명문대 공대생이 대학원 대신 취업을 택하고, 대졸자가 생산직 고졸 전형을 준비하는 풍경 속에서 ‘하닉 고시’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의대 쏠림이 완화된 걸 반색만 할 순 없다. 연 최대 10억원을 웃도는 즉각적 보상이 그 배경이라서다. 독일 사회학자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은 『불안사회』에서 “불확실한 사회일수록 개인은 더 빠르고 더 강한 결과를 주는 선택에 집착한다”고 했다. 긴 시간을 견디는 전략은 사라지고, 단기 보상을 얻는 길만 남는다는 것이다.
‘하닉 고시’는 반도체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사회가 어떤 미래를 약속하고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 돈을 쫓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느끼게 만드는 환경, 그리고 그 외의 선택지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시스템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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