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 절차에 돌입하면서, 향후 글로벌 시가총액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주 산업의 확장성과 기술 독점력이 결합될 경우, 기존 AI 중심 빅테크의 시장가치를 넘어설지의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방식으로 기업공개를 신청했다. 6월~7월 나스닥 상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모 규모는 750억달러(약 113조원)로 알려졌다. 기존 최대 기록인 사우디 아람코 IPO(294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이다.
이와 관련 스페이스X가 현재 시총 4조3110억 달러인 엔비디아를 제치고 세계 시총 1위에 오를 잠재력까지 가졌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일 스페이스X가 최대 2조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장이 당초 예상한 1조7500억달러보다 약 14% 높은 수치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스페이스X는 S&P500 편입 기업 기준으로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이어 미국 내 시가총액 6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즉 상장만으로도 이미 미국 증시의 최상위권 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 온라인 매체 더 페이퍼는 한발 더 나아간 해석을 내놓았다. 스페이스X가 상장 이후 독보적인 기술력과 우주산업의 확장성을 발판으로 주가가 급등할 경우, 결국 엔비디아를 넘어 세계 시총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지의 영역인 우주 탐사 시장은 성장 한계가 뚜렷하지 않고, 스타링크와 스타십 같은 사업이 장기적으로 막대한 수익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따라서 스페이스X IPO는 AI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 시장 질서에 우주 인프라 산업이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것인지를 가늠해 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머스크가 상장 이후 확보한 자금을 우주 AI 데이터센터와 달 공장 건설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스페이스X는 단순한 우주기업이 아니라 차세대 산업 질서를 겨누는 초대형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상장을 앞두고 자신의 핵심 사업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 시나리오’가 투자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결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머스크 기업군이 단일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은 최근 흐름과 맞닿아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이미 AI 기업 xAI와의 결합을 통해 기업가치 약 1조25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xAI와 스페이스X는 모두 머스크가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양사의 결합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AI와 우주 인프라의 수직 통합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xAI는 대규모 연산과 데이터 학습이 핵심인데,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망과 향후 구축하려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xAI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인프라다.
xAI의 성장 한계는 기술이 아니라 인프라에 있다. 대형 AI는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 이동, 고속 연산 환경을 동시에 요구하지만, 기존 지상 데이터센터 구조는 전력 부족과 네트워크 비용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제약을 스페이스X가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스타링크 위성망은 전 세계 데이터 수집과 전송을 효율화할 수 있다.
나아가 에너지와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줄 수 있다는 측면도 가진다.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주 기반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데이터 수집부터 전송, 연산까지 하나로 묶는 수직 통합 구조가 형성될 경우 AI 산업의 병목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제성과 기술 검증은 아직 남아 있는 과제다.
테슬라와의 합병은 또 다른 시너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테슬라는 약 1조1000억달러 규모의 기업이다. 스페이스X와 합칠 경우 기업가치만 2조3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규모의 문제가 본질이 아니다. 전기차(테슬라) ·인공지능(xAI)·우주 산업(스페이스X)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술적 접점이 분명하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 AI 소프트웨어는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우주 데이터센터 및 위성 네트워크와 결합될 경우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머스크가 추진 중인 반도체 공장과 AI 에이전트 개발 역시 양사 협력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이런 점에서 통합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미래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구조 설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사업 영역이 지나치게 확장될 경우 경영 효율이 떨어지고, 각 사업의 독립적인 성장 스토리가 희석될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이처럼 AI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질서를 흔들 새로운 축으로 ‘우주 인프라’가 부상하면서, 투자 자금의 흐름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본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 역시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한 우주 산업에 선제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스페이스X 공모 참여 기회를 얻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공모 물량 확보에 나서며 기관과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 대상 청약까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초대형 IPO에 국내 자금이 직접 배정되는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기관투자가와 사모펀드가 1차 대상이고, 개인투자자 청약도 함께 추진된다. 미래에셋은 약 50억달러 규모의 공모 물량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국내 투자자 배정 물량이 최대 2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과 스페이스X 간 장기 협력 관계가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확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약 4년 전부터 스페이스X를 비롯해 AI 기업 xAI, 소셜미디어 X 등에 총 1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다만 개인 투자자 참여는 불확실성이 크다. 해외 IPO를 국내 공모 방식으로 연결한 전례가 거의 없고, 한미 규제 차이와 투자자 보호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환율 변동과 높은 주가 변동성, 정보 접근 제한 역시 부담 요인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스페이스X의 상장을 겨냥, 미국 우주항공을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나서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국내 시장에 상장됐거나 출시가 추진 중인 ETF와 공모펀드는 최소 7개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달 하순 미국 우주기업에 투자하는 'SOL 미국우주항공TOP10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 상장시 지수방법론에 맞춰 편입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도 미국 우주테크 관련 ETF를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투운용은 스페이스X를 적극적으로 담는 액티브 형태로 ETF를 운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에,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3월에 각각 미국 우주항공 산업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한 바 있다.
양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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