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과 수주가 만든 두산에너빌리티의 재평가
원전· SMR· 가스터빈 삼각축, ‘성장 모멘텀’이 주가를 다시 쓰다
고평가 논란 속 엇갈리는 수급과 시각
두산에네빌리티 차트 / 토스증권 제공
[핸드메이커 송진우 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가가 1년 전 2만 원대에서 이달 20일 11만 2,100원으로 4배 이상 치솟으며 코스피에서 뜨거운 ‘원전·에너지 인프라 테마주’로 우뚝 섰다. 약 6개월 만 80%에 가까운 급등 뒤 10만 원대 이상에서 거래가 되면서, 단순 테마가 아니라 장기 성장 기대가 반영된 ‘빅 리레이팅’ 시장의 상징으로 거론된다.
원전·소형모듈원전(SMR)·가스터빈 3축 수주와 해상풍력·디지털 신사업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재편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700배를 웃도는 PER과 밸류에이션 과열 우려는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증권가는 10만~15만 원대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장기 성장주로 재평가하지만, 수급에서는 기관·외국인이 차익 실현을, 개인이 테마에 매수세를 몰아넣는 양극화 구도가 주가를 가파른 등락으로 몰고 가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사업장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전(SMR) 제작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두산그룹 제공
1년 4배 이상 급등...수익성 개선·글로벌 수주가 불러온 ‘빅 리레이팅’
두산에너빌리티는 31일 오후 2시30분 현재 9만 2,300원에서 거래 중이다. 에너빌 주가는 올해 1월 초 약 7만 원대 중반에서 출발해, 2월 중순 9만 원 초반까지 치솟으며 3개월 만에 약 20~25% 수준의 상승을 기록했다. 3월 들어 일부 기관·외국인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9만 원까지 조정을 받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상승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3개월 단기간에도 통상적인 ‘테마주’를 넘어서는 강한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다.
6개월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0월 전후 5만~6만 원대에서 출발해 이달 초 10만 원대를 돌파하며 6개월 수익률이 약 100% 수준에 이른다. 이는 시가총액 대비 변화 폭이 매우 큰 축에 속한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테마주 반응을 넘어, 대형 원전 수주 기대감과 실적 턴어라운드 신호가 겹치며 ‘장기 성장 스토리 재평가’가 시작됐다는 방증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초 2만 원대에서 3만 원대를 오르내리던 주가가 이달 3월 중순에 11만 원 넘게 거래되면서 1년 동안 4배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대비에서도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여준다. 즉 변동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높은 종목으로 부상했다. 이는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수주 확대가 겹치며 ‘빅 리레이팅’(valuation re-rating)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두산에네빌리티 종목분석 창 / 네이버증권 제공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모멘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축은 무엇보다 글로벌 원전 수주 확대다. 지난 2024년 말 이후 체코 두코바니 원전, 폴란드, 일부 동유럽국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서 압력기,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주기기 수주를 연이어 확보하며 ‘원전 인프라 핵심 공급사’ 이미지가 강화됐다. 특히 체코 프로젝트는 2025~2026년 집행이 본격화되면서 2027년 이후 실적 기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장기 실적 성장성과 평가 기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축은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복합화력 3축 성장 구조다. 증권가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대형 원전(압력기·증기발생기),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복합화력 세 축으로 정의하며, 이 3개 사업이 2026~2030년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SMR은 미국·동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와 친환경 정책으로 수주 가능성이 확대되는 반면, 가스터빈·복합화력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중간 전력원’으로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픽셀스
이와 함께 저수익 프로젝트 축소와 수익성 개선도 중요한 모멘텀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024~2025년까지 두산에너빌리티는 일부 저마진 EPC 프로젝트와 석탄화력 관련 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됐으나, 2025년 하반기부터는 저수익 화력 프로젝트 비중 축소와 원전·가스터빈 고수익 비중 확대를 통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일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상회하며 ‘저수익 프로젝트 감소=영업이익률 상승’이라는 구조가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두산에너빌리티는 단순 테마보다 장기 수주·실적 구조 개선이라는 실물 경제 요소가 함께 작동하며 주가 급등의 근거를 만들고 있다. 다만 이 구조가 실제 실현되면 진정성 있는 성장주로, 그렇지 않으면 ‘넘겨진 밸류에이션 조정’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리스크 요소다.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전경 /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증권가의 최근 시각
증권가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2025년 초 2만~3만 원대 수준이었던 목표주가를 2026년 2~3월 기준으로 10만 원대 중후반에서 15만 원대까지 상향 조정했다. 예를 들어, 메리츠증권은 올해 2월 기준으로 목표가를 약 11만 5,000원으로 상향 제시했고, KB증권은 약 11만 3,000 원, 신한증권은 15만 7,000원, 대신증권은 13만 원 수준을 제시하며 모두 ‘장기 성장 스토리 재평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런 목표주가 상향은 두산에너빌리티를 하나의 단기 테마주가 아니라, 대형 원전·SMR·가스터빈·복합화력, 3축 성장 구조를 갖춘 에너지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보는 것이 핵심 근거다. 특히 KB증권·대신증권 등은 2026년은 ‘저수익 프로젝트 마무리 + 수주·실적 기대감’ 단계, 2027년 이후에는 ‘대형 원전 집행·SMR·가스터빈 수익 본격화’ 단계로 구분하며 중장기로 볼 때 여전히 성장주·밸류에이션 리레이팅주로 평가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급 가스터빈 제품 /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다만 증권가 안에서도 일부 의견은 단기 과열과 밸류에이션 부담을 경고한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PER은 3월 기준 700배, PBR은 8배 이상으로, 매우 높은 구간에 위치해 있다. 이는 장기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기 성과(실적·실질 수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에 따른 급락 가능성이 배제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원전 수주 지연, 미국·유럽 규제와 자금조달 이슈, 가스터빈·복합화력 시장의 경쟁 심화 등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처럼 증권가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장기 성장 스토리는 강하지만, 밸류에이션과 이벤트가 예상보다 빠르게 실현되지 않을 경우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양면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 /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수급·기관·외국인 동향
수급 측면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말부터 기관·외국인과 개인이 서로 다르게 접근했다. 기관·외국인은 저점 매수와 분할 매수를 통해 장기 보유 포지션을 쌓아 왔으나, 2026년 들어 수주·실적 공시를 기점으로 단기 차익 실현 매도가 이어졌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3월 들어 테마·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단기 급등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구도는 기관·외국인이 실적·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진입·조정 타이밍을 조율하는 반면, 개인이 단기 테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 구조를 보여준다. 이는 향후 주가가 ‘실적·수주 이벤트’와 ‘시장 심리’에 따라 가파른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6~2017년 재무위기 이후 7~8년간 구조조정을 거쳐 2024년 원전 테마 강세와 함께 2만 원대에서 9만 원대로 비약한 대표적인 ‘부활·성장주’다. 3개월 20%대, 6개월 100%대, 1년 300%대 이상의 상승 폭은 단기 테마를 넘어서는 강한 모멘텀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밸류에이션 고평가와 단기 과열 리스크도 공존한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본사 전경 /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 원전·가스터빈·SMR·재생에너지·디지털을 아우르는 에너지 인프라·지속가능 기술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공식화했으며, 가스터빈·수소터빈, SMR, 해상풍력, AI·데이터센터 전력수요 등 4~5개 축에서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단기 테마가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에너지 인프라·지속가능 기술 기업으로의 변신 선언이자 주주에게 “에너지·환경·경제성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기술을 공급할 것”이라는 장기 비전으로 읽힌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외 원전 수주 모멘텀 확대에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대형 원전부터 SMR까지 해외 원전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글로벌 원전 확대 기조가 이어가고 있다”며 “가스터빈 또한 국내외 추가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수주 가이던스 상향 조정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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