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제공=금융위원회)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정부가 AI 산업 지원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 금융 지원을 넘어 AI 반도체와 파운데이션 모델,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AI 밸류체인 투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2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 본사를 찾아 국내 AI 기업들과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제는 금융정책과 산업정책이 따로 갈 수 없는 시대"라며 "금융이 산업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퓨리오사AI를 비롯해 업스테이지, LG AI연구원, 뤼튼AI, 로앤컴퍼니 등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AI를 단순 신산업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AI 전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AI는 전기와 인터넷처럼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AI 생태계가 여전히 엔비디아 GPU와 해외 빅테크 모델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독자적인 연산 인프라와 데이터, 모델 역량 확보는 AI 주권과 산업안보의 문제"라며 "국산 AI 반도체와 경쟁력 있는 AI 모델 육성은 국가 차원의 전략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AI 산업 핵심 지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민성장펀드 승인액 8조4000억원 가운데 약 24%인 2조원이 AI 분야에 집중 지원됐다.
대표 사례로는 ▲리벨리온 직접투자 6400억원 ▲업스테이지 직접투자 5600억원 ▲국가AI컴퓨팅센터 인프라 투자 4000억원 ▲네이버 AI 고도화 저리대출 4000억원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성장펀드 1차 메가프로젝트로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AI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파운데이션 모델, 응용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소버린 AI 프로젝트'로 투자 범위를 확대했다.
금융위는 AI 산업 특성상 장기 자금 공급이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소버린 AI의 길은 단시간에 결과가 나오는 짧은 경주가 아니다"라며 "단기 수익만 바라보는 자본이 아니라 기업의 가능성과 시간을 믿는 모험자본과 인내자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AI·반도체 분야에 50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고, 금융을 매개로 R&D·규제·세제를 연계한 토털 솔루션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AI 기업들의 기술 시연도 이어졌다. 퓨리오사AI는 차세대 추론형 AI 반도체(NPU) '레니게이드'를 공개하며 전력 대비 성능(전성비)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회사는 글로벌 GPU 대비 높은 전성비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해결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2세대 반도체 양산과 3세대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업스테이지는 기업용(B2B) AI 모델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Solar Open' 개발 계획을 소개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는 "대한민국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로 기술 주권을 완성할 수 있도록 글로벌 최고 수준 AI 모델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금융위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찾아가는 산업금융'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간담회를 통해 현장과 더 자주 소통하겠다"며 "향후 우리의 일상과 산업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피지컬 AI까지 폭넓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관계부처와 함께 '성장기업 발굴 협의체'를 가동해 AI 반도체를 포함한 유망 기술기업 지원 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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