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사진/픽사베이
올해 1분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아왔다. 중동 전운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금융 불안에도 투자금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다만 투자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며 시장 전반의 회복보단 유망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선별적 반등의 양상이다.
1일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 플랫폼 더브이씨의 통계를 살피면 올해 1~3월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액은 2조1822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기록한 1조4047억4494만원과 비교하면 7775억원가량(55.3%)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3월 미국‧이스라엘-이란간 전쟁 격화로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서도 투자액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1월 투자액은 4440억원으로 전년 동월 4806억6929만원에 못 미쳤지만, 2월에는 6385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월 3698억3481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3월에는 1조997억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3월 5542억4084만원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월별 최대치였던 9월의 1조25억원도 넘어선 수치다.
특히 3월 미지막 주에는 100억원 이상 대형 투자 사례가 잇따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프리IPO로 6400억원을 유치하며 투자액 증가를 이끌었다. 아울러 바이오‧의약 및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향한 빅투자가 이어졌다.
줄기세포 기반 인공혈소판 개발사 듀셀은 235억원, 의료영상 분석 기반 심혈관 진단 기업 메디웨일은 200억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사 제이앤티바이오는 180억원을 각각 유치했다. 치과 소재·기술 기업 미니쉬테크놀로지(300억원) 등도 투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AI 및 바이오를 제외한 기업 중에선 글로벌 K뷰티 플랫폼 미미박스가 150억원을 확보했고, 로봇용 3D 카메라 기술 기업 플라잎(138억원)도 눈에 띈다.
다만 같은 기간 투자 건수는 239건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투자의 상당수는 시드나 프리A 등 초기 단계가 아닌 시리즈C와 프리 IPO 등 후반 단계에 집중됐다.
대형 투자 사례를 보면 업종 편중도 뚜렷하다. 1분기 투자 건수 기준 상위 분야도 바이오·의료가 40건으로 가장 많았다. 엔터프라이즈는 26건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고, 헬스케어도 11건으로 10.0% 늘었다. 반면 음식·외식은 15건으로 21.1% 감소했고, 환경·에너지는 13건으로 31.6% 줄었다. 바이오·의료 역시 건수는 가장 많았지만 전년 대비로는 18.4% 감소했다.
이는 올해 1분기 투자 시장이 전 업종에 고르게 살아났다기보다, 성장성과 회수 가능성이 비교적 뚜렷한 일부 기업과 업종으로 자금이 몰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투자사들이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 속에서 투자 대상을 좁히고, 검증된 기술기업이나 대형 라운드 중심으로 베팅하는 흐름이 강해졌단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투자금 증가가 일부 대형 딜에 크게 기대고 있는 데다, 전체 투자 건수 감소는 여전히 다수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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