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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금요칼럼]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진정한 의미

“혼신의 힘을 다한 뒤에야 비로소 천명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중국의 유학자 맹자의 사상에서 비롯된 가르침으로 후대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로 정리되었는데,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다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이다.

[금요칼럼]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진정한 의미

김한식

대구한의대학교 미래라이프융합대 초빙교수

“혼신의 힘을 다한 뒤에야 비로소 천명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중국의 유학자 맹자의 사상에서 비롯된 가르침으로 후대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로 정리되었는데,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다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운명에 순응하는 체념의 표현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본래 뜻은 전혀 다르다. 진인사대천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라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담고 있다. 결과를 핑계 삼아 노력하지 말라는 뜻도 아니고, 실패를 운명 탓으로 돌리라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결과를 논하기 전에 먼저 과정을 살펴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했는지 돌아보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진인사대천명의 정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노력보다 성적을, 땀보다 성과를, 헌신보다 결과표를 먼저 본다. 최근 국제 스포츠 경기만 보아도 그렇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다고 경기 직후 언론과 인터넷에는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감독의 전술이 문제였다고 하고, 선수들의 자질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들이 그 경기 한 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얼마나 많은 부상과 고통을 견뎌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선수들은 수년 동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훈련한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줄이고, 개인의 삶도 희생한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 수많은 경쟁자를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경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 모든 과정은 한순간에 잊히고 만다. 오직 승리와 패배만 남는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학생은 1년, 아니 3년 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공부했음에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왜 떨어졌느냐”고 묻는다. 얼마나 노력했는지,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는 관심 밖이다. 사업도 그렇다. 수년간 밤낮없이 준비한 사업이 경기 침체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실패의 이유보다 결과만을 바라본다. 성공하면 능력 있는 사람이고, 실패하면 무능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결과지상주의는 사람들을 점점 지치게 만든다. 결과가 전부인 세상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도전을 포기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는 삶보다 실패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려 한다. 그러나 인생은 결코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잡초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학생은 열심히 공부할 수 있지만 시험 당일의 건강 상태까지 완벽히 지배할 수는 없다. 운동선수는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 있지만 상대선수의 숨겨진 능력이나 경기장의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는 없다.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과정이고 결과는 하늘의 영역이다. 그래서 진인사대천명은 더욱 빛이 난다.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도 처음부터 결과를 보장받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의 사마천은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벌을 받은 뒤에도 역사서 《사기》 집필을 포기하지 않았다. 완성 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했다. 이순신 장군 역시 명량해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적선을 상대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과를 걱정하기보다 준비에 집중했다.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을 다했고, 결국 역사는 그를 위대한 영웅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결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차이는 자신이 맡은 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했는가에 달려있다.

필자는 지난 수십년간 장군스피치리더십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 물으면 예, 저는 매사에 진인사(盡人事)하고 대천명(待天命) 즉,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라며 당당하게 대답하라고 가르쳐왔다. 우리 인간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고, 사업에 실패할 수도 있다. 또한 선거에서 낙선할 수도 있고, 경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사람은 결코 실패한 인생을 산 것이 아니다. 실패는 단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일 뿐, 노력의 가치까지 지워버릴 수는 없다.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부터 달라져야 한다. 몇 등을 했는가보다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했는가를 보아야 한다. 성공했는가보다 어떤 과정을 걸어왔는가를 살펴야 한다. 결과만 칭찬하는 사회가 아니라 도전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진인사대천명의 진정한 의미는 결과를 두려워하며 도전을 회피하는 나약한 삶이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삶이다.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책임이며, 포기가 아니라 용기이다. 결과가 불확실하더라도 오늘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결국 자신의 인생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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