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식 대구한의대학교 미래라이프융합대 초빙교수
21세기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대답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백 살까지 장수하더라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지내거나 외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장수의 의미는 오히려 고통일 것이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서도 내 발로 걷고, 사람을 만나 웃으며, 내일을 기다릴 수 있다면 장수는 분명 축복이다. 그래서 100세 시대의 화두는 이제 '수명'에서 '건강수명'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대학에서 100세건강 행복스피치를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20여년 동안,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 그리고 함께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여기에 삶의 재미와 작은 목표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이러한 조건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충족시켜 주는 생활체육이 바로 파크골프이다. 요즘 파크골프장을 가보면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열기가 대단하다. 어떤 사람은 "파크골프 때문에 아침에 눈뜨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퇴직 후 사람 만날 일이 없었는데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말한다. 파크골프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노년의 생활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파크골프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4가지만 소개해 보자. 첫 번째 장점은 걷게 한다는 것이다. 노년 건강에서 걷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하루에 한 시간씩 걸으십시오"라고 하면 며칠은 해도 꾸준히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목적 없이 걷는 것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크골프는 다르다. 공을 치면 공을 따라 걸어간다. 다시 공을 치고 또 걷는다. 동료들과 이야기하며 한 홀, 두 홀을 돌다 보면 운동한다는 부담감 없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인다.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지속성이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재미있는 운동은 다시 하게 되고, 함께할 사람이 있는 운동은 더 오래 지속하게 된다. 이것이 파크골프가 가진 장점이다.
두 번째는 몸과 함께 두뇌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공 하나를 치기 위해서도 생각할 것이 많다. 거리는 얼마나 되는가. 어느 방향으로 칠 것인가. 경사는 어떤가. 장애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어느 정도의 힘으로 쳐야 하는가. 매 순간 관찰하고 판단하고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파크골프는 단순한 걷기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몸은 걸으면서 머리는 다음 한 타를 생각한다. 노년기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판단하고 전략을 세우는 생활은 일상에 활력을 더한다.
세 번째, 그리고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을 만나게 한다는 것이다.
노년의 가장 무서운 적은 질병만이 아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역시 노년의 삶을 힘들게 한다. 직장을 떠나면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자녀들도 각자의 생활로 바쁘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하루 종일 대화할 사람조차 없는 노인도 있다. 그런데 파크골프장에 가면 달라진다. 인사 한마디로 하루가 시작되고 함께 걸으며 세상 이야기를 하며 멋진 샷에는 "나이스 샷!"이라고 박수를 보낸다. 실수하면 격려하고 웃고, 운동이 끝난 뒤 차 한잔을 함께하면서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네 번째는 목표와 성취감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목표가 필요하다. "오늘은 한 타를 줄여보자." "이번에는 OB를 내지 말아야지." "다음 대회에는 한번 출전해 보자." 이런 작은 목표가 일상의 활력이 된다. 그리고 연습하면 실력이 좋아진다. 어제보다 오늘 공이 잘 맞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 '나는 오늘도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은 노년의 자존감과 삶의 의욕을 높이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제 파크골프를 단순한 노인들의 여가활동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100세 시대의 건강복지 자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파크골프장은 운동장이면서 노년의 새로운 건강행복 사랑방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파크골프는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관, 평생교육기관에서 건강교육과 연계할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교육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사회적 관계가 부족한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파크골프를 노인들만의 운동으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 부부가 함께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며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하는 3세대 가족스포츠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세대가 함께 걸으며 대화하고 웃는다면 운동을 넘어 가족 간 소통과 세대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100세 시대의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의 생활주변에서 내 발로 걷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다. 필자는 파크골프의 가치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파크골프는 공을 홀에 넣는 운동이 아니라, 건강과 사람과 행복을 인생에 다시 채워 넣는 운동이다." 100세 시대에는 장수만 준비해서는 부족하다. 건강을 준비하고, 관계를 준비하고, 행복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 파크골프채를 들고 집 밖으로 나서는 작은 발걸음이 건강한 100세, 행복한 100세를 향한 힘찬 티샷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