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막은 그림자 규제...당국 완화 움직임
금융위원회가 '금가분리' 원칙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GPT 생성
금융위원회가 약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금가분리' 원칙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나은행의 두나무 지분 투자를 계기로 기존 금융권의 가상자산업 진출이 확대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금가분리 원칙 완화 시사...디지털자산기본법 연계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가분리 원칙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이 변화하고 있고, 우리도 가상자산을 제도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가분리 원칙을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가상자산 투기 과열을 막겠다며 긴급대책을 발표한 후 금가분리 기조를 이어 왔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 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명시적인 근거법령은 없었지만, 행정지도만으로도 금융권의 가상자산업 진출을 막는 데는 충분했다.
단 명확하게 금가분리 완화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억원 위원장은 "금융기관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경우 이용자 보호와 금융 안정 측면을 함께 봐야 한다"면서도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가상자산거래소 규율체계 정비를 포함한 2단계 가상자산법(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과 연계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JP모건·블랙록은 가상자산 뛰어드는데...韓 예외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편지수 기자
미국의 경우 전통 금융산업과 가상자산의 결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JP모건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스테이블코인 기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이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를 추진하는 등 활발하다.
특히 전통 금융권이 가상자산 기업에 지분투자를 단행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피델리티는 지난 2018년 가상자산 서비스 부문을 신설했고, BNY 멜론 역시 가상자산 커스터디 플랫폼을 공식적으로 출범시키기도 했다. 반면 전통 금융권은 '금가분리'라는 그림자 규제에 막혀 금융사의 직접 투자가 사실상 봉쇄됐다.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컨설팅을 내세워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인수를 추진할 때도 '금가분리' 적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비금융 계열사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해 규제를 우회했다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가분리가 완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나금융의 두나무 투자, 본격 시험대 올라
하나금융, 두나무. /사진=테크M DB, 제미나이 생성
하나은행이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를 인수하며 금가분리는 완전한 시험대에 올랐다. 시중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이를 금융당국이 수용하게 되면 사실상 금가분리 규제가 완화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앞두고 금융권은 가상자산거래소에 적극적인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추가 투자를 통해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기존 6.15%에서 9.84%로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오케이엑스(OKX)와 함께 코인원 지분 매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금융권의)접촉은 꾸준하게 있어 왔다"면서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가 명확해지면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협업을 위한 사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수 기자 pjs@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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