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은 지난 70여 년간 북한의 도발억제라는 핵심 기능을 수행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을 추구하고 있는 가히 ‘모범 동맹’이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2000년대 초반 이후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 및 2024년 이래 러시아-북한의 군사적 밀착 등 도전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작년 11월 경주 개최 한미정상회의 결과문서(joinf fact sheet)에 포함된 안보 분야 핵심현안, 즉 농축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여 원만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이는 원전의 안정적 운영과 해외수출 및 국방 역량의 강화와도 직결된다.
원자력(핵)의 태생적 한계는 바로 핵무기와 방사능 오염에서 기인한다. 먼저, 핵무기의 원료는 핵분열물질인 우라늄(U-235)과 플루토늄(Pu-239)이다. 원자력이 핵무기의 원료이면서 전력 생산이라는 평화적 목적에도 쓰이는 까닭에, 원자력의 이용에는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통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이처럼 원자력은 ‘이중용도(dual use)’ 물질 및 기술의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방사능 유출 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평화적 이용의 증진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원전)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시공은 물론, 운영 과정에서 원자력 안전(safety)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원전의 핵심 장비는 핵연료가 연쇄 분열하며 열을 발생시키는 원자로를 비롯한 핵증기공급계통(NSSS)이고, 핵연료의 일생은 선행 및 후행 주기로 구성된다. 우라늄 채광부터 농축과 핵연료 제조까지를 ‘선행 주기’라고 부르며, ‘후행 핵연료 주기’는 사용후핵연료 저장과 재처리(또는, 폐기물 처분) 과정을 포함한다.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970년에 발효된 국제조약인 NPT의 3대 축은 핵군축, 핵비확산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다. 한편, 핵잠수함의 연료로 고농축이 아닌,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더라도 무기에 속하는 잠수함의 연료는 군사적 이용에 해당한다. 따라서, 핵잠수함 연료는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별도의 제한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자와 양자 차원의 조치가 모두 필요하다. 다자 차원의 조치란 NPT 체제에 따른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안전조치협정 체결을 의미하는데, 26개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IAEA 전면안전조치협정(CSA)에 따라 정기 사찰을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핵물질 및 장비와 기술을 교역하는 국가와 양자 원자력협력협정도 체결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미국, 프랑스, 일본 등 30개국과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상대는 동맹국인 미국이다. NPT 제4조에 의하면, 무기 개발 목적이 아닌 농축 재처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해당하는 ‘불가양(不可讓)의 권리’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체결한 원자력협력협정을 재개정하여, 농축 재처리 활동에 관한 미국의 포괄적 사전동의를 확보하는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세계 5대 원전 보유국이지만 자체적인 농축 재처리 권한이 없고,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단 1대도 없다. 이는 과거에 우리가 비밀리 농축 재처리 실험한 것이 발각되어, 핵비확산 측면에서 국제사회(특히, 미국)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한편, 핵잠수함의 경우, 핵물질 및 장비의 군사적 이용에 관해 안전조치협정 제14조에 따른 세부 약정을 IAEA와 체결함과 아울러, 미국과도 핵잠수함 관련 별도의 협정[근거: 미국 원자력법 123(d)조]이 필요하다. 핵잠수함 연료로는 고농축 및 저농축 우라늄이 모두 사용되지만, 우리는 미국과 협의하여 핵확산 우려가 적은 ‘고순도저농축우라늄(20% 미만의 HALEU)’을 연료로 사용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현재 20척 규모의 재래식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으므로, 핵연료 확보 문제가 해결될 경우 미국-영국과 핵잠수함협력조약(AUKUS)을 체결한 호주보다 신속히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
농축과 재처리 및 핵잠수함 건조 관련 한-미 협상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우리의 초기 대미 투자가 결정되어, 유엔 총회 계기 지난 9월 22일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대 안보 현안을 적극 추진키로 협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보다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 이후의 실무협의다. 특히, 원자력 현안의 경우, 우리가 미국의 신뢰를 여하히 확보할 것인지가 요체다. 핵비확산 정책을 계속 견지함과 동시에, 우리의 농축 재처리 역량이 ‘한미 원전동맹’의 구축을 통한 상호 ‘윈윈(win-win)’에 기여할 것임을 미국 백악관 및 국무부와 재무부, 국방부 등은 물론, 의회를 상대로 꾸준히 설득해야 할 때다.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폴란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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