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봉쇄로 원유물류망 휘청
주력산업 전반 생산차질 우려
기업 유동성 지원도 병행해야
중동발 쇼크로 인한 석유화학 산업의 충격이 제조업 전체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연합뉴스]
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국내 주력 제조업 전반에 생산 차질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원재료 공급 차질이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산업으로 연쇄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이란전쟁 여파에 따른 석유화학 전방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여파로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170달러에 근접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고, 해상 운임과 전쟁 보험료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전 세계 원유 및 LNG 물동량의 약 20~27%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라는 점을 강조하며 봉쇄 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이 사실상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봉쇄 이후 선박 통항량이 급감하고, 유조선 대기와 보험 중단 등으로 운송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에너지 물류망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도 부각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전체 에너지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원유 약 70%, 나프타 약 50%, LNG 약 2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들 물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만큼,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한 달 기준 약 90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도입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도 산업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에너지 수입 비용과 물류비 상승이 동시에 확대되고, 이는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충격의 강도에 따라 제조업 생산비는 최대 10%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추정도 제시됐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분야로 꼽혔다. 보고서는 “나프타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 하락과 셧다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울산·여수·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 단지에서 연쇄적인 가동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대체 원료로 거론되는 LPG 역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일반적인 나프타 분해 설비(NCC)의 경우 구조적으로 LPG 투입 비중이 10~20% 수준에 불과해 단기간 내 원료 대체가 어렵다”며 “글로벌 LPG 가격 상승까지 겹칠 경우 원가 부담 완화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석유화학발 충격은 전방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기초유분 공급 차질이 합성수지·합성고무 등 중간재를 거쳐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주력 제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대응 방안으로 단기적으로는 비축유 방출 체계 점검과 핵심 화학소재 재고 확보, 기업의 비상 경영 체제 가동 등 공급망 위기 대응을 주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호주 등 비중동 지역과의 에너지 협력 확대, 원료 다변화 기술 투자, 저탄소·고효율 공정 전환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금융 측면에서는 중동 건설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출채권 매입 확대와 대출 상환 유예 등을 통해 기업 유동성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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