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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떠오르는 제2의 '한강의 기적'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을 이곳에서 생산하며 10만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호찌민 시내의 고층건물 옥상에는 한국기업의 광고판이 많이 보였다. 그동안 익숙했던 삼성, LG, 기아 같은 대형...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떠오르는 제2의 '한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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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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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베트남의 호찌민 시(市)를 다녀왔다. 근 10년 만이다. 호찌민 국제공항을 나오니 맞은편에 효성그룹의 대형 옥외 광고판 두 개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전에는 하나였는데 그새 두 개가 됐다. 두 배로 커진 두 나라 경제관계를 상징하는 것일까? 자료를 보니 지난 10년간(2015~2025) 한·베트남 교역규모는 375억 달러에서 945억 달러로 커졌다. 두 배가 아니라 거의 세 배가 됐다. 그동안 베트남은 세계 15위, 한국은 세계 6위의 교역대국이 됐고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가로 떠올랐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1만개를 넘어 섰다. 베트남 수출의 약 25%가 한국기업 생산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을 이곳에서 생산하며 10만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호찌민 시내의 고층건물 옥상에는 한국기업의 광고판이 많이 보였다. 그동안 익숙했던 삼성, LG, 기아 같은 대형 제조업체 외에도 금융, 유통, 서비스업체들의 광고판이 새로이 보였다. 미래에셋, 신한은행, CJ, CGV, 롯데, GS25 등이 그것이다. 재화의 교역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경제협력의 저변이 확장됐다는 반증이리라.

물자교류가 커지니 인적 교류도 많다. 필자의 귀국길 대한항공 기편은 초만원이었다.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대부분의 승객은 큰 짐 보따리를 든 베트남 사람들이었다. 아마 취업차 가는 근로자들 같았다. 한국으로 오는 베트남 유학생도 많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은 7만 5,114명으로 25년간 1위였던 중국(7만 6,541명)에 바싹 따라붙었다. 필자가 간여하고 있는 어느 지방대학은 반도체학과를 개설해 베트남 학생을 공부시켜 취업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단순 저임에서 고급 기술자로 베트남 인력에 대한 수요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에서였다.

인력교류의 하이라이트는 국제결혼, 베트남은 몇 년째 한국인의 국제결혼 상대국 1위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혼인 다섯 쌍 중 한 쌍이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다. 그래서 한국과 베트남이 ‘사돈의 나라’라는 표현도 나왔다. 취업과 결혼에 유용한 한국어 인증시험(TOPIK)은 응시자도 많고 수준도 까다로워 재수, 3수가 기본이라고 현지가이드는 귀띔했다.

사진= 필자 제공

효성 재직 시 하노이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베트남의 경제부총리가 주최한 현지 진출 한국기업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부총리는 상공부, 노동부 등 몇 개 경제부처의 차관급 공무원을 데리고 나왔다. 그 자리에서 발언기회를 얻어 언더아머(Under Armour)의 티셔츠를 입고 당시 유에스 오픈을 제패한 미국 프로골퍼 조단 스피스를 얘기했다. 단순한 티셔츠를 고기능성으로 바꾼 것이 효성의 스판덱스라는 신소재인데 효성은 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30%로 세계 1위라고 했다. 그런데 30년 전에는 효성도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기술을 배워와 한참 시간이 걸려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했다고 했다. 앞으로의 한·베트남 관계도 완제품 교역에서 기술개발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더니 부총리는 적극 공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베트남에도 KAIST 같은 대학을 설립했고 기업들에게는 기술 연수생 파견을 독려하겠다고 했다.

당시 필자의 머릿속에는 30여 년 전 한일재계회의에서 정세영 현대 자동차 회장이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郎) 도요타 자동차 회장에게 기술연수생을 줄이지 말고 그 해도 받아달라고 요청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 도요다 회장은 서슴없이 현대자동차 연수생들을 늘려주겠다고 했다. 베트남에 기술을 다 주면 한국은 뭘 먹고 사느냐는 어느 한국 참석자의 간담회 후 사석에서의 질문에 필자는 현대자동차에 기술을 가르쳐 준 도요타 자동차가 망했느냐고 반문했었다. 두 회사는 지금도 서로 잘 나가고 있다. 이것이 한·베트남 관계에도 적용될 미래의 모습이라고 본다.

물자에서 사람으로 그리고 기술로 교류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베트남에는 “홍강(紅江)의 기적”도 가능해 질 수 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이 3000Km라는 거리와 한 세대라는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셈이다. 필자의 휴대폰에는 몇 년 전 찍은 박항서 축구감독과의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을 보여주면 베트남 사람들은 예외없이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친근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업이 다리를 놓고 사람이 그 위를 다니게 됐으니 두 나라의 협력과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권오용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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