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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제무대서 빛난 ‘균형론자’ 이창용, 어떤 한은 총재로 기억될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4년 임기를 마친다.

국제무대서 빛난 ‘균형론자’ 이창용, 어떤 한은 총재로 기억될까

가계부채·부동산·환율 함께 본 ‘균형론’…성과·논란 동시에 낳아

고물가 목표 수준까지 낮췄지만 금리 판단 적기성 논란 끝내 남아

한은 국제 위상 높이고 정책 외연 넓혔지만 시장 혼선 키웠다는 비판도

환율 방어와 경기 부양 사이 딜레마 남긴 채 퇴장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균형론자’…외부 호평과 내부 냉정 평가 교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4년 임기를 마친다. 시장에서는 그를 두고 '고물가를 비교적 질서 있게 진정시키고,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으며, 한은의 역할을 확대시킨 총재'라는 평가와 '성장, 가계부채, 부동산, 환율을 모두 보려다 정책 타이밍 논란을 키운 총재'라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이 총재 재임 기간 기준금리는 3.50%까지 올라 장기간 유지됐다. 이후 2024년 10월 3.25%, 11월 3.00%로 인하됐고, 2026년 4월까지 2.50% 수준이 이어졌다. 소비자물가는 2022년 5.1%에서 2023년 3.6%, 2024년 2.3%, 2025년 2.1%로 낮아졌고, 2026년 2월 2.0%를 기록하며 목표 수준에 근접했다. 3월에는 2.2%로 소폭 올랐다.

이 총재를 둘러싼 평가는 대체로 둘로 갈린다. 우호적인 쪽은 '물가 안정'과 '중앙은행 신뢰 회복', 그리고 BIS 산하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 선임을 통한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주요 성과로 꼽는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 부동산, 환율을 모두 고려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의 적기를 자주 놓쳤다고 지적한다.

◆ 한은 본연의 임무 '물가 안정'…가장 분명한 성과

이 총재의 성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물가 안정이다. 팬데믹 이후 공급 충격과 대외 변수로 치솟은 물가를 목표 수준 근처까지 끌어내린 것은 분명한 실적이다. 공급 측 요인 완화와 정부 정책 효과도 있었지만, 한은이 3.50%의 긴축 수준을 장기간 유지한 점이 물가 안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데 시장의 이견은 크지 않다.

◆ '물가만 보는 중앙은행'에서 '금융안정도 보는 중앙은행'으로

한은의 정책 시야를 넓힌 점도 이 총재의 업적으로 꼽힌다. 그는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와 서울 집값, 금융불균형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2024년 여름에도 물가만 보면 인하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지만, 이 총재는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이유로 섣부른 완화 기대를 경계했다. '물가만 보는 중앙은행'에서 '금융안정까지 보는 중앙은행'으로 한은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 한은의 역할 '잠재성장률·저출산·구조개혁' 등으로 확대

한은의 역할을 통화정책 밖으로 넓힌 점도 주목된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 잠재성장률 저하, 산업구조 변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은이 단순히 금리만 조절하는 기관이 아니라 경제 구조 문제를 진단하는 싱크탱크 역할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겼다. 한은 본연의 역할을 넘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은의 정책 담론을 확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또한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 기반 디지털화폐 인프라를 추진한 것도 상징적이다.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 점 역시 주요 성과로 거론된다.

◆ 한국은행 '국제 위상' 끌어올려

국제무대에서의 존재감도 뚜렷했다. 이 총재는 2023년 11월 BIS의 CGFS 의장으로 선임됐다. 한은 총재가 글로벌 거시금융 논의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CGFS는 BIS 총재회의의 최고위급 핵심 협의체로 주로 G7 국가에서 의장직을 맡아왔다. 또한 IMF의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Michel Camdessus Central Banking Lecture)'에 한은 총재로는 처음 초청된 점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된다. 학계와 국제기구가 이 총재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 솔직하고 설명적인 커뮤니케이션 정착

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과 국회 답변에서 비교적 직설적이고 설명적인 화법을 택했다. 시장과 국민이 정책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리 방향이 복잡했던 2024~2026년 국면에서 정책 논리를 상세히 공개한 점은 한은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가장 큰 논란 '통화정책 타이밍'

반면 가장 큰 약점으로는 통화정책의 타이밍이 지목된다. 2024년 중반 물가가 상당폭 둔화했는데도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이유로 인하를 미루면서 정책 타이밍 논란이 커졌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인하 시점을 두고 시각차가 드러났다. 반대로 2026년 들어서는 환율 불안이 커졌지만 내수 부진과 부채 부담 때문에 다시 긴축으로 돌아서기도 쉽지 않았다. 시장 일각에서 "올릴 때도 늦고 내릴 때도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 금융안정 중시했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

이 총재는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재팽창 우려를 자주 들었다. 그러나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했음에도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뚜렷하게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그 사이 내수와 성장만 더 눌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은만의 책임으로 돌리긴 어렵지만, 금융안정을 중시한 정책 기조에 비해 체감 성과가 충분했는지는 논쟁이 남는다.

◆ 메시지가 많아질수록 시장은 헷갈렸다

이 총재의 직설적 소통은 장점이었지만 동시에 정책반응함수가 지나치게 복합적이라는 인식도 키웠다.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집값,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변수까지 동시에 언급하다 보니 시장 입장에서는 "무엇이 최우선 변수인지" 읽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명은 많았지만 예측 가능성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 경기 방어 성적표는 의문

성장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한은은 2024년 8월 2024년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4%로 낮췄고 이후에도 내수 둔화 압력이 계속 거론됐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업종이 경제를 끌었지만 체감경기 회복은 제한적이었다. 시장 일각에서 "이 총재는 위기관리형 총재로는 평가받아도 경기 반등을 이끈 총재로 기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 임기 후반 '환율 방어'와 '경기 부양' 논쟁

임기 후반에는 환율과 경기 사이의 논쟁이 더욱 선명해졌다. 2026년 2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2.50%로 인하한 뒤 신중한 기조를 시사했다. 물가는 목표 수준에 근접했지만 원화 약세와 대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공격적인 완화로 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4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당시 한은은 환율 변동성과 대외 불확실성, 내수 부진이 겹친 어려운 환경을 재확인했다. 물가만 보면 추가 완화를 검토할 여지가 있었지만, 환율과 대외 변수 탓에 성급히 움직이기 어려운 국면이었다

◆ 내부 평가 다소 냉정

긍정적인 외부 평가와 달리 한은 내부 직원들의 시선은 다소 박했다. 이 총재는 취임 전부터 젊은 직원 이탈과 낮은 급여, 경직된 조직문화를 문제로 지적했고 취임 후에도 처우 개선과 경력개발 지원, 공정한 평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는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성적만으로 하는 게 공정하지 않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내 임기에 대해서도 성적 하나로 평가하기는 그렇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제가 정책 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또 오지랖에 말도 많았다고 해서 더 싫어하는 분도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정책이라는 게 특히 통화정책이라는 게 무엇을 하게 되면 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손해 보는 분도 있고, 이익 보는 분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평가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중앙은행(총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오지랖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 어떤 문제가 있으면 한국은행이 해결해 줘야 된다는 기대가 굉장히 높아졌다"라며 "어떤 면에서는 기대가 높아진 것만큼 말도 많고 부정적인 얘기도 많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은행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면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적보다는 4년 동안에 내 능력과 한계 안에서는 나라 전체를 생각해서 가장 좋은 게 뭔가 그렇게 정책을 했다는 면에서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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