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하민혁씨가 착용한 중국 브랜드 어메이즈핏 스마트워치. [사진 하민혁씨]
2030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외교적 정서와 자신의 소비 생활을 분리하는 실용적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대학생 하민혁(24)씨는 손목에 중국 브랜드 어메이즈핏의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다. 그는 “요즘 러닝 동아리 안에서 크게 유행하는 제품”이라며 “위치정보시스템(GPS)이나 심박수 측정도 정확하고, 스마트폰 연동도 잘 된다. 가격은 더 저렴해 안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씨는 인터넷 강의 수강용 태블릿 PC를 살 때도 40만원에 달하는 국내 브랜드 제품 대신 중국 직구로 레노버 제품을 10만원대에 구매했다고 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에 재학 중인 최하민(24)씨는 자취방 제습기를 비롯해 빔프로젝터·키보드·마우스 등 각종 가전을 중국산 제품으로 마련했다. 최씨는 “어느 나라 제품인지 보다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라며 “국내 브랜드 제품이라면 200만원이 넘게 들었겠지만, 중국 제품을 사니 80만원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반응도 나타난다. 유통업계 스타트업에 다니는 최강(25)씨는 “지난해 글로벌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출장 갔다가 작은 홀 하나를 통째로 채우고 있던 중국 업체의 부스를 보며 매우 놀랐다”며 “중국산 전자기기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미 선풍기를 쓴다는 직장인 이윤수(25)씨는 “예전처럼 중국산은 ‘잠깐 쓰다 버리는 싸구려’란 선입견은 많이 사라졌다. 제품의 디자인과 성능에 집중하는 게 영리한 소비라는 인식이 늘었다”고 했다.
식음료나 문화 분야에선 중국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더 낮다. 이날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중국 완구 브랜드 해이원의 260㎡ 규모 대형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엔 20·30대 방문객이 가득 차 있었다. 랜덤 피규어 박스를 산 20대 남성 김모씨는 “디자인이 예쁘고 품질만 좋다면, 브랜드 국적이 중요하진 않다”며 “문화나 취미 영역에선 내 취향에 맞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는 대학생 이주연(23)씨는 “둘이서 10만원 넘게 나올 정도로 가격이 꽤 비싸지만, 다른 곳에선 같은 맛을 경험할 수 없어 주기적으로 매장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세계 최대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는 올해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판매 대수를 늘려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까지 BYD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599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53대)보다 983.4% 급증했다. 지난 2월 출시한 3000만원대 중형 전기 세단 ‘씰’이 판매를 이끌었단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실용적 소비 형태가 중국 브랜드 소비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정치·외교적 정서와 개인의 소비를 철저하게 분리하는 실용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이들은 서비스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지, 제품의 성능이 어떤지 등 철저하게 개인의 효용 관점에서만 소비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중국에 대해 가졌던 단편적인 비하 정서나 인식들이 실용적인 소비와 문화 교류 속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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