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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민연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재선임안 의결권 '미행사'..."책임 회피...

이 금속들은 반도체와 전력반도체, 방위산업, 항공우주, 배터리 산업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 자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고려아연이 보유한 '아연 제련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과 '하이니켈...

국민연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재선임안 의결권 '미행사'..."책임 회피...

MBK·영풍 약 42% vs 고려아연 우호지분 약 38%… 국민연금 4.5%가 승부 가르는 구조

의결권 자문사 7곳 중 다수 현 경영진 유지 권고… 국민연금 판단과 엇갈린 흐름

영풍 5년 연속 적자·환경 리스크, MBK 홈플러스 전례까지… 대안 검증 요구 커져

중국 국부펀드 CIC MBK 펀드 출자 논란… 핵심광물 기업 인수전 ‘안보 변수’ 부상

지난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현장. [사진=고려아연]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안건인 최윤범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유보했다.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가운데 가장 중요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중립'이 아닌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회의를 열어 오는 24일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이같이 심의했다.

수책위는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들었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나 사례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은 최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표 대결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 측 의결권 지분은 약 41~42%, 고려아연 우호 지분은 약 38% 수준이다. 격차가 크지 않은데 국민연금이 보유한 약 4.5% 지분은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단순 지분 이상의 영향력을 갖는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판단 기준으로 참고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안건에 대해 ‘미행사’를 선택한 것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판단 책임에서는 비켜선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의결권 자문사와 엇갈린 판단... 실적 격차는 명확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과도 엇갈린다.

글래스루이스, ISS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7곳은 고려아연 주총 안건 분석에서 현 경영진 중심의 이사회 유지에 무게를 뒀다. 다수 자문사는 최윤범 회장 선임에 찬성을, MBK·영풍 측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배경에는 실적과 사업 구조 차이가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매출 16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44년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왔다. 귀금속·희소금속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업황 변동성을 흡수했다.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을 기반으로 갈륨·게르마늄·인듐·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금속들은 반도체와 전력반도체, 방위산업, 항공우주, 배터리 산업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 자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고려아연이 보유한 ‘아연 제련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과 ‘하이니켈 전구체 설계·제조 공정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내 제련 산업과 주요 제조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반면 영풍은 2021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5년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2592억원으로 전년 1607억원 영업손실보다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됐다. 환경오염에 따른 조업정지, 가동률 하락, 재무 신뢰성 논란까지 겹치며 기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MBK파트너스 역시 홈플러스 사례를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산 매각과 차입 부담 확대, 경영 악화 문제 등이 반복되면서 투자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모습. [사진=고려아연]

중국 자금 논란까지 겹쳤는데... 판단은 끝내 유보

이번 분쟁은 산업·안보 이슈로도 확장되고 있다. MBK파트너스 6호 펀드에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약 4000억~5000억원 규모, 약정 총액의 5% 안팎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펀드는 고려아연 인수 시도 과정에서 활용되는 자금이다.

MBK 측은 CIC가 단순 재무적 투자자라는 입장이지만, 고려아연이 핵심광물 공급망과 직결된 전략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CIC는 과거 글로벌 광산기업 투자 전력이 있고 미국 의회 보고서에서도 전략적 자원 투자 성격이 지적됐다.

이처럼 실적, 환경 리스크, 투자 전례, 자금 성격까지 복합적인 변수들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은 최 회장 선임안에 대해서만 ‘미행사’를 선택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일부 안건에는 찬성, 일부에는 반대, 일부에는 의결권 분할 행사까지 병행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의결권 행사 기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어떤 원칙이 적용됐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부분 안건에 대한 찬성과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관련 의결권 행사 등을 언급하며 회사 전략의 방향성이 일정 부분 인정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침묵은 균형이 아니라 공백으로 남는다"며 "그 공백은 시장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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