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격화 속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최윤범 회장 등 이사 선임 안건에 의결권 미행사·반대 결정
-조현상·진옥동 등 ‘기업가치 훼손·주주권익 침해 이력’ 이유로 사내이사 선임 제동, 일부 상장사 이사 보수한도도 반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최 회장에게 기업 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보고, 표를 행사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전날 제5차 회의를 열고 고려아연, HS효성첨단소재, LG전자, 포스코퓨처엠, 네이버 등 13개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수책위는 이달 24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최윤범 사내이사 선임, 황덕남 사외이사 선임, 박병욱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 ‘미행사’를 결정했다. 이들 안건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선임되는 이사 후보들에 대한 것으로, 국민연금이 표를 던지지 않기로 하면서 최 회장 재선임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주주가 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주요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이 제도하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수책위는 이와 함께 고려아연의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수책위는 의결권 미행사 및 반대 대상자들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월터 필드 맥랠런·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최병일·이선숙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로 부여된 의결권을 2분의 1씩 나눠 행사하기로 했다. 영풍과 그 계열사 와이피씨(YPC), MBK파트너스 측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추천한 최연석·최병일·이선숙 이사 후보군과, 크루서블 조인트벤처(JV)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 이사 후보군에 대해 국민연금이 표를 절반씩 분산하는 방식이다.
이사 선임 안건을 제외한 고려아연의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등 다른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 축인 이사 선임 문제에만 선을 그으면서, 재무·지배구조 이외 안건에는 별도 이견을 두지 않은 셈이다.
국민연금은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사 선임과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잇달아 제동을 걸었다. 수책위는 HS효성첨단소재에서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기로 했다. 조 부회장이 과도한 겸임을 하고 있고, 기업 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이사 정원 축소 안건에 대해서도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켜 개정 상법의 취지에 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정했다.
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도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보고,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국민연금의 공개적인 반대는 지배구조와 책임경영 요구를 강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네이버, KB금융지주, 하이트진로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도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수책위는 이들 회사의 이사 보수 금액이 최근 경영 성과와 비교해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로서 상장사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왔다. 이번 결정은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고려아연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과 금융지주사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여부를 기준으로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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