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사건파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5년 2월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이 시작됐다. 소송이 제기된 지 1년6개월 만이다. 첫 재판에서 양측은 '이 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합병', '합병 과정에 위법이 없었다'고 공방을 벌였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국민연금이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기초 사실관계 정리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국민연금은 가해자와 피해자 지위를 중첩적으로 갖고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 입장인 만큼 피해자 지위에서 논리를 구성해 달라고 밝혔다.
양측 모두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상당인과관계, 책임 범위와 제한과 관련해 빠르게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합병 관련 분쟁인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과 한국 정부 간 투자자·국가 분쟁(ISDS) 등의 중재판정문을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연금 측은 "삼성그룹이 조직적인 승계 작업을 위해 합병을 진행했다"며 그룹 관계자와 사실상 이들의 내부자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 등 피고 측은 관련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주장하지만, 형사 판결의 결과만 살펴볼 수 없으며 각종 증거에 비춰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고 측은 합병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정이 없고,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관련 민형사 사건에서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문 전 장관 측은 "하자 없는 합병이었으며, 공단은 절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재판부는 공방을 위해 다음 기일을 지정했다. 2차 변론은 6월4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0.35의 비율로 합병됐다. 이는 제일모직 주식 1주의 가치를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가치는 시장 평가보다 높게, 삼성물산 가치는 낮게 평가돼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이 회장을 포함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최치훈 전 삼성물산 사장 △삼성물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 9명이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5억원이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소멸시효는 피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다. 합병이 의결된 주주총회를 기준으로 하면 소멸시효는 2025년 7월이다. 이에 국민연금은 소멸시효 만료를 10개월 앞둔 2024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은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한누리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했다. 이 회장 등 피고들은 각각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화우 등을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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