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기본사회위원회가 지난 6월9일 서울 국가AI전략위 회의실에서 합동 워크숍을 열고 ‘AI 시대, 포용적 기본사회 구축’을 위한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가AI전략위·기본사회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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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성 | 연세대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내걸고 데이터센터 건립과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에 속도전을 펼치는 한편 ‘인공지능 기본사회’ 실현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은 인공지능에만 몰두할 뿐 기본사회 청사진 마련과 정책 추진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다. 과거 산업화 초기의 노동 집약적 산업화와 달리 노동을 급격히 대체하는 인공지능 기반 성장은 처음부터 분배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불평등이 지나치게 심화할 것이 우려된다.
정부는 ‘인공지능 기본사회’를 추상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본소득, 기본자본, 기본서비스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조세와 재정의 혁신적인 개혁을 필요로한다. 그리고 2028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인공지능 기본사회’를 의제로 제안하여 인공지능 시대 새로운 사회보장 패러다임 모색에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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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와 유종성 연세대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필자 제공
필자는 지난 7월 중순 프랑스 파리 방문 시 ‘21세기 자본론’ 저자로 유명한 마 피케티 교수와 그의 비좁은 연구실에서 한시간가량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피케티는 2024년 브라질이 20개국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부유세를 의제로 올릴 때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와 함께 도운 적이 있는데,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 기본사회’를 의제로 올리면 적극 협력할 의사를 비쳤다. 그는 한국 정부가 과연 기본사회 정책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추진할 것인지, ‘인공지능 기본사회’를 20개국 정상회의 의제로 올릴 가능성이 있는지 필자에게 거듭 물었다.
피케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소수 자본가에게 부가 갈수록 집중되어 불평등이 심화한다는 자신의 핵심 명제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더욱 강력하게 실현될 것이라며,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글로벌 불평등은 물론 심각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그동안 발간하던 세계불평등보고서와 함께 ‘글로벌 정의보고서’(Global Justice Report)를 올해 새로이 펴낸 이유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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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는 특히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기본자본’(최소 상속제)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처럼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상당히 더 높고 특히 노인 빈곤율이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는 기본소득이 먼저 필요함을 인정하지만,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한국은 기본자본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공지능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성에 대비해 개발 속도 제한을 제안하는 등 인공지능 위험성 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와 주요 7개국, 20개국 등에서 인공지능 규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인공지능 시대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왔지만, 아직은 기본소득이 이러한 국제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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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인공지능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거나 악용될 위험성에 대한 대처뿐만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여 대량 실업과 최악의 불평등을 초래할 것에 대한 국가별, 지구적 차원의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인공지능에 의한 급격한 노동 대체를 완화하기 위해 노동과 자본에 대한 조세를 재조정해야 함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토큰(인공지능 모델에 의해 처리되는 데이터의 단위)과 로봇에 대한 세금 도입을 제안하였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 성장에만 집착하고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불평등에 대한 대응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직속 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지난해 가을 구성되어 12월 시안 발표에 이어 지난 2월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발표한 것에 비하면,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는 지난 4월 뒤늦게 출범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아무런 시안도 발표한 게 없다. 반도체 부문 초과 이윤의 배분을 둘러싼 논쟁이나 초과 세수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용도, 부동산 세제 개편, 하후상박 기초연금 개편 등 기본사회와 밀접히 연관되는 논의에서도 기본사회위원회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넘어서 전 국민 기본소득 및 기본자본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 기본사회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학계와 시민사회, 정부 및 국회와 적극적인 논의를 하고, 주요 정책 제안들에 대한 과학적인 실험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20개국 의장국으로서 인공지능 전환에 대응하는 기본사회에 관해 세계적 논의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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