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26 북미 월드컵을 제패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금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내셔널리즘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이벤트이자, 선수들이 죽음을(?) 각오하는 거대한 의례다.
본선 토너먼트전이 시작되면 골 한 방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거나 무너져 내린다. 흡사 모든 것을 건 단판 승부로 유명했던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 전투를 연상시킨다.
오다 노부나가는 1560년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병력이 10배나 많은 이마가와가(家)를 하룻밤 기습으로 쓰러뜨렸다. 이 전투로 이미가와는 몰락하고, 노부나가는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신성(新星)이 된다.
그로부터 40년 후인 1600년, 이번에는 천하 패권을 놓고 도쿠가와군(軍)이 토요토미군(軍)과 맞붙은 세키가하라 전투가 벌어졌다. 도쿠가와군이 승리한 이 전투 역시 반나절 만에 결판이 났다.
승부가 강렬하다보니 월드컵은 엄청난 흥분을 선사한다. 전국시대 전투도 대부분 ‘건곤일척(乾坤一擲)’ 스타일이라 후대인들에게 각인되는 이미지가 남달랐다.
하지만 아무렴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짜릿할 수 있을까? 국가대항전인 월드컵이 총력전 형태로 벌어지는 ‘일본형(型)’ 단판 승부라면, 외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나 비즈니스는 대부분 지대물박(地大物博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함)을 배경으로 하는 ‘중국형(型)’ 장기전에 가깝다.
땅이 좁아 일회성 전투가 중요했던 일본과는 달리 땅이 너른 중국에서는 전투도 전투지만 장기 전략과 보급 등 비전투적인 상황을 누가 더 잘 꾸리느냐가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였다. 지휘관인 무장(武將) 못지않게 정치나 경제에 밝은 문사(文士)가 우대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월드컵 단판 승부에 길들여진 ‘열광과 착시’를 버리고, 다시 외국 환경을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실패도 따지고 보면 나토 때문이 아니었던가?
/구주모(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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