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 글로벌 대세로 급부상
표준연, 이터븀 큐비트 충실도 99.9% 세계 최초 달성
전략기술 '양자중력계' 공개, GPS 대체 항법 등 활용 기대
송윤흥 선임연구원이 대덕특구 기자단에게 중성원자 컴퓨팅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송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중성원자 양자컴퓨팅은 큐비트를 3차원으로 쉽게 확장할 수 있는 고확장성, 긴 결맞음 시간, 고밀도 데이터 처리 능력 등이 뛰어나다. [사진=홍재화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호성)이 차세대 양자컴퓨팅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이 초전도 방식에 더해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을 새로운 핵심 연구 축으로 공식 포함한다고 밝힌 가운데, 표준연은 이미 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2029년까지 1천 큐비트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30일 표준연 첨단측정연구동에서 열린 삼성언론재단 지원 언론인 연구모임에서 송윤흥 중성원자 양자컴퓨팅 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중성원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기본 단위의 대상이기 때문에 모든 원자가 동일하다"며 "초전도 큐비트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똑같은 걸 만들 수 없지만 원자는 세계 어디에 있든 같은 물리 환경만 주어지면 똑같은 큐비트가 돼 확장성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표준연은 이터븀(Yb)이라는 원소를 이용한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이터븀은 시간의 단위인 '초'를 정의하는 원자시계 분야에서 차세대 원자로 연구되던 원소다. 이 원소는 전자가 2개 있어 세슘(전자 1개)보다 다양한 제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송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이터븀을 이용한 양자컴퓨팅을 만들었고, 단일 큐비트의 충실도와 생존률 모두 99.9%를 최초로 넘었다"며 "이는 1000 큐비트 이상의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는 진공 공간에 원자를 배열하고 레이저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초전도 큐비트처럼 고정된 칩이 아니라 원자 배열 자체가 칩 역할을 하며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장점이다.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는 특히 큐비트 간 상호작용을 필요할 때만 제어할 수 있어 오류 정정에 유리하다. [사진=홍재화 기자]
송 선임연구원은 "초전도 방식은 가까이 있는 큐비트끼리만 연결할 수 있지만, 중성원자는 원자를 움직여 연결할 수 있어 'any-to-any' 구조가 가능하다"며 "이렇게 하면 양자 오류정정에 필요한 리소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버드대 루킨(Lukin) 그룹과 연결된 QuEra 등은 중성원자의 이런 장점을 활용해 수십 개의 논리 큐비트에 대한 양자 오류정정을 보여줬다. 초전도나 이온 트랩 방식에서는 아직 하나의 큐비트에 대한 오류정정만 입증된 상태다.
이 같은 잠재력에 주목한 구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을 새로운 핵심 연구 축으로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초전도는 시간 축에서, 중성원자는 공간 축에서 확장에 유리하다며 두 기술의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송 선임연구원은 "구글이 10여 년간 초전도 방식을 해왔는데 중성원자를 시작한다고 지난주에 발표했다"며 "양자 오류정정이 어려워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중성원자 쪽에서 매우 효율적인 아이디어가 나온 상태라 잠재력을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표준연과 KAIST가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KAIST는 루비듐 등 기존 원소를 사용하며 원자 이동 기술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고, 표준연은 차세대 원소인 이터븀으로 더 높은 성능을 추구하고 있다. 두 기관은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하면서도 각각의 강점을 살려 연구를 진행 중이다.
표준연은 이번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통해 2029년까지 1천 큐비트 이터븀 기반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양자 AI를 위한 양자컴퓨터-HPC(고성능컴퓨팅) 연동형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날 연구모임에는 초전도 양자컴퓨팅 연구실과 양자중력계 연구실 현장 방문도 함께 진행됐다.
초전도 양자컴퓨터 시스템 연구단을 이끄는 홍창기 책임연구원은 "2022년 연구단이 만들어질 당시 5큐비트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0큐비트급 시스템을 완성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연했다"며 "2029년까지 2024년 구글이 달성한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초전도 방식의 최대 강점은 게이트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라며 "큐비트의 이완시간이 짧지만, 그 시간 동안 수십만 번의 계산을 할 수 있어 회로 깊이 확장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표준연은 2029년까지 오류정정 기능을 포함한 100큐비트급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에는 새로 준공한 양자동 건물로 이전해 클린룸을 갖추고 연구에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권택용 그룹장이 양자중력계를 설명하고 있다. 양자중력계는 냉각된 원자의 낙하를 이용해 중력을 정밀 측정하는 장비다. [사진=홍재화 기자]
이날 함께 공개된 양자중력계는 냉각된 원자의 낙하를 이용해 중력을 정밀 측정하는 장비로, GPS 신호가 차단된 잠수함이나 전시 상황에서 위성 항법을 대체할 수 있는 '원자기반 항법' 기술의 핵심이다.
권택용 원자양자센싱그룹 그룹장은 "양자중력계는 원자를 레이저로 냉각해 거의 정지 상태로 만든 뒤 자유낙하시키면서 중력을 측정한다"며 "기존 고전 중력계보다 정확도가 높고 연속 측정이 가능해 국가 중력 표준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33개의 절대 중력 기준점과 3천여 개의 상대 중력 기준점을 관리하고 있는데, 댐이나 교량 같은 대형 구조물 설계 시 정밀한 중력 데이터가 필수"라며 "양자중력계는 화산 활동 감지, 지하 자원 탐사, 도심 싱크홀 감지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 권 그룹장은 "전시에는 위성 항법을 사용할 수 없고, 잠수함도 수중에서는 GPS 신호를 받을 수 없어 주기적으로 부상해야 한다"며 "중력 지도를 구축하고 양자중력계를 탑재하면 위성 없이도 항법이 가능해 각국이 국가 전략 기술로 분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혁 양자기술연구소장은 "양자 기술은 국가 전략 기술로, 표준연은 초전도·중성원자·양자센서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균형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중성원자 분야는 구글의 합류로 글로벌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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