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좌표 압축기술로 사용량 1/6로 줄여...효율성 증대가 시장의 폭발적 성장 이끄는 '제번스의 역설' 나타날 수도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구글이 공개한 새로운 AI 모델 압축 기술인 '터보퀀트(TurboQuant)'가 반도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며 국내 주가를 강타했다. 구글이 이 기술을 공개하면서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장 초반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27일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천500원(3.61%) 내린 17만3천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만1천원(4.39%) 하락한 89만2천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하락세는 구글이 발표한 AI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의 영향이 크다. 터보퀀트는 AI 모델의 핵심 데이터인 KV 캐시의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 6분의 1 수준으로 압축하면서도 답변 정확도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시장은 이 기술이 실제 적용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반응했다. 전일 미 증시에서도 마이크론(-7.0%)과 샌디스크(-11.0%) 등 메모리 관련주들이 일제히 폭락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충격을 준 구글의 터보퀀트는 인공지능(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줄여주는 기술이다. 터보퀀트는 정확도 저하없이 모델의 크기를 극단적으로 축소하는 압축기법을 이용해 AI의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로 줄였다.
챗봇을 비롯한 AI 모델은 추론하고 답변을 생성하는 데, 사용자와의 이전 대화와 검색결과 등 주요맥락 정보가 필요하다. 대화가 오래 계속되면 메모리에 저장되는 맥락 데이터도 늘어나게 되고, 메모리 사용량도 그만큼 늘어나게 마련이다.
구글, "이를 통해 기존 방식에서 발생하던 메모리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 설명
구글은 터보퀀트에서 이와 같은 맥락 데이터의 크기를 줄이는 '극좌표양자화'(폴라퀀트)와, 오차를 줄이는 'QJL'(양자화 존슨-린덴스트라우스 변환) 기술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
폴라퀀트 기술은 AI가 다루는 데이터의 구조를 직교좌표계에서 극좌표계로 바꾸는 방식으로 크기를 줄인다. 예를 들면 동쪽으로 3칸, 북쪽으로 4칸 가라는 식의 지시를, 37도 각도로 5칸 가라는 식으로 바꾸는 식이다.
동서남북 네 방향밖에 없는 2차원 공간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가 데이터 크기를 그다지 줄이지 못하지만, 실제로 AI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수백∼수천차원 벡터 구조로 돼있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
구글은 이를 통해 기존 방식에서 발생하던 메모리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압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오차는 QJL 기술을 이용해 바로잡는다.
다만 1비트만을 소모하는 이 기술은 메모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일종의 '수학적 오류 검사기' 역할을 하게 된다. 터보퀀트 연구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인수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참여했다고 구글은 밝혔다.
이 기술이 메모리 사용량을 극단적으로 줄인다는 점 때문에 데이터센터 등을 운영하는 거대 기술기업들의 메모리 칩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다.
"기술의 영향력은 인정...당장 메모리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과도해"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메모리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시장 분석가들의 설명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딥시크 쇼크'와 유사한 단기 노이즈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 1월 딥시크 공개 당시에도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했지만 충격은 한 달을 가지 않았다"라며 "AI 모델의 효율성이 좋아질수록 비용이 하락해 접근성이 높아지고, 이는 오히려 총수요를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이러한 메모리 효율화 기술은 AI 인프라의 확장을 가능하도록 해 오히려 수요 증가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효율성 증대가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제번스의 역설'은 AI 모델이 가벼워지면(메모리 사용량 감소) AI 서비스가 더 보편화되어 오히려 전체적인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업계에서는 기술의 영향력은 인정하지만, 당장 메모리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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