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리서치가 AI(인공지능) 구동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로 줄이는 압축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를 지난 2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AI 답변 생성 과정인 ‘추론(Inference)’ 단계에서 ‘KV 캐시’를 최대 6배 압축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위 차트는 터보퀀트, 폴라퀀트 및 KIVI 기준 알고리즘에 대해 질문 답변, 코드 생성 및 요약 등 다양한 작업에 걸쳐 집계된 성능 점수를 보여준다. Lamama-3.1-8B-Instruct 모델에서 다양한 압축 방법에 비해 롱벤치 벤치마크에서 강력한 KV 캐시 압축 성능을 보여준다. 출처=구글 리서치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구글이 인공지능(AI)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를 공개하면서 반도체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기업 주가가 급락하며 ‘AI 시대=메모리 수요 폭증’ 공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 충격과 달리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AI 시장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는 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리서치가 지난 27일(현지시간) 공개한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추론 과정에서 사용되는 ‘KV 캐시’ 메모리를 대폭 줄이는 압축 기술이다. 기존 대비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한 것이 핵심이다.
AI는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이전 맥락을 지속적으로 저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메모리 사용량이 급증해왔다. 터보퀀트는 데이터를 더 단순한 형태로 표현하고, 필요 시 재계산하는 방식을 통해 이 병목을 줄였다.
특히 ‘폴라퀀트(PolarQuant)’ 방식과 ‘QJL’ 보정 기술을 결합해 압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기존 ‘AI 성능 향상=메모리 증가’라는 산업 공식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공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100조 원 넘게 증발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AI 인프라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그동안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됐지만, 메모리 효율이 높아질 경우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 병목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해결하기 시작한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와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과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7일 보고서에서 "결론적으로 압축 기술은 이미 기존에도 존재했던 기술이고, 해당 기술을 모든 업체가 사용하거나 보편화할 가능성 역시 미지수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해당 기술이 중장기적으로 보편화되어 비트당 수요가 효율화되면, 메모리 비용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AI 서비스의 전체 사용량 및 D램과 스토리지의 절대적인 수요량을 감소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KB증권 역시 이번 주가 하락을 단기 충격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터보퀀트 이슈로 인한 삼성전자 주가 조정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하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2만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30일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 인터넷 도입 초기 종이 사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디지털 문서와 이메일의 프린팅 확산으로 1995~2007년 12년간 종이 사용량은 급증했다"며 "이는 효율 개선이 총수요를 확대하는 '리바운드 효과'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라고 짚었다.
이어 "인공지능(AI) 역시 동일한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구글 터보퀀트와 같은 저비용 AI 기술은 진입 장벽을 낮춰 전체 AI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대하고, 이는 곧 연산량 증가와 함께 메모리 탑재량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의 공격적인 투자도 메모리 수요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4개사의 올해 AI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76% 증가한 1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들은 삼성전자에 대규모 선수금 지급과 함께 안정적인 메모리 확보를 위한 5년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전쟁에도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구축의 전략 자산인 동시에 공급 병목 장기화가 예상되는 메모리 구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KB증권은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5% 증가한 2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D램과 낸드 사업 이익 역시 각각 163조원, 47조원으로 큰 폭의 성장을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제번스의 역설'이 AI 산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번스의 역설은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자원의 이용 효율이 높아지면 오히려 비용이 낮아지고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체 소비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효율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사용량이 증가하는 구조가 AI 산업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저비용 AI 모델 등장 당시에도 시장은 일시적으로 흔들렸지만 이후 투자와 반도체 수요는 확대됐다. 이번 터보퀀트 역시 단기 충격 이후 장기 성장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도 이번 이슈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박 대표는 3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아직까지 완전 검증된 건 아닌 거 같다"라며 기술의 상용화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이어 "좋은 기술이긴 하지만 그것때문에 (우리 반도체 업계가) 치명타를 입거나 할 거 같진 않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메모리 반도체는 부족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단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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