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누리집
[이코리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웹 경험이 개인화되는 ‘AI 브라우저’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구글이 자사 브라우저 '구글 크롬'에 AI 기능을 본격 통합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 웹 탐색 중심이던 브라우저가 정보 이해와 작업 수행까지 담당하는 인터페이스로 진화하면서, 브라우저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다시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구글은 2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AI 기능을 통합한 ‘제미나이 인 크롬’을 한국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기능은 앞서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미국, 인도, 캐나다 등에 우선 출시되었으며 이번에 한국과 함께 일본, 호주 등 국가에 동시 출시되는 것이다.
이번 업데이트는 최신 AI 기능인 ‘제미나이 3.1’을 기반으로 하며, 데스크톱과 iOS 환경에 먼저 적용된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크롬이나 다른 앱을 사용하는 중에도 제미나이를 호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글은 이를 통해 브라우저를 단순한 웹 접속 창이 아니라, 정보를 이해하고 정리하며 후속 작업까지 이어주는 맞춤형 브라우징 도구로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데이트의 핵심 기능은 크롬 우측에 추가된 '사이드탭' 패널이다. 이용자는 탭을 전환하지 않고도 현재 보고 있는 웹페이지를 기반으로 긴 글을 요약하거나,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글은 시험공부를 위한 예상 문제 생성, 레시피 변형, 복잡한 웹 콘텐츠 정리 등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작업을 브라우저 안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미나이 인 크롬이 이전에 방문했던 페이지 맥락을 기억해, 나중에 다시 볼 탭을 부담 없이 닫을 수 있도록 돕는 점도 강조했다.
구글 서비스와의 연동도 특징이다. 제미나이 인 크롬은 지메일, 지도, 캘린더, 유튜브 등과 연결돼 현재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도 이메일 초안을 작성·전송하거나, 일정 추가, 위치 정보 확인, 동영상 내용 질의응답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열린 탭을 동시에 참고해 정보를 교차 확인하고 한 화면에서 통합할 수도 있다. 여러 쇼핑 사이트에 열어둔 상품 정보를 표 형태로 비교 정리하거나, 여러 자료를 토대로 회의나 팀 활동 아이디어를 모으는 식이다.
이미지 처리 기능도 포함됐다. 구글은 ‘나노 바나나 2’를 크롬 측면 패널에 직접 탑재해, 별도 파일 업로드나 새 탭 이동 없이 현재 브라우저 창에서 웹 이미지를 바로 변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텍스트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이미지 편집이나 배치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과거 대화 맥락을 활용해 보다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도 함께 소개했다.
보안 역시 강조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제미나이 인 크롬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Security by design’을 반영했으며, 모델이 프롬프트 인젝션 같은 알려진 위협을 식별하도록 훈련됐다. 이메일 전송이나 캘린더 일정 추가처럼 민감한 작업을 수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고, 자동화된 레드팀 훈련과 자동 업데이트를 통해 보호 체계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외에도 다수의 기술 기업이 AI 기반 검색 브라우저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챗GPT가 내장된 AI 브라우저 ‘아틀라스’를 출시했다.
아틀라스는 브라우저 자체에 챗GPT를 중심 인터페이스로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별도로 페이지를 이동하거나 내용을 복사·붙여넣지 않아도, 현재 보고 있는 웹 콘텐츠를 기반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브라우저가 사용자의 화면과 맥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는 구조다.
특히 ‘브라우저 메모리’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방문한 사이트와 탐색 이력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작업을 제안하거나 이전 활동을 이어가는 점이 핵심이다. 예컨대 과거에 확인했던 채용 공고를 다시 찾아 산업 동향을 정리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이어지는 탐색을 자동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능은 사용자 선택에 따라 관리·삭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에이전트 모드’를 통해 실제 작업 수행도 지원한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웹페이지를 탐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정리하는 것은 물론 일정 계획, 예약, 문서 요약 등 다양한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브라우저 내에서 탭을 열고 클릭하는 등 행동을 수행할지 여부를 사용자에게 확인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AI 기업 퍼플렉시티는 AI 기반 웹브라우저 '코멧'을 지난해 7월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안드로이드 버전을 선보이며 모바일 영역까지 확장했다.
코멧은 ‘AI 에이전트’를 전면에 내세운 브라우저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검색, 요약, 비교, 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단순히 검색 결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페이지와 여러 탭의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후속 질문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특히 ‘리서치 스레드’ 기능을 통해 하나의 주제에서 파생되는 관련 정보와 질문, 출처를 구조화해 제공하며, 긴 콘텐츠를 즉시 요약하거나 다중 탭 탐색을 줄이는 등 탐색 효율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음성 모드와 AI 어시스턴트 호출 기능을 결합해, 브라우저 내에서 대화형 탐색 경험을 강화했다.
AI 브라우저의 도입으로 과거 인터넷이 ‘웹사이트 중심’에서 ‘검색·피드 중심’으로 이동했다면, 최근에는 이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직접 입력하고 AI가 이를 수행하는 ‘결과 중심(outcome)’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가 웹 콘텐츠를 해석하고 요약하며, 나아가 예약·구매·문서 작성 등 실제 작업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확장되면서 향후 검색, 광고,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AI 브라우저 확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보안이다. AI 브라우저는 웹 콘텐츠를 입력값으로 받아 자동으로 행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프롬프트 인젝션 등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보안전문 매체 해커눈(The Hacker News)은 지난 21일자 기사에서 “AI 브라우저와 확장 기능은 웹페이지 내용과 사용자 입력, 세션 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있어 기존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넓은 공격 표면을 형성한다”며 “특히 이러한 도구는 사용자 대신 행동을 수행하는 특성상, 권한 오용 시 데이터 유출이나 계정 탈취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례도 보고됐다. 보안업체 제니티랩스(Zenity Labs)의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퍼플렉시티의 코멧 등 일부 AI 브라우저에서는 ‘프롬프트 인젝션’을 활용한 공격을 통해 정상적인 캘린더 초대만으로도 시스템 접근이 가능했던 취약점이 발견됐다. 공격자는 웹페이지나 이메일에 숨겨진 지시문을 통해 AI 브라우저가 이를 사용자 명령으로 오인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로컬 파일 접근, 디렉터리 탐색, 데이터 외부 전송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의 아틀라스 역시 출시 당시 웹페이지에 숨겨진 명령을 AI가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간접형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AI가 웹 콘텐츠를 직접 해석하는 구조 특성상, 문서 내부에 삽입된 지시문이 모델의 입력으로 포함되면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 브라우저 경쟁은 편의성과 자동화 수준을 넘어, 보안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