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롬 경기도가평교육지원청 장학사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손안의 작은 화면은 어른들의 일상을 넘어 아이들의 삶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모여 고개를 숙인 채 액정을 터치하고, 학교 운동장보다 유튜브와 SNS 알고리즘 속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없는 삶이란 이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정작 흥미로운 사실은 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직접 만들어낸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의 선택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자녀들의 아이패드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고, 빅테크 기업의 수많은 개발자와 CEO들은 자녀가 최소 16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과 SNS 접근을 철저히 차단한다. 누구보다 디지털 기기의 중독적 구조와 뇌 발달에 미치는 유해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가정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모들은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결국 아이의 손에 기기를 쥐여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지 못하고 또래 집단에서 소외당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 고학년 학부모의 70% 이상이 '친구 관계에서의 소외 위험'을 스마트폰 구매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아이들이 동네 골목에 모여 뛰어놀던 '골목놀이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알고리즘이 짜놓은 가상의 공간에서 또래 관계를 맺는 '디지털 고립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모두가 함께 약속을 만들고 지켜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한 아이만 스마트폰 없이 외롭게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교실 안의 모두가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면 말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이 거대한 변화를 향한 의미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밑바탕에는 세계적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의 저서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가 던진 경고가 있다. 하이트 교수는 청소년기 스마트폰과 SNS의 과도한 사용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우울과 불안, 주의력 결핍을 폭증시켰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해법이 바로 '폰 프리 스쿨(Phone-Free School)'이다. 폰 프리 스쿨이란 단순히 휴대폰을 빼앗는 통제가 아니다. 학교 일과 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내려놓고, 몰입과 관계 형성을 되찾는 교육적 환경을 뜻한다. 나아가 이 정책은 경기도교육청의 'RAS(Reading·Arts·Sports) 교육'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스마트폰을 꺼둔 자리를 비워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시간에 독서(Reading), 예술문화(Arts), 스포츠(Sports)라는 가치 있는 경험을 채워 넣는(RAS On) 것이다. 작은 액정에 빼앗겼던 시선을 책과 그림,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운동장으로 돌려놓겠다는 선언이다.
물론 이 도전이 하루아침에 강압적인 수거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 아무리 취지가 훌륭한 정책이라도 현장의 충분한 공감대와 숙의 과정이 없다면 부작용과 반발을 낳기 마련이다. 학교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학생자치회가 주도하여 스스로 약속을 정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규제'가 아닌 '자율적 자치 문화'로 자리 잡을 때, '폰 프리 스쿨'은 비로소 단단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한 아이의 외로운 선택이 아닌, 학교 공동체 모두의 약속으로 만드는 '폰 프리 스쿨'과 'RAS 교육'. 아이들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풍요롭게 가꾸어 갈 경기도교육청의 여정에 현장의 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기꺼이 동행해 주길 소망한다.
/강아롬 경기도가평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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