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국 울산 삼산고 교사
아침 기상이 힘들다. 알람을 끈다. 몸을 움직인다. 비몽사몽 스트레칭한다. 아침 청소를 한다. 몸이 조금 깨는 듯하다. 씻고 나서야 정신이 든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출근길 할 일을 떠올린다. 동시에 편안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한다. 나의 하루는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학생이었던 아주 오래전 어느 시험 시간, 정답지 종이에 답을 수정하기 위해 지우개로 지우는 순간 종이가 찢어지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교사가 되고 난 후에도 시험지를 직접 자필로 문제를 적어 인쇄했던 기억이 있다. 편지나 엽서를 써서 좋아하는 방송에 보내고 사연이 소개되기를 많은 소녀들이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우리들의 추억은 아날로그로 가득하다.
어느 날 디지털로 우리는 소통하기 시작했다. 편지 대신 메일을 보내고 테이프나 CD 대신 MP3 파일로 음악을 들었다. 세상은 무섭게 변했다. 지금 우리는 광섬유로 가능한 5G 시대를 살고 있다. 광섬유는 진기 신호가 아니라 빛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초고속 인터넷망에 사용되는 매체라고 한다.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유리나 플라스틱 가닥을 통해 빛의 신호로 정보가 전송된다고 한다. 중심부 빛이 이동하는 통로인 코어에서 굴절률이 높은 정보 신호가 코어를 감싸는 굴절률이 낮은 클래드에 부딪힐 때 빛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모두 반사되는 전반사 원리에 의해 빛을 중심 코어(Core) 내부에 모두 가두어 장거리까지 손실을 최소화하여 고속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광섬유 한 케이블은 초당 32TB=3만2000GB까지 전송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케이블이 있으면 1초에 1GB 영화를 3만2000 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서울 정도이다.
정보통신기술은 아날로그 음성 통화가 가능했던 1G 시대를 거쳐 음성과 문자를 디지털로 전달하던 2G 시대를 지나왔다. 느리지만 인터넷으로 동영상,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3G 시대를 넘어왔다. 4G 표준의 하나로 LTE(Long Term Evolution)가 사용되어 이동 중 100Mbps, 정지 중 1Gbps(100M-1Gbps)의 전송이 가능한 4G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4G보다 20배 이상 빠른 20Gbps 속도의 전송이 가능한 5G 시대를 맞이했다. 물론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정보 집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만나고 소통한다. 우리의 흔적들은 데이터로 박제된다. 너무나 빠르게, 많이, 그리고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속담 중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누구의 이야기도 모두에게 전해질 수 있다. 이제는 낮말도 데이터로 박제되고 밤말도 클라우드에 기록된다.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서로의 대화로 상처받고 있다. 아이들은 아날로그가 익숙한 나와 다르다. 학교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야 한다.
이현국 울산 삼산고 교사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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