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만드는 편견의 서사
괴물의 탄생,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이영아 옮김
2026년 08월 27일(목) 07:00
16세기 파리에서 살았던 앙투아네트 곤살부의 초상화는 ‘동물 섹션’에 실렸다. <현암사 제공>
아마도 사람들이 괴물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중의 하나는 메리 셀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그 괴물일 것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시체에서 떼어낸 부위들을 이어 붙인 다음 전기를 이용해 생명력과 지각력을 불어넣어 괴물을 만들었고, 결과는 끔찍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의 켄타로우스나 인간의 몸과 황소의 머리를 가진 미노타우로스, 늑대인간 역시 익숙한 괴물이다. 19세기 서구 사회에서는 털이 많은 인간 등 특이한 신체를 가진 이들을 괴물이라는 굴레에 씌워 전시하기도 했다.
영국 국립 도서관 큐레이터 출신으로 인류학, 예술사, 사상사, 과학사 등을 공부해온 역사가 수레카 데이비스의 ‘괴물의 탄생: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는 지난 4000년 동안 행해진 괴물 만들기가 어떻게 지금의 세계를 만들었는지 고대 지중해 지역, 유럽과 그 제국들, 아메리카 대륙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저자는 ‘정상’이라는 정의에서 배제되고 낙인 찍히는 모든 존재를 포괄해 폭넓게 괴물을 정의했다. 괴물들의 공통점은 육체나 행동이 정형성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을 초월하는 것으로 ‘범주’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괴물 만들기’는 단순히 상상력의 산물에 그치지 않고 인종, 국가, 젠더와 섹슈얼리티 등 사회적 범주를 구축하는 과정과 직결돼 우리가 과학, 사회, 인류를 사유하는 방식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인류는 경계에 위치한 존재들을 괴물로 정의함으로써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괴물이 아니고 정상이라는 데 안심해왔다. 괴물이란 결국 타자를 향한 두려움의 반영이자, 인간의 또 다른 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따라서 괴물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16세기 프랑스에 살았던 앙투아네트 곤잘레스는 한 책에서 “머리는 원숭이처럼 털로 뒤덮이고 몸은 털 하나 없이 매끈한 20대 여성”으로 묘사됐는데 그의 초상화는 16세기 박물학자가 동물들의 이미지를 모아놓은 책의 ‘동물 도판’ 코너에 실렸다. 현대적 관점에서 봤을 때 앙투아네트와 그 가족들은 다모증이라는 질병을 앓았을 뿐이다.
과거 사람들은 또 특정 기후대에 괴물이 산다고 믿거나,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인간이 괴물이 되기도 한다고 여겼다.
괴물 만들기는 전염성이 있다. 공동체나 국가에 속하지 않는 사람, 공동체의 통합성과 고유성을 위협한다고 상상되는 ‘괴물 같은 존재들’에 관한 수백 년의 서사는 또 다른 유사한 서사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나치가 유대인과 장애인, 흑인, 집시를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논리를 만들어 낸 게 대표적이다. 요즘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도 예외는 아니다.
“괴물은 시공과 문화를 관통하여 인류의 다음 행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문”이라고 정의한 저자는 타인을 괴물로 본 사람들, 특정인을 상정된 정상이나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위협이 되는 존재로 규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한 자들의 편견과 의도, 해석까지도 꼼꼼히 밝혀낸다.
저자는 “육체를 가진 인간이 점점 더 성가신 존재, 즉 괴물로 몰리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묻고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괴물이 다름아닌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마주해야한다”고 말한다.
<현암사>
/김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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