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주최로 23일 본부 강당에서 진행된 2026년 지역경제포럼 모습.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제공.
호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지역 경제의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발전량 확대를 넘어 ‘생산-산업-소득’이 결합된 통합 경제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2026년 7월로 예정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기점으로, 수도권 중심의 전력 공급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 내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에너지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본부장 황광명)는 23일 본부 강당에서 ‘광주·전남지역 재생에너지 현황 및 발전 방향’을 주제로 2026년 지역경제포럼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국내 태양광, 2020년 정점 찍고 하락…2030년 반등 기대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한국수출입은행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흐름과 국내 태양광 산업의 현황을 짚었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산업은 온실가스 감축 요구, 발전단가 하락, AI·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등을 배경으로 지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2020년 5.5GW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2024년에는 3.1GW에 그쳤다.
다만 신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내 RE100 확산 등에 힘입어 2030년에는 4GW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구조적 제약이다. 전력망 연계 제한과 신규 사업 허가 중단, 인허가 지연과 송전망 부족, 주민 수용성 및 환경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국내 태양광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강 연구원의 진단이다.
국내 태양광 제조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현지 생산이 늘면서 수출이 줄었고, 저가 중국산 부품 수입이 확대되면서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강 연구원은 타개책으로 전력 계통 부족 해소 및 ESS 확충, 저탄소 모듈 인증 개선을 통한 국산 제품 수요 확대, 영농형·주차장형·집적단지형 등 입지 유형별 설치 의무화 제도 도입,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을 제안했다.
광주 전력 자립률 9.3% vs 전남 213.4%…극단적 불균형
두 번째 발표자인 전남연구원 조승희 실장은 광주·전남의 에너지 수급 구조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광주는 가정·서비스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로, 에너지 소비량과 전력공급량 모두 전국 15위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전력 자립률은 9.3%로 전국 16위에 불과하다.
전남은 정반대다. 석유화학·철강 등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갖고 있으며, 에너지 소비량은 전국 1위, 전력공급량은 전국 2위다. 전력 자립률은 213.4%로 경북(228.1%)에 이어 전국 2위다.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된 신안군·영광군·해남군·영암군이 이를 견인하고 있다.
조 실장은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지난해 11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계기로 지역 에너지 산업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RE100 산단 조성을 통해 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철강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공정의 저탄소화 전환도 과제로 제시됐다.
주민 수용성 문제에 대해서는 햇빛연금(태양광)·바람연금(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도 확대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생산만 늘려선 안 된다, 수요와 계통을 함께 잡아야”
지정토론에서는 전남대 이찬영 교수의 사회로 각계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토론 참가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계통접속 제한과 낮은 설비 가동률로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마이크로그리드와 AI 기반 가상발전소(VPP) 시스템을 통한 잉여전력 활용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RE100 산단 유치를 위해서는 전력요금 외에도 정주 여건, 교통 인프라, 우수 인력 확보 등 복합적인 유인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남이 사실상 '재생에너지 수출지'에 머무르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전남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서 소비하는 기존 구조를 탈피해, 지역 내 데이터센터·RE100 산업단지 등을 통해 소비 거점을 직접 만들어야 계통 부담을 줄이고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재생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단순 생산 확대'에서 벗어나 '생산-소득-소비-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광주·전남이 공동의 에너지-산업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과 햇빛연금 같은 주민 참여형 모델을 통해 갈등을 줄이고, '주민 투자 참여-지역 소득 창출-공동체 기반 운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단순한 재생에너지 생산기지가 아니라 에너지·산업·지역경제가 결합된 새로운 성장모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한 공동 산업 유치, 광역전력 수급 연계, RE100 대응 산업단지 조성, 공동 인력 양성 및 기업지원 체계 마련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