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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관세에서 정책으로"…美 통상 압박, 韓 산업정책 정조준

실제로 이번 보고서에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조달 과정에서 외국 기업 참여 제한 사례가 언급되는 등, 국내 기업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 구조가 통상 이슈로 연결될 가능성이 드러났다. 송 원장은 "특정 산업 육성이나...

"관세에서 정책으로"…美 통상 압박, 韓 산업정책 정조준

무역장벽 9개→12개 확대…산업정책·조달·디지털까지 포함

‘정부 개입’ 전반 통상 이슈화…301조 조사 등 후속 압박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드림 시티 교회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AP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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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을 주요 무역장벽 대상국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단순 관세를 넘어 산업 정책과 공공조달 구조까지 문제 삼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특히 무역장벽의 개념이 ‘공정 경쟁을 왜곡하는 정책’으로 확장되면서, 정부 지원과 공급망 전략까지 통상 이슈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26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살펴보면, 한국 관련 서술은 전년보다 확대됐고, 지적된 무역장벽 항목도 9개에서 12개로 늘었다. 산업 정책과 조달, 디지털 인프라 등 새로운 영역이 포함되며 문제 제기 범위가 넓어졌다. 통상 압박의 대상 자체가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장 큰 변화는 압박 방식이다. 미국은 그간 관세를 중심으로 통상 갈등을 전개해 왔지만, 최근에는 특정 정책과 제도를 직접 겨냥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무역장벽을 ‘공정 경쟁을 왜곡하는 정책’으로 정의하면서,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모든 정책을 문제 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향후 무역법 301조 조사나 양자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비시장 정책 및 관행(NMPPs)’ 항목의 신설이다. 해당 항목은 특정 규제나 조치가 아니라 산업 정책과 공급망 대응, 정부 조달 방식 등 국가의 시장 개입 전반을 포괄한다. 자국 기업을 우대하거나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개입 등이 모두 통상 이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압박 강화가 아니라 방식의 ‘확대’와 ‘정교화’로 해석한다. 송해영 코딧 글로벌정책 실증 연구원 원장은 “기존에는 개별 규제나 조치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제는 정책과 제도 전반을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문제 삼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결국 국내 정책 설계 영역까지 통상 압박의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산업정책과 규제, 시장 구조 설계 전반에서 정책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지원과 공공조달에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의 경우 정책 변화가 곧 사업 환경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에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조달 과정에서 외국 기업 참여 제한 사례가 언급되는 등, 국내 기업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 구조가 통상 이슈로 연결될 가능성이 드러났다.

송 원장은 “특정 산업 육성이나 공공조달 우대, 데이터·플랫폼 규제 설계 등은 정책 목적과 무관하게 ‘차별적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며 “국내 정책에 기반해 성장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제 충돌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제도에 의존한 사업모델일수록 해외 확장 과정에서 제약이 커질 수 있고, 투자자 역시 정책 지속 가능성과 통상 리스크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통상 이슈가 특정 부처의 대응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산업 정책은 물론 조달, 디지털, 조세, 노동·환경까지 다양한 영역이 동시에 연결되면서, 개별 사안 중심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목적과 별개로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효과가 발생할 경우,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응 방식 역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을 만든 뒤 통상 마찰이 발생하면 해명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설계 단계부터 통상 리스크를 점검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산업정책의 공익 목적과 비차별성, 국제 정합성을 사전에 검토하고, 정부·국회·산업계가 함께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 원장은 “이제 통상 이슈는 철강이나 자동차 같은 전통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위치정보, 클라우드, 공공조달, 플랫폼 규제처럼 스타트업 생태계와 직결된 정책들도 통상 쟁점으로 포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함께 대응 구조를 갖추고, 스타트업 역시 정책·법무 대응 역량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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