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과학의 날 특집기획] '다이얼' 돌리던 나라, 'AI 주권'을 선언하다… E...

1976년 설립된 ETRI는 TDX를 시작으로 메모리반도체(DRAM), 이동통신시스템(CDMA, LTE),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AI)... 특히 이동통신 기술과 반도체 기술은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핵심 요소였다. 스마트폰, 컴퓨터...

[과학의 날 특집기획] '다이얼' 돌리던 나라, 'AI 주권'을 선언하다… E...

ETRI

전화를 개통하기 위해 수년을 대기하고, 값비싼 외산 통신 장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1980년대. 척박한 환경 속에서 피어난 ‘전전자교환기(TDX)’ 기술은 대한민국 통신 독립의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독립’을 화두로 던졌다.

이번에는 통신망이 아닌, 미래 산업의 명운을 쥘 ‘인공지능(AI) 주권’이다.

타 언론과 학계의 이목이 쏠린 ETRI의 50주년은 단순한 과거의 향수가 아닌,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출사표였다.

◆TDX에서 AI까지 … ETRI 50년, 대한민국 기술을 만든 시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화와 인터넷, 스마트폰 기술 뒤에는 ETRI의 연구성과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통신 기술 자립의 출발점이 된 전전자교환기(TDX)가 개통된 지 40년이 되는 해와 맞물리며 ETRI의 지난 50년은 단순한 연구의 역사를 넘어 ‘대한민국 기술 발전의 이야기’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1976년 설립된 ETRI는 TDX를 시작으로 메모리반도체(DRAM), 이동통신시스템(CDMA, LTE),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산업의 핵심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스마트폰 통화와 데이터 통신, 인공지능 서비스까지 많은 기술이 ETRI에서 시작됐다.

◆50년 산업파급효과 494조 원 … 산업을 움직인 기술

ETRI의 연구성과는 단순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50년 동안 ETRI가 만든 기술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약 494조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 냈다.

하나의 기술이 개발되면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기업이 성장하며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ETRI의 기술들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해온 것이다.

특히 이동통신 기술과 반도체 기술은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핵심 요소였다. 스마트폰, 컴퓨터, 통신장비 등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기술들이 있었다.

이처럼 ETRI의 연구는 단순히 ‘실험실 안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과 경제를 움직이는 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TDX 40주년 … AI 주권으로 이어지는 기술 자립

50년 ETRI의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술은 단연 전전자교환기(TDX)다.

1980년대 당시 우리나라는 통신 장비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ETRI는 자체 기술로 교환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통신 기술 자립을 이뤄낼 수 있었다.

TDX는 단순한 장비를 넘어, ‘우리 기술로 만든 첫 통신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경험은 이후 DRAM과 CDMA 같은 기술 개발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을 ICT 강국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ETRI가 TDX 개통 40주년을 맞아 진행한 ‘AI 주권 수호’ 서약식은 TDX 공로자에서 향후 AI 시대를 책임질 ETRI 연구원들로 이어지는 ‘세대를 잇는 기술 계승’의 의미를 담은 자리였다.

이는 과거 통신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 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기술 주도권을 스스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즉, 미래 AI 기술 역시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이다.

◆올해의 연구자상에 김혜진 박사

이번 50주년 기념식에서는 미래기술을 이끌 연구자도 함께 주목받았다. 올해의 ETRI 연구자상은 김혜진 책임연구원에게 돌아갔다.

김 박사는 로봇이 사람처럼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이 손으로 물건을 만질 때 힘을 조절하듯, 로봇도 물체의 단단함을 느끼고 적절한 힘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김 박사는 360도 방향에서 촉각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로봇 손가락 형태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 덕분에 로봇은 유리컵처럼 깨지기 쉬운 물건도 안전하게 잡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로봇을 넘어,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이나 의료·재활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기술은 기업으로 이전되어 약 17억 원 규모의 매출로 이어지며 산업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끊임없는 혁신, 미래를 만드는 ETRI 기술

ETRI는 현재도 우수한 연구성과를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1312건의 국제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창출한 특허기술료는 1313억 원에 달한다.

또 6G 이동통신,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선정에서도 여러 해 연속 최다 성과를 기록하며 연구기관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술은 단순히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과 서비스로 이어지며 우리의 삶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차세대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더 빠르고 편리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TRI의 지난 50년은 대한민국이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을 키워온 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50년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전화 한 통을 우리 기술로 연결했던 TDX에서 시작된 도전은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 미래 통신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 ETRI의 다음 50년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기술 독립의 역사를 써 내려온 ETRI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