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피고인 차명계좌 아냐” 판단
‘뇌물 혐의’ → ‘무죄’ 판결 뒤집혀
공여자 등 피고인 3명도 공소기각
7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경찰 간부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뇌물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1심 징역 10년에서 형량이 대폭 줄었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고소·고발 없이 자체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첫번째 사건이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청탁금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전자금융거래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무관 김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억1016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20~2023년 사업가 A씨로부터 사업 편의 제공과 형사 사건 담당 경찰관 알선 명목으로 7억5000만원 상당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공수처는 김씨가 차명계좌, A씨의 신용카드, 자녀 교육비 대납 등의 방식으로 뇌물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 재판부는 차명계좌로 지목된 계좌를 김씨 소유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로부터 6억3000만원이 해당 계좌로 입금됐단 사정만으로 그 돈을 A씨가 김씨에게 지급한 금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에게 자녀 교육비 1300만원을 대납시킨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A씨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A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노트북 등을 받은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금품 수수 액수가 1억원이 넘고 범행이 2년7개월 동안 계속됐는데, 김씨는 그에 상응하는 죄책을 져야 함에도 수사 과정에서부터 범행을 부인했다”면서도 “30년간 경찰에서 비교적 성실히 근무했고, 6개월 남짓한 수감 기간 동안 반성 기회를 가진 점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나머지 피고인 3명에 대해선 공수처의 공소제기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와 관련 범죄의 수사권을 가지고 있으나, 기소 및 공소유지 권한은 고위공직자 본인 또는 가족이 범한 범죄에 대해서만 가진다”며 “A씨 등에 대한 공소제기는 법률을 위반해 무효”라고 했다. 공수처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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