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출석률 99%, 아이들이 '사람 많다' 느끼는 학교의 비밀
하늘은 푸르고 팔거천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주말 낮, 아파트 후문을 나서 길 건너 풍경을 바라보다가 '주말에 학교를 가다니' 하고 잠시 한숨이 나왔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이 분주하게 칠곡운암역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 야구 개막인가.' 남쪽으로 향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막내가 다니는 다부초등학교 총회가 있는 날이었다.
막내가 다니는 학교는 공립이지만, 학부모회 운영이 남다르다. 연간 교육과정 수립과 운영에 학부모가 적극 참여하며, 교사·학생·학부모가 교육의 3주체로 함께 학교를 만들어 간다. 15년 넘게 이어진 공동체적 교육 문화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막내는 지난해 3월, 4학년 1학기에 이 학교로 전학을 왔다.
전교생 40명도 채 되지 않는 학교에서 다니다 80여 명 규모의 학교에 온 아이는 "학교에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절대적인 학생 수는 여전히 소규모지만, 아이에게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환경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많다'는 느낌은 단순히 숫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학교에는 관계와 접촉의 밀도가 높았다.
학교에서는 매일 30분의 놀이 시간이 주어진다. 대부분의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나와 함께 논다. 그물놀이터와 흙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분주히 오가고, 운동장에서는 땀에 젖은 채 공을 차거나 던진다.
학년 통합 모임인 '두레'와 전체 모임인 '다모임'을 통해 아이들은 매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를 마주한다. 학교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집을 오가며 놀고, 방학이면 함께 1박 2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아이가 '사람이 많다'고 느낀 것은 이런 관계와 활동의 밀도 때문일 것이다.
학부모 참여와 공동체 정신
학부모는 매월 1회 반모임에 참여한다. 막내 학년은 15명, 14가정(쌍둥이가 있다)이 참여하며 출석률은 거의 99%다.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고는 가정당 한 명이 꼭 참석한다. 글쓴이도 작년에는 전학 온 아이의 학교 사정을 알아야 하고 안면을 익혀야 하므로 결석 없이 출석했다.
반모임에서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학부모들이 아이들 성장과 공동체 운영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내 아이 말고 우리 아이'라는 구호가 화석이 된 줄 알았는데 그걸 살아내려는 양육자들이 있다는 게 반갑고 고마웠다.
2026년 3월, 새 학년 담임 선생님이 반모임에 참석했다. 3주간 아이들과 지낸 이야기와 올해 학급 운영 계획을 안내했으며, 이후 이어지는 학부모 회의도 참관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 관계 문제를 솔직하게 전하고, 학부모들은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으로 이끌지 함께 고민했다. 선생님은 고학년 아이들이 관계 문제에 '둔감'해지도록 하고, 공부와 자치 활동에는 몰입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의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의논이 끝날 무렵, 한 학부모가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다. 회의를 마치려는 타이밍이었다.
"우리 민철이(가명)가 준호(가명)에게 야구를 하자 했는데, 준호가 싫다 했대요. 민철이가 '다부초는 공동체니까 같이 놀자'라고 하자, 준호가 '다부공동체는 망했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이야기해 보면 좋겠어요."
단순한 놀이 권유와 거절의 대화지만, 아이들이 '공동체'라는 말을 사용하고, 공동체의 흥망에 대한 감각까지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사례를 단순히 흘려듣지 않고 반모임에서 성찰 질문으로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다.
3월 반모임에서 나온 이 질문을 일주일 동안 곱씹었지만, 나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2026학년도 총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총회와 학부모회 참여
총회 당일, 하늘은 맑고 봄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야구 개막일이기도 한 이날, 나는 2026학년도 학부모회장으로 선출될 동료를 차에 태우고 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에 차량 연료 부족 신호가 켜져 잠시 주유를 하느라 10분 정도 늦었다. 나로인해 신임 회장이 늦게 도착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컸다.
"괜찮아, 전임 회장이 진행하고 있을 거야. 안전하게만 갑시다"하니 더 미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디쯤이냐'는 전화가 왔다. 더 조바심이 났다.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는 데 미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늦는다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무거운 것은, 단순한 행사 참석이 아니라 소중한 공동체의 순간을 잘 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임을 깨달았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여러 교육과정을 통해 이런 마음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면 좋겠다. 실제로 선생님 한 분 한 분, 학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성을 들여 기꺼이 헌신하는 순간들이 모여, 다부교육공동체의 결이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이다.
총회에서 선생님들은 올해 아이들과 '많이 걷겠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체험학습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에서도 다부교육공동체 아이들은 전교생이 함께 산행을 하게 된다. 셔틀 담당팀은 버스 운영 규약과 각 상황에서의 약속을 자세히 안내하며 학부모들의 충분한 이해를 도왔다.
학부모들이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동아리 홍보 시간도 알차게 진행되었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학년 통합 프로그램 '두레'에 따라 두레 학부모들은 상견례 시간을 가지며 타 학년 학부모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교과전담으로 새로 오신 선생님이 이끄는 밧줄놀이에 참여하며, 학부모들은 깔깔 웃고 수십 년 만에 포크댄스를 추며 오른쪽 왼쪽으로 투스텝을 밟았다. 그 순간, 길가에서 야구장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부럽지 않았다. 밧줄놀이를 지도한 교과전담 선생님은 십수 년 전 다부교육공동체를 처음 시작할 때 함께한 교사라고 한다.
총회를 돌아보며, 나는 '교육공동체라는 이상이 정말 아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질문을 조금 바꿔 '교육공동체의 이상을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가'로 생각하며, 2026년에는 좀 더 세심하게 다부교육공동체를 바라보고 기록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우리 집 막내에게 맞춘 초점을 조절하고, 교육공동체 속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 성장을 기쁘게 응원하고 싶다. 동시에 다부교육공동체를 통해 비춰지는 내 마음을 살피며, '공동체와 교육'이라는 오래된 질문에도 천천히 답을 찾아가려 한다.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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