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전 공공기관 예치금 7조원대…부산은행 비중 14.9%
보금자리론 비수도권 비중도 2년 새 9.6%포인트↓…“돈의 흐름 바꿔야”
“부동산보다 기업, 실적보다 기술 투자”…기보 재원 확충 주문도
[편집자주] <주간한국> 공기업·금융 담당 강민혜 기자가 ‘공기업 레이더’를 통해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변화와 전략을 진단합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업권 특수성을 결합한 각 기관 및 기업별 생존 전략도 알아봅니다.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공기업 경영 전반에 제기된 현안과 책임 경영 과제도 짚어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가 잠시 정회한 모습이다. 사진=강민혜 기자
[주간한국 강민혜 기자]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의 추가 지역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미 지역으로 옮긴 금융 공기업들이 실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두고 국회에서 지적이 이어졌다. 본사는 지역으로 옮겼지만 막대한 여유 자금은 여전히 수도권 시중은행에 예치하고, 정책금융 상품의 비수도권 공급 비중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야 할 정책금융기관의 재원을 확충해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15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아울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중위) 국감에서는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모두 금융 공기업의 역할을 둘러싼 것이다.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44곳을 내년부터 세종으로 단계적으로 옮기기로 하고 금융 유관기관과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도 별도로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미 지역으로 이전한 기관부터 지역 금융·산업 생태계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 “건물만 옮기고 돈의 흐름 안 바꾸면 지역에 도움 안 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정무위 국감을 통해 부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여유 자금 운용 실태를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공공기관 지역 이전의 핵심 명분은 지역 경제 활성화”라며 “부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이러한 핵심 명분에 부응할 만큼 지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 이전 공공기관 9곳의 지난해 총 예치금은 7조 720억원이다. 이 중 부산은행 예치금은 1조 546억원으로 전체의 14.9%에 그쳤다. 특히 박 의원은 주금공이 이들 기관의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들며 “왜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거래에는 이렇게 소홀한가”라고 따졌다.
박 의원은 지방은행을 지역 경제의 ‘모세혈관’에 비유하며 지역에서 발생한 자금이 역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상인과 중소기업 등에 다시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을 근거로 지방은행의 대출 확대가 지역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에 유의미하게 기여한다는 점도 들었다.
자금 예치기관 선정 방식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기관들이 같은 금리를 제공할 경우 주금공은 과거 거래 실적을 보고 캠코는 선착순으로 하고 있다”며 “지역으로 이전한 금융 공기업이 금리가 같을 경우 지역 경제 기여도를 무시하고 예치기관을 선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 공공기관운영법과 혁신도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항목에 소재 지역 경제 발전 기여도와 해당 지역 금융기관 이용 실적을 반영하고, 여유 자금을 이전 지역에 본점을 둔 은행에 예치하도록 노력 의무도 부과했다. 지방은행 이용을 강제하는 방식은 아니고 기금의 수익성을 고려하면서도 지역 경제 기여도를 경영평가와 연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간판만 지역으로 이전해 놓고 수조원이 넘는 운용 자금을 여전히 수도권 시중은행에 예치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 명분과 배치된다. 건물만 옮기고 돈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지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금 예치기관 선정 지침을 고쳐 일시 여유 자금을 지방은행에 예치하고 입찰 동점시 지역 금융기관에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경환 주금공 사장은 “공공기관 지역 이전의 가장 큰 기대 효과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저희도 그런 목표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부산은행과 상생펀드를 조성해 무이자로 올해 225억원을 지원했고 지난해에도 200억원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에 직접 대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답했다.
김 사장은 이어 “예치기관을 선정할 때 제시금리가 높은 게 1순위이고 금리가 같으면 평가 등급을 따진다”며 “관련 법안이 마련되면 지방은행 거래를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 “보금자리론 지역 몫 줄어”…주금공 “비수도권 비중 높이겠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보금자리론의 비수도권 공급 비중 감소를 짚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금액 기준 보금자리론의 비수도권 공급 비중은 2024년 56.1%에서 지난해 53.7%, 올해 1~8월 46.5%로 떨어졌다. 2년 사이 9.6%포인트 하락했다. 건수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9.7%포인트 낮아졌고 경남의 공급 비중도 지난해 5.6%에서 올해 4.9%로 줄었다.
박 의원은 “이 문제가 작년 국감에서도 지적됐는데 1년 동안 지역 몫이 더 줄었다”며 “보금자리론도 지역 우대금리 등 실질적인 우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경환 주금공 사장은 “미래보금자리론에서는 지역 우대금리를 40bp, 0.4%포인트 적용할 생각이고 현행 제도에서도 지역 미분양 주택을 구매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20bp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며 “수도권 주택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늘면서 보금자리론 수요도 수도권에서 많이 늘었고 민간은행 금리 상승으로 보금자리론의 금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수도권에서 더 많은 자금 수요가 발생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비수도권 지역의 대출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 “정책 판단과 재원이 따로”…신보 50년 된 구조 손질 주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립 50년을 맞은 신보의 법적·조직적 구조를 현재 정책금융 환경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신보가 신용보증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유동화보증과 보증연계투자, 팩토링, 여러 부처 위탁 사업까지 맡고 있다”며 “그런데 신보법 제4조는 기금을 법인으로 하고 있다. 돈주머니인 기금과 기관이 하나의 기금법인 구조로 돼 있다 보니 새로운 사업을 맡을 때마다 기금 업무인지 기관 업무인지, 기금운용계획에 넣어야 하는지, 위탁 사업을 할 근거가 있는지 논란이 반복돼왔다”고 짚었다.
이어 업무 감독과 정부 출연 예산 편성, 국회 심의 체계도 나뉘어 있다며 “정책금융을 신속하게 가동해야 하는데 정책 판단과 재원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보에서도 기금과 기관을 분리하는 방향의 법률안이 제출된 점을 거론하며 “신보법도 함께 정비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강승준 신보 이사장은 “의원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앞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 “부동산보다 기업, 실적보다 기술 투자가 생산적”
산중위 국감에서는 기보의 재원을 늘려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점을 언급하며 금융의 역할부터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금융이 중요하다. 생산적으로 시장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며 “부동산보다 기업에 투자하는 게 생산적이고 융자보다 투자가, 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이, 실적 투자보다 기술 투자가 더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가 금융을 몰랐기 때문에 폭력 혁명을 한 것”이라며 “금융을 알았다면 자본론 4권, 5권에 금융 분야가 새로 생겨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기술 투자를 하는 대한민국 대표 기관이 기보인데 지난 20년 동안 이 중요한 생산적 금융의 수단인 기술 투자 기관의 재원이 제자리걸음”이라며 “기본 재산은 오히려 줄었고 법정출연금은 늘었지만 신보에 비해 증가 폭이 작다. 출연요율도 2007년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위변제 증가율을 비교하며 기보가 기술 기업 지원 과정에서 더 큰 위험을 부담하고 있는데 재원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산적 금융으로 빨리 가야 한다. 대통령은 생산적 금융으로 가자고 하는데 기보가 5000억원을 요구했더니 500억원으로 줄었고, 금융위에서는 출연요율을 올리기 어렵다고 한다”며 “중기부 장관과 논리를 잘 만들어 설득해야 대통령의 생산적 금융 국정과제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현재 0.135%인 출연요율을 0.2%까지 올려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내놨다. 김 의원은 “0.2%까지 올리면 한 3000억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는데 그 정도는 늘어나야 현장의 기술 투자 수요자들이 ‘대한민국이 담보나 실적이 아니라 기술에 투자해주는구나’라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형택 기보 이사장은 “의원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며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혁명 등 기술이 급변하는 시점에 미래 성장과 안정을 위해 기술 투자가 핵심이라고 본다. 이 부분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기술거래소 다시 세워야”…기보 “예산 신청, 실질적 조치”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기술 거래 시장 확대에 맞춰 한국기술거래소와 같은 전담 체계를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한국기술거래소가 2009년 폐지된 이후 기술 거래 시장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기술 거래 건수가 2009년 3400건에서 2024년 1만 1587건으로 늘었고 기술료 수입도 1017억원에서 2781억원으로 증가했다”며 “기술 거래 기반이 넓어진 만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기술거래소를 다시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기술 거래 시장 성장 사례를 들며 “우리도 기술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형택 기보 이사장은 “의원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며 “기보가 기술 수요와 금융을 직접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적의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거래 활성화는 인수합병(M&A)과 기업승계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미 예산을 신청해 기술거래소 설립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들어갔다”며 기보의 금융·보증 역량을 활용해 기술 거래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 “커버드본드, 해외 장기 자금 연결하는 조달 수단으로”
정무위에서는 주택금융의 조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국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려면 커버드본드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은 장기로 해주고 있지만 자금은 단기로 조달하고 있다”며 “은행이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커버드본드는 유럽 등에서는 상당히 인기 있는 장기 상품인데 국내 시장은 너무 협소하고 성장이 안 돼 있다”며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자금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의 장기 투자 자금을 적극적으로 끌어오고 국내 은행의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을 확대해야 한다”며 “해외 발행에 필요한 신용 보강과 해외 투자자 유치 체계를 만들고 커버드본드 재유동화 등을 통해 유통 시장을 키워야 한다. 단순히 국내 채권 상품 하나를 늘리는 데 머물지 말고 해외 장기 자금을 국내 주택금융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조달금융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환 주금공 사장은 “현재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주금공이 유일하다”며 “민간에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늘릴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해 혁신금융상품으로 민간은행 발행 커버드본드에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발행의 경우 공사법이 개정되면 시중은행과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 추가 이전 논의 속 “이미 내려간 기관 역할부터”
이날 국감에서 지역 경제 기여 문제가 부각된 배경에는 정부의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공공기관 추가 이전 논의가 있다.
정부는 금융위를 포함한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등 44곳을 내년부터 세종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전 대상은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 유관기관과 공공기관의 거취는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기관 이전이 수도권 과밀 완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친 효과를 뚜렷한 수치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을 설명하면서 기존 이전 이후 분산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보여주는 명확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앞으로 어느 기관을 어느 지역으로 옮길지를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지역으로 내려간 공공기관의 자금과 정책이 실제 지역 경제로 연결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금공의 지역 금융기관 이용과 비수도권 정책금융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기보가 지역 기술 기업에 공급할 생산적 금융의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도 마찬가지다.
◇ “IBK기업銀 장기연체 3년 반 만에 6배로…부실 굳기 전 관리해야”
정책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을 두고는 자금 공급 이후 부실 관리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정무위 국감 외 별도로 나왔다.
박성훈 의원이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1년 이상 연체된 금액은 2022년 942억원에서 2023년 960억원, 2024년 2469억원, 지난해 4222억원, 올해 7월 5678억원으로 늘었다. 3년 반 만에 약 6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년 이상 연체 차주는 237곳에서 1908곳으로 8배 이상 불어났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 연체액도 2022년 440억원에서 올해 7월 5237억원으로 약 12배 늘었고,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연체액은 1442억원에서 7895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7월 기준 6개월 이상 연체액은 1조 915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대출 연체액 2조 9590억원의 36.9%를 차지했다. 전체 연체액도 같은 기간 7363억원에서 2조 9590억원으로 약 4배 증가했고 연체율은 0.34%에서 1.10%로 0.76%포인트 올랐다.
박 의원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넘어 장기 부실로 굳어지는 징후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며 “대출 공급 실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연체가 장기 부실로 굳기 전에 정상화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고, 회생 가능 기업에 대한 맞춤형 관리와 부실 예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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