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올해 1분기 디램(DRAM) 계약가가 전분기 대비 90~95% 급등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제조원가 상승이라는 새로운 가격 인상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괸측이 나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디램 계약가는 당초 전망치(전분기 대비 55~60%)에서 90~95%로 상향 조정됐다. PC 디램은 100% 이상 상승이 전망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직전 분기(2025년 4분기) 디램 계약가 상승률이 8~13%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분기 만에 상승 폭이 7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서버 디램도 60% 이상, 낸드(NAND) 플래시는 기존 33~38%에서 55~60%로 상향됐다. 클라이언트 SSD는 전분기 대비 40% 이상 상승으로 낸드 제품 중 최대 폭을 기록했다.
근본적인 배경은 AI 서버 수요 급증에 따른 DDR5 용량 잠식이다. HBM3e 주문 증가와 사양 업그레이드로 범용 디램 생산 여력이 줄었고, 한국 공급사들은 가격 협상을 전략적으로 지연하며 마진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HBM3e 가격도 기존 하락 전망을 번복하고 상승 전환했다고 밝혔다. OEM 측에서도 가격 인상에 대비한 단기 수요가 늘면서 재고 수준이 오히려 하락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유가 급등이 원가 측면에서 새로운 상승 압력으로 가세하고 있다.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브렌트유가 배럴당 66달러에서 한때 120달러 근처까지 치솟았다. 휴전 논의가 나오면서 하락하기는 했으나, 전쟁 발발 전 대비 4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해협 통과 물량 급감을 역사상 최대 공급 차질로 평가하며, 3월 글로벌 석유 공급이 하루 8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 유가 상승이 반도체 제조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반도체장비재료국제협회(SEMI)에 따르면 대형 반도체 팹은 시간당 100MW를 소비하며, 이는 약 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맥킨지는 팹 운영비에서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지역 전기요금 수준에 따라 5~30%로 분석했으며, 대형 팹의 연간 전기요금은 최대 2500만달러(약 3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만·중국은 각각 30%, 최대 70%의 전력 보조금을 팹에 제공하고 있으며, 유럽은 미국 대비 에너지 가격이 2~3배 높다. 유가 상승의 원가 부담이 지역별로 비대칭적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디램 특화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사진: SK하이닉스]
◆메모리 가격 하방 경직성 강화…하반기가 분수령
한국 팹의 경우 정부 보조금 수준이 대만·중국보다 낮아 에너지 비용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그래서 동시에 이는 메모리 공급사 입장에서 보면 가격 인상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게다가 한국은 LNG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이 2~3개월 시차를 두고 산업용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구조라 더 영향이 크다. 전력비 외에도 특수가스·화학소재의 물류비가 유가에 연동돼 제조원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부족으로 이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제조원가까지 올라가면 공급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 결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공급사는 가격 협상력은 더 강해지는 반면, 서버·PC OEM 기업들은 부품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디램 스팟가격이 계약가를 웃돌고 있어 2분기 추가 인상 여력이 남아 있다. 2분기 가격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은 관망세가 지배적이지만, 스팟가격이 계약가 상단을 지지하는 만큼 하락 전환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유가 상승의 지속 기간이다. 단기 충격에 그치면 원가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고유가가 이어질 경우 전력비 인상이 본격 반영되면서 메모리 가격의 구조적 상승 국면이 연장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견인 상승과 원가 견인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례적 국면"이라며 "AI 서버용 HBM과 DDR5 수요가 범용 디램 생산 여력을 계속 잠식하고 있는 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전력비·물류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원가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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