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학령인구 변화 일부 반영’ 등 개편 추진
교육계, 예산계획 사실상 불가능…“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이대로 괜찮나
(상) 교부금과 경남교육
(중)학생 줄어도 교육수요는 늘어
(하)대안은
이재명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기획예산처가 교육교부금 개편과 관련해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방식이 아닌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일부 반영하는 구체안을 교육부에 전달했습니다. 관련법에 따라 내국세 수입의 20.79%가 자동으로 배정돼, 학령인구가 줄어도 교육교부금은 늘어나는 점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 등을 내세웠습니다. 정부는 이렇게 마련한 예산을 고등교육, 평생교육, 유아교육에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동안 교육교부금 관련 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개편 관련 산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교육계 안팎에서 받아들이는 강도는 여느 때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국 시·도교육청 예산에서 교육교부금이 70~80%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예산은 곧 정책이자, 아이들 미래와 직결됩니다. 30만 명이 넘는 경남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 자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문제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세 차례에 걸쳐 교육교부금 개편을 둘러싼 문제를 진단해보고자 합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사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7월 22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교육재정개편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교육교부금의 시작은 약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12월 제정된 ‘의무교육재정교부금법’이 출발이었다. 이후 1963년 말 ‘지방교육교부세법’ 제정, 1971년 ‘의무교육재정교부금법’과 ‘지방교육교부세법’을 통합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지금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 골격이 완성됐다.
교육교부금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긴 역사만큼이나 개정도 잦았다. 1982년 내국세 교부율 부활과 교육세 교부금 재원 편입을 규정한 개정과 1990년 12월 공립 중등교원 봉급교부금 폐지와 교육세 지방교육양여금 전환하는 개정도 있었다. 내국세 교부율을 11.8%에서 13.0%로 인상하고 의무교육기관 교원수당의 봉급교부금 포함을 규정한 2000년 1월 개정을 비롯해 2004년 12월엔 의무교육기관 교원 봉급교부금과 증액교부금 경상교부금 통합, 교육세 교부금 재편입을 규정한 개정도 있었다. 현행처럼 내국세 교부율을 20.79%로 인상하는 법률안이 개정된 것은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교육교부금 변화는 교육 변화로도 이어졌다. 2002년 중학교 무상교육, 2019년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가능했다.
경남교육청 얼마나 받나
교육교부금은 국가가 거둬들이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와 연동돼 있다. 경제 상황이 바뀔 때마다 교부금도 같이 움직인다. 세수는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에 따라 꾸준히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경남교육청은 적을 땐 4조 6000억 원, 많을 땐 6조 1000억 원을 교부금으로 받았다.
경제적 요인 뿐만아니라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받는다. 재정경제부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는 2022년 기업 투자 촉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법인세 전 구간 세율을 1%포인트 내렸다. 이 탓에 법인세 수입은 대폭 감소했다. 2022년 103조 6000억 원에서 2023년 80조 4000억 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 62조 5000억 원까지 곤두박질했다. 2025년 법인세는 84조 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0조 원 넘게 늘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 첫해 수준에도 못 미친다. 윤석열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도 높여 세수 감소를 부채질 했다. 소득세는 윤석열 정부 첫해 128조 7000억원에서 2023년과 2024년 110조 원대로 줄었다. 그러다 2025년 130조 50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경제 규모가 확대된 점 등을 고려하면 후퇴한 것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경남교육에도 직격탄이 되어 날아들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2023~2025년 3년간 연도말에 교육교부금이 감액(2023년 8627억, 2024년 3269억, 2025년 1256억원)됐다. 이 탓에 지출 구조조정 등 세출예산을 감액고도 부족한 세입재원은 기금으로 충당했지만, 예산 부족을 겪었다. 급기야 올해 본예산에서 시설사업비, 교육사업비 예산 규모를 줄이고, 인건비 1280억 원도 편성하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한다고 미래투자도 줄이나
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2026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교육교부금 개편 즉각 중단’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교부금 개편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교부금 산식에 ‘학령인구 변화를 일부 반영’하게 된다. ‘일부’라는 안심용 문구가 있지만, 교육계는 크게 우려한다. 최근 혼인과 출산 증가 등으로 올해 출생률이 반등세를 보이지만,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교부금에 반영할 경상성장률도 한계가 있다. ‘천년만년’ 반도체 호황 등으로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경남교육청 ‘2021~2030년 초·중·고등학교 학생수 현황’을 보면 어두운 전망은 더욱 확실해진다. 자료를 보면 경남 도내 초등학생은 2021년 19만 480명에서 2030년 10만 7466명으로 8만 명 넘는 학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중학생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9만 4462명에서 8만 726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고등학생은 8만 6343명에서 8만 8267명으로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육청 예산담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정부에서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박점숙 경남교육청 예산담당 총괄은 “내국세의 20.79% 기준이 있을 때 들어올 예산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며 “개편안 대로 학령인구 감소폭을 그대로 반영하면 경남교육청은 내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세입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육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학교가 맡는 역할은 오히려 늘고 있다. 늘봄학교와 유보통합, 학생맞춤통합지원, 고교학점제, 다문화·특수교육 등 새로운 책무가 교육청으로 넘어왔다.
권순기 교육감은 지난달 29일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여해 “시·도교육청에 책무를 확대해 놓고 재정을 삭감하겠다는 정책”이라며 정부 개편안을 비판했다.
/민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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