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에 대해 잘 알면 나한테도 좀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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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나 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데이터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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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알고리듬이 나의 모순적인 면모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는 유튜브 피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는 먹방을 하염없이 보다 급작스레 보디 프로필 여정을 검색하고, AI 앱 하나로 인생역전한 사람의 이야기를 24초쯤 보다가 갑자기 억만장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뉴스를 클릭한다. 쓰레기집을 청소해주는 업체의 영상을 연달아 재생하다가도 “너무 깔끔 떨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제목에도 눌러본다. 그리고 그런 모든 모순적인 선택이 또다시 알고리듬의 재료가 된다.
유튜브 알고리듬 같은 AI 모델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정의한 여러 기준들을 매개변수로 활용한다. 내가 무엇을 오래 봤는지, 무엇을 지나쳤는지, 어떤 색과 단어, 장면 앞에서 멈췄는지 같은 수많은 신호들이 숫자로 변환된다. 그리고 각 매개변수에는 저마다의 가중치가 부여된다. 어떤 행동은 별 의미 없는 우연으로 처리되고, 어떤 행동은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좋아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그렇게 쌓인 매개변수와 가중치의 조합이 플랫폼 안에서의 ‘나’가 된다.
가끔은 거대 플랫폼들이 나에 대한 매개변수와 가중치를 좀 공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계산을 했길래 내가 이런 고양이 쇼츠를 클릭할 것이라고 예측한 걸까. 물론 고양이는 무척 귀여웠지만. 또 어떤 근거로 이런 디자인의 티셔츠를 내가 살 거라고 판단한 걸까. 물론 예뻐서 클릭해 보긴 했지만.
MBTI 성격 테스트보다 수백만배 더 정확하게 나를 잘 알고 있으면서, 뭔가 팔아서 이득 볼 생각만 하지 말고 정말 도움이 되는 조언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오늘 너의 스크롤 패턴을 살펴보니 반응 속도가 많이 느려지고 유머 취향도 촌스러워진 것이 삶이 힘든가 보구나” 아니면 “최근 클릭한 음식들을 보아 하니 혈당 관리도 좀 해야겠구나” 이런 식으로 알맞은 조언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용자가 심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포착해 뭔가 지출하겠지 하면서 희번덕거리며 광고 보여주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나를 오래 함께할 고객으로 삼을 생각을 하고 케어도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나를 너무 잘 아는 척하면 확 빈정이 상한다. 플랫폼이 과도하게 정확한 예측을 하기 시작하면 사용자들은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일부러 상관없는 랜덤 아이템을 끼워 넣는다고 한다. 감시받는다는 느낌, “네가 뭔데 날 아는 척이야?”라는 반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나는 언어모델에 개인정보를 최대한 안 주고 개인적인 얘기도 하지 않는 편인데도 지난 작업 데이터 때문에 넘겨짚으며 아는 척하는 챗봇이 얄미워서 몇달에 한 번씩 리셋하고 기억을 몽땅 지운다. 그러고는 이렇게 나에게 완벽하게 안 맞춰주고 케어 안 해준다는 식의 칼럼을 쓰고 있다. 기억해서 챙겨주면 챙겨준다고 난리고, 최신 데이터로 정직하게 광고만 보여주면 알아서 케어 안 해준다고 불평한다. 인간이란 이렇게 맞춰주기 어려운 존재다.
그래도 보고 싶지 않은가. 나라는 사람의 취향, 기분, 그 모든 것을 수많은 매개변수와 가중치화해 모델로 만든 것을 유리 상자에 예쁘게 넣어주면 내가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 답답할 때 디버깅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또 나를 다 안다는 듯이 넘겨짚고 조언을 하면 비뚤어질 것 같다. 사람이 그렇게 복잡하다.
주한나 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데이터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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