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재 적재·대형차 투입하기도
미국산 냉장육 대신 냉동육 확대
운송 효율 높여 물류비 절감
[아시아타임즈=이동욱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유통업계가 공급망과 물류 전략 전반을 재편하는 ‘비상 대응’에 나섰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자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상품 구성, 수입선, 배송 방식까지 전방위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고객이 미국산 냉동육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기업들은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상품 소싱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수입 축산물 시장에서는 가격이 급등한 미국산 냉장육 대신 과거 저가 시기에 확보한 냉동육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환율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기존 미주·대양주 중심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아일랜드산 소고기를 도입하며 원가 방어에 나섰다.
수산물 시장도 비슷하다. 환율과 물류비 상승으로 가격이 25% 이상 오른 노르웨이산 고등어 대신, 절반 수준 가격의 칠레산 태평양 참고등어가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다. 과일 역시 고환율 영향을 줄이기 위해 냉동 제품 비중을 늘리고,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일부 유통사는 호주 달러로 거래 가능한 망고 물량을 확대하거나 노르웨이산 연어 결제를 달러에서 현지 통화로 전환하는 ‘환 헤지’ 전략을 택했다.
물류 전략도 크게 달라졌다. 대형마트는 차량 적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품목을 섞어 싣는 ‘혼재 적재’를 검토하고 소형 차량 여러 대 대신 대형 차량을 활용해 운행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운송비 절감에 나섰다. 점포 진열 편의보다 물류비 절감이 우선순위로 바뀐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 역시 배송 구조를 손보고 있다. 기존에는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단 경로를 택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주문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는 ‘묶음 배송’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경로 최적화 기술을 도입하며 연료 소모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 여파는 산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조업에 투입되는 연료비가 수익을 초과하자 어획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수산물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이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재계약이나 운임 조정 과정에서 비용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