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고립 사회, 연결을 묻다②] 1인 가구 홀린 '감튀'… '느슨한 연결'의 시...

서울 근교에서 AI 개발자로 일하는 그는 "직장과 집을 오가는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평일 저녁에 할 일이 없어 심심했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튀...

[고립 사회, 연결을 묻다②] 1인 가구 홀린 '감튀'… '느슨한 연결'의 시...

1인 가구 사이에서 감자튀김 모임, 경찰과 도둑 게임 등 새로운 방식의 관계망 형성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혼삶'(혼자 사는 삶)이 보편화된 시대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고독사, 은둔 청년 등 '고립'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부상했다. 이는 더 이상 일부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사회적 연결망 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만으로 관계를 복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느슨한 연대'가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필요할 때 연결되는 유연한 관계망으로, 1인 가구 시대 새로운 사회적 연결 가능성을 보여준다. [1코노미뉴스]는 이번 기획을 통해 고립의 현실과 변화하는 관계의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사회적 연결의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보다, 필요할 때 가볍게 만나고 부담 없이 흩어지는 '느슨한 연결'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시간과 감정의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에 더해, SNS와 지역 기반 플랫폼의 발달로 언제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청년 고립·은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공공기관이 아닌 당근마켓에서 모임을 찾고 있다. 감자튀김을 함께 먹는 '감튀 모임', 경찰과 도둑 게임 '경도', 그리고 독서·글쓰기 모임까지. 형식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깊은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고 참여와 이탈이 자유로운 구조라는 점이다.

◇ "심심해서 나왔다"…감자튀김으로 이어진 연결

감자튀김을 각자 시켜 한곳에 모아 함께 먹은 뒤 빈 쟁반을 찍는 것까지가 모임 활동의 일환이다./ 사진 = 1코노미뉴스

평일 저녁 7시, 서울 금천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 혼자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풍경이 펼쳐졌다. 테이블 위에 감자튀김이 산처럼 쌓여 있고 이를 둘러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 처음 모임에 나온 임동환(32·가명) 씨는 이사 온 뒤 느낀 외로움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 근교에서 AI 개발자로 일하는 그는 "직장과 집을 오가는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평일 저녁에 할 일이 없어 심심했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튀 모임 외에도 당근에서 찾은 보드게임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모임장이 사비로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는데 개발자를 찾길래 재능기부로 사이트를 만들어줬다"며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어 시작했는데 소소한 재미를 찾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강서구에서 근무하는 최형석(35·가명) 씨는 '감자튀김' 자체가 참여 이유였다. 그는 "맥도날드 감튀를 가장 좋아한다. 버거킹 감튀는 밍밍해서 잘 먹지 않는다"라며 "감튀를 비교하는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SNS에서 유명해져 궁금해서 왔다. 다음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감자튀김을 찍어 먹어보고 싶다"며 웃었다.

신촌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는 김영서(30·가명) 씨 역시 "업무 적응으로 바쁜 와중에 환기가 필요했다"며 "인형뽑기 처럼 혼자 취미를 즐기던 편이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 없이 사람들과 가볍게 모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참여했다"고 말했다.

감튀 모임은 준비할 것도 지켜야 할 관계도 없다. 회비도 없고 목적도 단순하다. 내키면 오고 아니면 그만이다. 이 같은 구조가 관계 피로도를 낮추고 참여 장벽을 크게 낮춘다.

강남에서 열린 또 다른 감튀 모임은 조금 더 철저한 '거리 두기'를 보여줬다. 이 모임에는 룰이 존재한다. 참가자들은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고 당근 닉네임만 사용하며 연락처 교환도 금지된다. 최근 모임을 악용한 종교 포교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날 참여한 이민지(20대·가명) 씨는 마케팅 일을 그만둔 당일,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감자튀김 모임에 참여했다. 그는 "퇴사한 날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참여했다. 모임에 오기 전에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한강버스를 탔다.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평소 해보지 않은 일들로 하루를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수흔(30대·가명) 씨는 감튀 모임을 꾸준히 찾는 참여자로, 과거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에 감자튀김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감튀 모임 외에도 놀이공원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걸어서 구경하는 사파리가 곧 운영을 종료한다고 들어 모임원들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 이름도, 관계도 없다…순간에 집중하는 '경도'

보라매공원 풍경놀이터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 1코노미뉴스

이번엔 당근 모임 게시판을 통해 '경도(경찰과 도둑 게임)' 모임을 찾았다. 모임은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열리며, 이웃과 즉석에서 만나는 일회성 프로그램 성격이 강했다. 공지된 시간과 장소에 맞춰 도착하자 약 20여 명이 모여 있었고, 별다른 소개 없이 곧바로 게임 준비가 이어졌다.

참가자 대부분은 10대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주최자들이 간단히 게임 규칙을 설명한 뒤 바로 진행에 들어갔다. 이름이나 나이를 묻는 과정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경찰과 도둑이라는 역할만으로 관계가 형성됐다.

"경찰하실 분 모집합니다. 없으면 제가 뽑고 거부권은 없습니다. 7시 10분부터 20분까지 도둑을 잡겠습니다. 도둑끼리는 1회씩 서로를 살릴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치지 않도록 안전에 유의해 주세요"

짧은 안내가 끝나자 게임은 곧바로 시작됐다. 휴대폰 불빛을 켠 경찰들이 도둑을 쫓아 공원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펼쳐졌고, 참가자들은 행인인 척 앉아 있다가도 순식간에 붙잡히는 등 긴장감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서로에 대해 아는 정보는 전혀 없지만 역할에 몰입한 채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경도 게임이 두 차례 진행된 뒤에는 다른 놀이로 이어졌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자 참여 인원은 3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규칙 역시 기존과는 다르게 변형됐다. 술래가 보지 않는 사이 앞 사람을 밀어 움직이게 하면 탈락하는 방식과, 특정 숫자에 맞춰 빠르게 모이지 못하면 탈락하는 규칙이 추가되면서 긴장감이 더해졌다.

이후에도 게임은 '얼음땡'으로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쉴 틈 없이 뛰고 움직이며 놀이에 몰입했다.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수십 명이 진심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강한 몰입감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며 뛰다 보니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과 함께 일종의 해방감도 느껴졌다.

보라매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김유하(25) 씨는 "어릴 적 추억처럼 순수하게 뛰어 노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있어서 계속 참여하게 될 것 같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도 인원이 많아서 오히려 주목도가 덜하다 보니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경도 모임은 별도의 장비 없이 야외에서 즐길 수 있고, 참여와 이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모임 역시 7시부터 10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중간에 나가거나 새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섞였다. 게임이 끝난 뒤에도 별도의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연결은 철저히 '순간'에 머무는 것이 특징이다.

◇ 책과 글로 연결…부담 낮춘 목적형 모임

소모임 어플을 통해 모인 독서 모임 현장./ 사진 = 1코노미뉴스

목적 기반의 모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는 소모임 앱을 통해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직접 경험해봤다.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는 구조 덕분에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부담이 적고, 정답이나 평가에 대한 압박 없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참여 장벽이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박혜원(30대·가명) 씨는 한때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 자체를 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걱정과 충분히 가까워지지 않은 관계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그는 "모임에 나가면 결국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그가 다시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책'이다. 평소 독서를 즐기던 그는 책을 읽고 난 뒤 생기는 생각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독서 모임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씨는 "책 이야기를 하면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을 덜 느낄 수 있고 책에 대한 감상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책을 추천하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책을 추천한 사람이 준비한 질문을 중심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라며 "책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서로를 판단하는 기준이 줄어든 느낌이었고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민수(20대·가명) 씨 역시 독서 모임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경험했다. 그는 "혼자 있을 때는 책 읽기를 생각만 하고 실천하기 어려웠지만, 모임이라는 약속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읽게 됐다"며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상 속에서 잠깐 벗어나는 느낌이 있었고 일종의 환기처럼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글쓰기 모임원들이 카페에 모여 각자 원하는 글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고 있다./ 사진 = 1코노미뉴스

글쓰기 모임 역시 비슷하다. 최유환(30대·가명) 씨가 참여 중인 모임은 날짜가 고정돼 있지 않고 4명 정도가 모일 수 있을 때 열리는 소규모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약 한 시간 동안 주어진 주제에 맞춰 글을 쓰고 이후 서로의 글을 공유하며 간단한 의견을 나눈 뒤 모임을 마무리한다. 시, 소설, 일기, 리뷰 등 형식에는 제한이 없다.

최 씨는 "누군가와 친해져야 한다는 압박 없이 글로만 연결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친목 중심이 아니어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단체 채팅방이 없다는 점도 편안함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글쓰기나 기록에 대한 관심만 있어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고, 글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경험 자체가 가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모임을 만든 이준호(30대·가명) 씨 역시 같은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보다 글을 쓰며 느끼는 집중과 연결감이 더 중요했다"며 "친목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참여자들도 훨씬 편하게 올 수 있다. 단순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독서와 글쓰기 모임은 특정 활동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개인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사람 자체보다 활동을 매개로 연결되기 때문에 부담은 낮추고 참여의 지속성은 높이는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느슨한 연대'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1인 가구가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처럼 가족이나 직장 중심의 촘촘한 관계망이 약해진 대신, 개인의 시간과 경계를 중시하는 삶이 확산되면서 '필요할 때만 연결되는 관계'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즉,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과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완전히 고립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관계 형성에 대한 피로감과 고립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느슨한 연대는 일종의 '현실적 절충안'으로 기능한다. 친목이나 의무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고, 활동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관계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필요할 때 참여하고, 원할 때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공동체와는 다른 유연한 관계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1인 가구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연결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느슨한 연대는 강한 유대나 책임을 전제로 하지 않지만, 완전히 단절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연결을 유지하게 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개인화가 심화된 사회에서 고립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이러한 느슨한 연대가 개인의 선택에 의존한 '자발적 연결'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한계도 지적된다. 참여할 여유가 없는 이들이나 관계 형성 자체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여전히 고립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느슨한 연대가 확산되더라도 고립 문제를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구조와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박성민, 김현찬 기자]

조가영, 박성민, 김현찬 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