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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령사회정책, 그 원칙을 묻다 [세상읽기]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논의가 또다시 불거진다. 십여년째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한편에서는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 재정 부담을 줄이고 세대 간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편에서는 고령자의 이동권과 경제·사회활동에 미치는 효과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맞선다.

지하철 종로3가역에 한 노인이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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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장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논의가 또다시 불거진다. 십여년째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한편에서는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 재정 부담을 줄이고 세대 간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편에서는 고령자의 이동권과 경제·사회활동에 미치는 효과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맞선다. 어느 쪽 입장에 무게를 둘 것인가보다, 같은 논쟁이 오래 반복되는 상황을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스포츠마다 경기의 룰은 다르지만, 공정한 경쟁과 상대에 대한 존중 등과 같은 기본 원칙은 공유된다. 룰을 새로 만들거나 바꿀 때도, 그러한 원칙은 기준이 된다. 정책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연금, 의료, 돌봄 등 고령사회의 정책마다 쟁점과 해법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각 정책의 가치와 방향을 판단할 공통의 기준은 필요하다. 새로운 국가 인구전략을 논의하는 지금은 무엇을 더 하거나 바꾸기에 앞서, 여러 정책을 관통하는 기본 원칙부터 분명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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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령화는 주로 부양과 부담의 문제로 이야기되어 왔다. 물론 노년기에 소득과 건강, 돌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고령자를 보호하는 것과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보는 것은 다르다. 후자의 시선이 강해지면 노년기는 의존과 수혜의 시기로만 그려지고, 고령자가 지닌 경험과 능력, 사회적 역할의 가능성은 뒤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노년기에도 계속 일하는 삶을 바람직한 노년의 표준으로 세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넓히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삶을 더 가치 있는 노년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쉬고 싶거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은 뒤처진 존재로 보일 수 있다. 노년을 복지 재정의 부담으로만 보는 시선과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노년을 바람직하게 보는 시선은 상반되어 보인다. 그러나 노년을 경제적 가치로 재단한다는 점에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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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와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은 경제적 생산이 아니라 참여의 기회다. 여기서 참여는 경제활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일하고 배우는 것, 가족과 이웃을 돌보는 것,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 활동을 하는 것처럼 자신이 원하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회와 연결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는 의무가 아니라, 기회여야 한다.

노년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고, 나이가 들면서도 변한다. 같은 나이라도 건강과 소득, 생활환경이 다르고 일과 사회참여에 대한 의사와 역량, 보호의 필요 정도도 다르다. 한 사람의 노년기에도 건강하고 여건이 좋을 때가 있고, 질병이나 소득 상실, 돌봄의 필요가 생길 때가 있다. ‘활동하는 노인’과 ‘보호받는 노인’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참여의 가능성과 보호의 필요가 노년기 안에서도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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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정책의 원칙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노년의 참여와 보호를 함께 보장하는 것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일하고, 배우고, 관계를 맺을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소득과 주거, 의료와 돌봄 등의 영역에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참여와 보호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길어진 삶 속에서 필요할 때는 참여를, 필요할 때는 보호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노인에게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청년과 중년에게도 일하거나 사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고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또한 오늘의 청년과 중년 역시 앞으로 노년기를 살아간다. 생애 전체를 놓고 보면, 보호의 필요성과 참여의 가능성은 특정 세대나 연령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보호는 노인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라기보다, 누구나 생애의 어느 시점에 필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에 가깝다. 노년의 보호를 단순한 세대 간 비용 이전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노년의 참여는 사회적 기여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의무가 아니라, 원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이를 이유로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는 문제이다.

개별 정책마다 조건과 형편이 다르니 해법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평가할 공통의 기준은 필요하다. 참여와 보호를 함께 보장한다는 원칙이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국가 인구전략의 출발점은 이 같은 기본 원칙을 분명히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고령사회의 모습도 거기에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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