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늘린다지만 정책 불신 여전
진영 논쟁 가세에 통합 상징 흔들
박원순 언급은 명백한 2차 가해
대통령 SNS에도 브레이크 필요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과몰입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규제에 나섰다.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주의력을 붙잡고 과도한 사용을 유도한다는 우려에서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계정 생성을 제한했고, 유럽연합(EU)도 연령에 따른 이용 제한과 플랫폼의 안전장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과몰입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청소년도 청소년이지만, SNS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경계해야 할 사람은 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엑스 게시글을 크게 늘렸다.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들을 보면 이 대통령의 SNS 소통이 가져오는 플러스 효과보다는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대통령의 말은 일반 시민의 게시글과 무게가 다르다. 어떤 사안을 언급하느냐에 따라 부처가 움직이고, 정치권이 반응하며, 시장이 출렁인다. 대통령에게 SNS는 사적인 소통 수단이 아니라 사실상 공적 권력의 행사 수단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SNS에서는 국정 홍보와 정책 설명뿐 아니라 진영 내부 갈등, 상대 진영에 대한 반박, 개별 인사의 주장에 대한 논평까지 다뤄진다. 품격이 없어서 문제라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특정 진영의 논쟁에 직접 뛰어들수록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자리는 진영 대립의 한복판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논란이 된 “좌아하게”라는 표현이 “말장난” “해학과 유머”라고 했지만, 유머와 해학 같은 게 자리할 공간이 한 치도 없을 만큼 각박할뿐더러, 또 다른 정쟁의 먹잇감이 돼버리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고 박원순 시장님이 생각난다. 제게 소통과 그 수단인 SNS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분”이라고 쓴 게시글은 충격적이다. 박 전 시장의 직원 성희롱 사건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다. 그런 권력형 성범죄자를 대통령이 자신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소환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국정 지지율에서도 이런 한계가 드러난다. 지난달 기자회견 이후 소폭 반등했던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다시 하락하고 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가장 많이 꼽힌다. SNS를 통한 메시지 발신을 늘린다고 해서 국민의 불만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정책 불신은 설명이 부족해서만 생기지 않는다. 국민이 정부의 판단에 동의하지 못하거나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이 SNS 등으로 먼저 메시지를 발신하고 부처가 이에 맞춰 속도전을 벌이다 번복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게시글이 아니라 정책의 디테일을 보완하고, 의사 결정 과정을 가다듬는 일이다. 대통령이 SNS에서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고 반대 의견을 일일이 반박한다고 해서 국민의 불신이 신뢰로 바뀌진 않는다.
오히려 SNS의 구조는 대통령을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게시글을 공유하고 반대 주장을 반박하는 일이 반복되면 국민 전체의 여론을 살피기보다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확신만 강화될 수 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선택한 정보와 지지층의 반응에 갇히는 것이다.
청소년의 SNS 과몰입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대통령의 SNS 이용과 청소년의 SNS 이용을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의 구조적 위험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특히 대통령은 그 영향력이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더 엄격한 자기통제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SNS에 매달리지 않아도 국정이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SNS 사용을 개인의 자율과 판단에만 맡겨두지 말고 공적 권력의 행사라는 관점에서 사용 원칙과 필터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스크린타임 설정으로 자녀의 휴대폰을 관리한다. 이 대통령의 SNS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이주영 기획콘텐츠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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