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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칼럼] 권력의 기하학, 인천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나

인천의 하루는 분주하게 시작된다. 지하상가의 셔터가 올라가고, 오래된 골목상권에는 불이 켜진다. 산업단지의 기계음이 심장 박동처럼 울려 퍼지고, 빌딩 숲으로 수많은 직장인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리의 치열한 삶이 녹아든 화폐는 분명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인천에서 창출되었다.

[경제칼럼] 권력의 기하학, 인천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나

▲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인천의 하루는 분주하게 시작된다. 지하상가의 셔터가 올라가고, 오래된 골목상권에는 불이 켜진다. 산업단지의 기계음이 심장 박동처럼 울려 퍼지고, 빌딩 숲으로 수많은 직장인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리의 치열한 삶이 녹아든 화폐는 분명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인천에서 창출되었다. 여기서 매우 본질적이고 불편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우리가 시중은행 지점에 차곡차곡 저축한 그 돈, 지역 사회에서 매일 같이 결제되는 막대한 자본은 지금 어디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

경제지리학자 도린 매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공간적 구조를 분석하며 이른바 '권력의 기하학(Power Geometry)'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그 이론에 따르면, 공간은 고정되거나 중립적인 지리적 무대가 아니다. 자본과 정보, 그리고 사람이 쉴 새 없이 이동하는 거대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어떤 집단은 그 흐름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통제하지만, 다른 집단은 그저 흐름에 휩쓸리거나 일방적으로 종속된다. 즉 '이동성에 대한 통제력'을 누가 쥐고 있느냐가 공간 사이의 권력 불평등을 결정짓는 핵심 기제라는 것이다.

이 냉혹한 '권력의 기하학'을 인천 경제에 대입해 보면, 우리 도시가 겪고 있는 구조적 위기의 실체가 뼈아프게 드러난다. 인천은 세계적인 항만과 국제공항,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품고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자랑하는 경제 도시다. 그러나 이면에는 '자본의 역외유출'이라는 만성 질환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시민과 중소상공인들이 밤낮없이 창출한 부는 지역 사회의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골목상권을 싹 틔우는 든든한 마중물이 되지 못한다. 대신, 거대 시중은행의 파이프라인을 타고 서울을 비롯한 중앙의 거대 금융 허브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간다.

우리는 매일 인천의 자본을 생산하고 축적하는 데 기여하지만, 정작 그 자본이 어디로 향할지 결정하는 권리는 철저히 박탈당했다. 흐름의 주도자가 아니라, 중앙 집중형 금융 자본이 설계한 기하학 속의 '수동적 수용자'로 전락한 셈이다. 이것이 바로 인천 경제가 덩치를 키우면서도 시민 삶의 질 향상이나 탄탄한 지역 자본 축적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하는 근본 이유이며, 우리가 상실한 '경제 주권'의 씁쓸한 민낯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거대 금융에 철저히 종속된 채 기울어진 이 권력의 지형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단순히 정부의 예산 배정이나 교부금을 기다리거나, 외부 자본의 유치에 목을 매는 것만으로는 이 공간적 착취 구조를 깰 수 없다. 핵심은 잃어버린 '자본 흐름에 대한 통제권'을 온전히 인천 시민의 품으로 되찾아오는 데 있다.

'지역공공은행'의 설립은 가장 실천적이고 강력한 구조적 대안이다.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시중은행의 논리에서 벗어나,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민주적 통제 아래 운영되는 공공 금융망을 새롭게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지역공공은행은 쉼 없이 외부로 빠져나가던 자본의 물길을 막아 세우고, 그 돈이 인천 내에서 중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우며 지역 발전을 위해 선순환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경제적 결절점'이 될 것이다.

경제 주권의 회복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인천에서 땀 흘려 번 돈이 이웃을 살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 도시의 미래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 쓰이도록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주권자의 권리다. 도린 매시가 강조했듯, 장소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엮어내는 사회적 관계의 총체다. 중앙을 향해 일방적으로 흐르던 불평등한 자본의 기하학을 깨부수고, 시민의 연대와 공공의 신용을 바탕으로 인천만의 대안적 금융 지형을 스스로 그려나갈 때, 비로소 우리의 도시는 온전한 경제적 자립의 닻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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