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2026년 1월 5000을 넘어 6월 9386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7월 말 하루 만에 12.6% 폭락하며 5263까지 밀려나는 데는 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같은 기간 대통령 지지율도 취임 후 최고치인 67%에서 45.9%까지 함께 무너졌다. 이 반년의 롤러코스터가 남긴 진짜 메시지는 지수가 몇 포인트였는가가 아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실수를 했는가다. 실수는 주가지수를 정권의 실적 지표로 지나치게 내세운 것이다. 그 주가가 현재 정권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주식시장 활성화는 정부의 공약이다. 주가에 정치적 책임을 지려면, 정부가 주식시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하고, 거기에 허세를 얹지만 않으면 된다. 그러면 지지율은 다시 오를 것이다.
주가지수가 주식시장의 위험을 정치화했다. 올해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스피는 7000을 넘었고, 삼전닉스도 연초 대비 각각 최대 208%, 197% 올라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이 정도 수익률이면 여당의 압승은 당연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광역단체장 12 대 4에 그쳤고 서울시장마저 0.6%포인트 차로 내주며 “빛바랜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달도 안 돼 코스피가 정점 대비 44% 폭락하자 지지율은 곧바로 취임 후 최저치인 45.9%로 주저앉았다. 주식이 두세 배로 뛰어도 정치적 보상은 미미했지만, 주가가 무너지면서 처벌은 전액 청구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삼전닉스는 여전히 연초 대비 100%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고, 올해 주가 변동성도 대부분 해외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주가에 대한 기대 조정을 잘못한 것도 사실이다. 2015년 중국 정부의 실수에서 배워야 한다.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락하자 증권사를 동원해 주식을 사들이며, 약 200조원을 쏟아부어 ‘상하이종합지수 4500 회복’을 목표로 못 박았다. 그러나 8월 말까지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목표를 접으면서, 실패는 시진핑 정부 전체의 신뢰 위기로 번졌다.
증권사들이 주가지수 목표치를 계속 끌어올리며 국민의 도파민을 폭발시켰으나 그 후폭풍은 자본시장 개혁의 로드맵마저 꼬아버렸다. 연초 코스피 5000 돌파까지의 초반 상승은 이사 충실의무 강화, 이사회 독립성 강화,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정부와 민주당의 거버넌스 개혁 덕이 컸다. 반면 6월 9386까지 이어진 급등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품귀와 빅테크 인공지능(AI) 설비투자가 만든 해외발 슈퍼사이클의 결과였다. 7월 말 추락도 해외발이었다. 중국 창신메모리의 상하이 상장과 엔비디아의 오픈AI 금융 보증이 AI 거품 논란을 재점화하며 반도체주가 도미노로 무너졌고, 이에 반도체 비중이 높고 레버리지 ETF가 몰린 한국 증시가 가장 크게 흔들렸다.
지수가 꺾이자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해외가 끌어내린 주가에 대한 욕은 정부가 다 먹었고, 정작 잘한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칭찬은 사라진 채, 다음 단계 자본시장 활성화 로드맵마저 흐지부지됐다. 주식시장을 걱정한다면 물어야 할 것은 이 변동성을 어떻게 줄이느냐다. 답은 상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스튜어드십 코드 같은 거버넌스 개혁을 더 정교하게 다지는 데 있다.
금융상품의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AI 같은 기술은 실물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지만, 레버리지 ETF 같은 상품은 위험을 재배열하고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정도에 그친다. 파이를 키우지 않는다. 실제로 레버리지 ETF는 장기 투자용이 아니라 특정 종목에 대한 단기적·전술적 트레이딩 도구로 설계된 것이다. 그런데도 금융업계는 지수가 오를 때 이런 상품을 엄청난 금융혁신인 양 과장한다. 2008년의 미국 자산유동화증권, 2015년 중국의 그림자 금융처럼, 레버리지 ETF가 “뭔가 다르다”는 착각을 키우다가 하락기에 손실을 배가시켰다. 금융 신상품을 생산성 혁신처럼 과장해 정책 성패를 얹어서는 안 된다.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이것이 시스템을 얼마나 취약하게 만드는가”를 먼저 묻지 않으면, 정부는 스스로 쌓은 모래성 위에서 함께 무너진다.
주식시장을 진짜로 살리려면 거버넌스 개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믿고 들어올 토대를 만들고, 파생상품을 적절히 규제해 변동성을 관리해야 한다. 꼭 필요한 작업 대신 국민 도파민 폭발만 자극하면 큰일 난다. 도파민이 강할수록 그 이후의 금단 증상도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주식을 투기로만 치부하는 이념주의자도 싫어하지만, 허세 부리는 실용주의자는 어쩌면 더 싫어한다. 정부와 민주당이 신뢰를 되찾으려면 진중한 기본기는 깔고 가야 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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