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인 실거주 의무기한 준수로
임차인 2년 연장 거절 상황 직면
행정 규제-권리 보호 상충 사례
시장자율성·법안정성 조화 요구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공법상 규제인 토지거래허가제와 사법상 권리인 계약갱신요구권의 법적 상충은 최근 주택 시장에서 주요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핵심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해당 구역 내 주택 매수인은 지자체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택 취득 후 2년간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해야 하는 실거주 의무를 지게 된다. 정부는 거래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매수할 때 실거주 의무 이행을 한시적으로 미뤄주는 유예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유예 조치는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보장하려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계약갱신요구권과 법리적으로 상충되면서 임대차 시장과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 예기치 못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공법적 행정 규제와 사법적 권리 보호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상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계약 만료 전 1회에 한해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받는다. 임대인이 직접 실거주하려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문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인에게 부여되는 실거주 유예 조치가 기존 임차인의 최초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만 인정된다는 사실이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추가로 거주할 수 있는 2년의 연장 기간은 실거주 유예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매수인은 공법상의 실거주 의무를 기한 내에 준수하기 위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반드시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공법상 의무 이행을 위해 사법상 권리를 제한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정책적 상충은 매수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실질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 전에 마치지 못해 갱신 요구를 적법하게 거절하지 못할 경우 갈등이 본격화된다. 임대차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어 정해진 유예 기한 내에 실입주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매수인은 토지거래허가 조건 위반으로 취득가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과받게 된다. 반대로 임차인은 법적으로 보장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려 해도 매수인의 실거주 의무라는 행정적 강제력에 밀려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 채 퇴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정부가 도입한 보완책이 결과적으로 임차인의 주거 권리를 약화시키는 역설적인 결과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행정 규제와 민사 특별법의 연계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편의주의적 제도 설계에서 비롯되었다.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 유도와 실수요자의 거래 편의를 명분으로 실거주 유예라는 대안을 마련했으나, 정작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유예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현장의 혼선과 대립을 증폭시켰다. 또한 상업용 오피스텔 소유자를 유주택자로 분류해 실거주 유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불투명한 행정 내부 지침은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했다. 시장의 자율적 흐름과 사법적 권리 보호를 외면한 채, 세부적인 행정 규제에 의존하는 대책은 또 다른 시장 왜곡을 유발하고 무고한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법적 일관성을 잃고 시민의 주거권을 저해하지 않으려면,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시행 중인 임시 유예 조치나 불투명한 행정 지침은 근본적인 현장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사유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고 세입자의 법적 권리를 흔드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시장 자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완화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신규 주택 공급의 확대와 합리적인 대출 제도 정상화 등과 같은 시장 친화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법 제도가 상호 충돌하여 국민을 분쟁과 소송으로 내모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시장 자율성과 법률적 안정성을 조화롭게 존중하는 방향으로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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