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인터뷰
AI 확산 속 리더 역할·조직 운영 방식 전면 재정의
질문·방향·공감 중심 리더십으로 전환 필요
숫자 중심 경영 한계...신뢰·관계 등 보이지 않는 요소 부각
"통제 줄이고 위임 확대...기준 있는 리더십이 조직 성패 좌우"
김형철 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6일 인터뷰에서 "AI 시대 리더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진=권은주 기자]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 전반을 빠르게 파고들며 기업 경영 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AX(AI 전환)를 본격 도입하며 업무와 의사결정 구조를 재편하고 있고 개인의 일상에서도 AI 활용은 이미 일상이 됐다.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판단 영역까지 들어오면서 기업의 운영 방식은 물론 리더의 역할 자체도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이에 전규열 폴리뉴스 정치경제 본부장은 6일 김형철 교수를 만나 AI 시대 기업 리더의 역할과 조직 운영 기준 변화를 짚었다. 김형철 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리더십과 윤리를 주제로 기업 강연을 이어온 인문학 강연자이자, 베스트셀러 『철학의 힘』을 쓴 작가다. 국내 대표 인문학 강의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답을 만드는 능력은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제 리더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며 "질문과 방향,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조직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 AI 시대 리더 역할의 전환..."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자"
김형철 교수는 AI 시대 기업 리더의 역할이 '답을 제시하는 것'에서 '질문을 설계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대 철학과 경쟁률이 18대 1까지 올라간 것은 상징적 변화"라며 "답을 만드는 능력은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며 "리더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로 조직의 방향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는 리더가 지시하고 조직이 실행했다. 지금은 실무자가 문제를 가장 잘 안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라고 묻는 리더가 필요하다"며 "구성원의 생각이 조직 방향과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실행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질문은 용기에서 나온다. 리더가 먼저 묻고 듣는 태도를 보여야 조직도 질문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리더 역할의 변화도 짚으며 "리더는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설명하면 구성원은 스스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또 "AI는 속도를 만들어주지만 방향은 정해주지 않는다. 방향 없이 속도만 빠르면 조직은 더 빠르게 잘못된 길로 간다"면서 "리더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데이터는 분석할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읽지 못한다고 말한 그는 "고객의 감정과 조직의 신뢰,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사람이 읽어야 한다"며 "부품업체가 소비자 불만을 읽고 제품을 개선해 성과를 낸 사례가 이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질문을 던지고 방향을 제시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며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조직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조직 지키는 3가지 판단 원칙...원칙·우선순위·맥락의 힘
조직 운영의 판단 기준과 기업이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김 교수는 "명확한 기준과 함께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조직 운영에서 판단 기준은 원칙, 우선순위, 맥락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며 "원칙은 타협하지 않는 기준이고, 우선순위는 무엇을 먼저 둘 것인지 정하는 것이며, 맥락은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읽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세 가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리더는 상황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칙의 중요성을 존슨앤존슨 타이레놀 사건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82년 시카고에서 독극물 사건으로 7명이 사망했지만 회사는 이를 소비자 안전 문제로 판단해 3100만 병을 전량 회수했다"며 "막대한 손실에도 고객 안전 원칙을 지킨 결과 약 6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 실제 상황에서는 아무 결정도 못 한다"며 우선순위의 중요성을 짚었고, "공자는 마구간에 불이 났을 때 다른 보고보다 먼저 사람의 안전을 확인했다"며 맥락 판단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원칙만 있으면 경직되고 우선순위만 있으면 기준이 흔들리고 맥락만 보면 일관성이 무너진다"며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 판단이 단단해진다"고 강조했다.
전규열 폴리뉴스 정치경제 본부장이 6일 김형철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AI 시대 기업 리더의 역할과 조직 운영 변화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권은주 기자]
◆ "숫자 중심 경영의 한계"...리더는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야
지금 기업이 경영에서 놓치고 있는 요소에 대해서는 "기업들은 재무제표나 KPI처럼 수치로 측정되는 것에 집중한다"며 "그런데 실제로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숫자에 다 담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를 보면 우리가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전체의 약 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암흑물질처럼 보이지 않는 영역이 차지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전체 구조를 지탱한다는 점에서 조직과 닮아 있다"며 "성과 역시 눈에 보이는 일부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관계와 신뢰, 분위기가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직원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학벌이나 스펙이 아니라 팀 내 관계와 심리적 안정감이었다"며 "성과의 핵심이 개인 능력보다 관계와 환경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뢰가 무너지면 협업이 깨지고 조직 전체 효율이 떨어진다"며 "성과는 개인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관계와 협력의 질이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더는 숫자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신뢰, 관계, 분위기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를 읽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직 소통, 듣기 중심으로 바뀌어야..."설득이 아닌 공감이 조직을 움직인다"
김 교수는 조직 내 소통 방식 변화에 대해서 "듣기와 공감, 의미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직 내 소통은 세 가지로 바뀌어야 한다"며 "말하는 조직에서 듣는 조직으로, 설득에서 공감으로, 정보 전달에서 의미 공유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리더가 소통을 설명이나 지시로 생각한다. 하지만 소통은 내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구성원이 어떤 이야기를 꺼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리더가 설득하는 순간 그것은 명령으로 받아들여진다. 설명과 압박이 반복되면 결국 형식적인 동의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공감의 중요성도 짚은 그는 "공감은 상대 의견을 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그랬구나, 힘들었겠네'라는 한마디가 긴장을 풀고 신뢰를 만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조직에서 소통은 정보 전달로 끝난다. 하지만 소통은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공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 의미가 공유될 때 구성원은 스스로 움직인다"며 "결국 소통 방식의 변화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얼마나 듣고 공감하고 의미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조직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 "AI 시대 조직 운영 핵심"...'기준 있는 위임'이 성패 가른다
AI 시대 조직 운영 방식 변화에 대해 김 교수는 통제 중심에서 위임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 조직 운영의 핵심은 통제에서 위임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리더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지시하는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리더가 일일이 개입할수록 오히려 조직 속도가 떨어진다"며 "리더는 직접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위임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위임에도 기준이 필요하다"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제시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는 맡겨야 한다. 기준 없이 맡기면 결국 다시 통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에 대한 판단 문제도 짚은 그는 "최근 AI를 활용한 채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며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지만 채용 단계에서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내부 인사처럼 데이터가 축적된 영역에서는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더가 모든 것을 직접 챙기면 조직은 리더가 없을 때 멈춘다"며 "좋은 조직은 리더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제는 줄이고 위임은 늘리고, 기준은 명확히 하고 실행은 맡겨야 한다. 그 위에서 조직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AI 시대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철 교수 인터뷰 전문]
Q. AI 시대 기업 리더의 역할을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AI 시대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그것은 서울대학교 철학과 경쟁률이 18대 1까지 올라간 것이다. 해방 이후 처음이다. 반대로 컴퓨터공학과 경쟁률은 떨어졌다. 이 변화는 단순한 입시 흐름이 아니라 이제 답을 만드는 능력은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렇게 되면 사람의 역할은 달라진다. 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중요해진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리더가 방향을 정하고 답을 제시했다. 지금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조직의 방향과 결과가 달라진다.
조직 운영 방식도 바뀐다. 과거에는 리더가 지시하고 조직이 실행하는 구조였다. 지금은 실무자가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리더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라고 묻는 사람이 돼야 한다. 구성원의 생각이 조직의 방향과 맞아떨어질 때 실행력이 생긴다.
리더의 역할도 달라진다. 리더는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설명하면 구성원은 스스로 움직인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점점 의미가 없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AI는 속도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방향은 정해주지 않는다. 방향 없이 속도만 빠르면 조직은 잘못된 길로 더 빨리 간다. 그래서 리더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가 못 하는 영역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데이터는 분석할 수 있지만 고객의 감정, 조직의 신뢰, 현장의 분위기는 읽지 못한다. 실제로 부품업체가 최종 소비자의 불만까지 읽고 제품을 개선해 제안하면서 성과를 낸 사례가 있다. 이건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을 읽은 결과다.
결국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분명하다. 질문을 던지고 방향을 잡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조직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Q. 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직 운영에서 판단 기준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원칙, 우선순위 그리고 맥락이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리더는 상황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원칙이다.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기준이다. 무엇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존슨앤드존슨 타이레놀 사건이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누군가 캡슐형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하는 테러가 발생해 복용자 7명이 사망했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지만 회사는 이를 소비자 안전 문제로 판단했다.
회사는 즉시 시카고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판매 중이던 제품을 전면 회수했다. 3100만 병을 회수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다. 판단 기준은 단 하나였다. 고객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그 결과 회사는 단기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신뢰를 유지했고, 이후 안전 포장으로 제품을 개선한 뒤 약 6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을 회복했다. 원칙이 의사결정을 만들고 그 원칙이 회사를 살린 사례다.
두 번째는 우선순위다. 모든 가치가 다 중요하다고 말하면 실제 상황에서는 아무 결정도 못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먼저 둘 것인지 정해두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두는 조직이다. 직원이 먼저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조직은 충돌 상황에서도 판단이 빠르다.
세 번째는 맥락이다. 같은 원칙과 같은 규칙이라도 상황에 따라 적용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공자의 일화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온다. 마구간에 불이 났을 때 공자는 다른 보고를 묻지 않고 먼저 "사람 다친 것 없느냐"고 확인했다. 무엇을 먼저 보고 무엇을 뒤로 미루는지, 그 판단 기준이 바로 맥락이다.
이 세 가지 기준은 따로 작동하지 않는다. 원칙만 있으면 경직되고 우선순위만 있으면 기준이 흔들린다. 맥락만 보면 일관성이 무너진다.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판단이 단단해진다. 이 기준이 서 있으면 조직은 흔들리지 않는다.
Q. 지금 기업이 경영에서 놓치고 있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지금 많은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은 재무제표나 KPI처럼 수치로 측정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런데 실제로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숫자에 다 담기지 않는다.
우주를 보면 이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전체의 약 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암흑물질처럼 보이지 않는 영역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암흑물질은 우주의 구조를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기업 조직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일부일 뿐이고,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조직을 지탱한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전쟁 이후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수치화하고, 수치화되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인정했다.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는 요소를 배제한 것이 전략적 오류였다는 의미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도 이를 보여준다. 직원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학벌이나 스펙이 아니라 팀 내 관계와 심리적 안정감이었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성과를 만든다는 결론이다.
특히 신뢰는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구성원 간 신뢰가 무너지면 협업이 깨지고 조직 전체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KPI로 정확히 포착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쉽게 간과된다.
또 구성원 간 관계에서 나오는 시너지도 중요하다. 성과는 개인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관계와 협력의 질이 성과를 좌우한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개인 성과 중심으로만 조직을 평가하고 있다. 결국 많은 기업들이 눈에 보이는 일부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리더는 숫자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읽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뢰, 관계, 분위기, 심리적 안정감 같은 요소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기업 경영에서 가장 크게 놓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Q. 조직 내 소통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조직 내 소통은 세 가지로 바뀌어야 한다. 말하는 조직에서 듣는 조직으로, 설득에서 공감으로, 정보 전달에서 의미 공유로 바뀌어야 한다.
먼저 말을 줄이고 들어야 한다. 많은 리더가 소통을 설명이나 지시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소통이 아니다. 구성원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끌어내는 과정이 소통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구성원이 어떤 이야기를 꺼내느냐다.
설득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조직에서 리더가 말을 하는 순간 그건 설득이 아니라 명령으로 받아들여진다. 겉으로는 "설득됐습니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계속 설명하고 압박하면 결국 형식적인 동의만 남는다. 이건 소통이 아니라 압박이다.
그래서 공감이 중요하다. 공감은 상대 의견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하고 상황을 이해해 주는 것이다. 그 한마디로 긴장이 풀리고 신뢰가 생긴다.
이 변화는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사티아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 CEO로 취임한 이후 내부 경쟁과 갈등이 심했던 조직 문화를 '공감' 중심으로 바꿨다. 직접 현장을 돌며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조직 분위기가 바뀌고 성과도 회복됐다.
또 하나 바뀌어야 할 것은 소통의 목적이다. 많은 조직에서 소통은 정보 전달로 끝난다. 소통은 의미를 공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이걸 설명해야 한다. 조직의 목적은 수익 자체가 아니라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드는 데 있다. 이 의미가 공유될 때 구성원은 스스로 움직인다.
결국 소통 방식의 변화는 기술 문제가 아니다. 태도의 문제다. 얼마나 듣고, 얼마나 공감하고, 얼마나 의미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조직은 완전히 달라진다.
Q. AI 시대에 조직을 이끄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AI 시대 조직 운영의 핵심은 통제에서 위임으로 바뀌는 것이다. 리더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지시하는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리더가 일일이 개입할수록 오히려 조직 속도가 떨어진다. 이제 리더는 직접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위임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위임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신 어떻게 할 것인지는 맡겨야 한다. 기본적인 교육과 기준만 잡아주고 나면 실행 방식은 구성원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이게 진짜 위임이다.
많은 조직이 위임에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위임을 하기 때문이다. 기준 없이 맡기면 구성원은 월권을 하게 되고, 결국 리더는 다시 통제로 돌아간다. 이건 위임이 아니라 방임이다.
그래서 위임에는 반드시 선이 있어야 한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 기준이 있어야 조직이 흔들리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판단이다. 최근 AI를 활용한 채용이 확산됐지만 한계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조직에 들어오기 전 사람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채용 단계에서는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 반면 내부 인사처럼 데이터가 쌓인 영역에서는 활용도가 높아진다.
결국 사람을 판단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책임은 여전히 리더에게 있다. AI는 도구일 뿐이다.
또 리더는 모든 것을 직접 챙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 리더가 계속 개입하면 조직은 리더 눈치를 보게 되고, 리더가 없으면 멈추는 구조가 된다. 좋은 조직은 리더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이다. 리더가 자리를 비워도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 조직 운영의 방향은 분명하다. 통제는 줄이고 위임은 늘리고, 기준은 명확히 하고 실행은 맡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사람과 조직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담 : 전규열 폴리뉴스 부사장(경영학 박사)
사진 및 정리 : 권은주 기자
김형철 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 리더십·윤리·철학 기반 조직 운영 강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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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 『철학의 힘』 저자
- 조직 리더십·의사결정·소통 구조에 철학 접목한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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