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경제인칼럼] 신의 한 수

기술로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며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생성형 AI가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도체로 구성된 데이터센터의 서버가 가동되고, 그 과정에서...

[경제인칼럼] 신의 한 수
신경휴 한국전력 대전세종충남본부장

정확히 10년 전 오늘이다. 2016년 3월 13일, 이세돌 9단이 바둑 AI '알파고'를 상대로 값진 1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수천 개의 기보를 학습하여 수많은 경우의 수를 예측하는 괴물이었다. 이날은 4번째 경기였는데, 앞선 세 경기를 내리 패한 이세돌은 정공법으로는 이 괴물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고심 끝에 78번째 수에서, AI의 촘촘한 연산망을 뚫고 인간만의 직관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일명 '신의 한 수'로 불리는 이 착점은, 완벽한 수는 아니었다. 대신 알파고가 학습한 수많은 기보에 없는 독창적인 수였다. 논리적 알고리즘의 시각에서는 오답에 가까웠다. 난공불락이던 알파고는 이해할 수 없는 수에 처음으로 허점을 보였고, 이세돌은 5시간의 초접전 끝에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냈다. 인류의 긍지를 지켜낸 이 경기에 전 세계는 환호했다.

이 세기의 대국으로부터 3년 후, 오픈AI는 대화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Chat GPT"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다시 3년이 지난 2022년에 Chat GPT가 세상에 나왔다. 이전의 인공지능이 고성능 소프트웨어 수준이었다면, Chat GPT는 압도적인 학습능력과 언어 구사능력으로 말 그대로 '인공적인 지능'의 시대를 열었다.

그로부터 다시 3년이 지난 지금, AI 혁신의 주기는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전문가를 찾는 대신 생성형 AI에 접속하여 법률자문과 세금 컨설팅, 심지어 고민상담까지 받는다. AI가 그린 그림이 전시되고, 영상판독 AI가 전문의보다 암을 더 정확하게 발견하고,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을 AI로 합성하여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는가 하면, 10년이 걸리던 신약 설계를 AI로 3개월 만에 마치는 시대가 왔다.

세계 주요국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여 시장을 선점하고자 AI 기술과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10년 전부터 AI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온 미국과 중국은 스탠포드 대학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AI 경쟁력 지수에서 몇 년째 1, 2위를 차지하며 경쟁국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IT강국으로 불려 온 우리나라는 어떨까. AI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이나, AI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기술로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며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전력 인프라"이다. AI 산업에는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 단순 검색에는 0.3Wh의 전기가 쓰이지만 ChatGPT 검색에는 그 10배인 2.9Wh가 소요된다. 생성형 AI가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도체로 구성된 데이터센터의 서버가 가동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열을 식히는 냉각 시스템도 작동돼야 한다.

엔비디아의 젠슨황이 공급하기로 한 26만장의 GPU를 가동하려면,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GW의 전력이 필요하다.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전력망이다. 전기가 AI 산업의 혈액이라면, 전력망은 혈관과 같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막대한 전기를 현장 구석구석에 공급할 변전소와 송전선로의 확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10년 전 오늘, 이세돌 9단이 보여준 신의 한 수가 인간의 긍지를 지켜냈다면, 우리가 AI 강국에서 살아갈 10년 후를 결정짓는 '신의 한 수'는 전력인프라 적기 확충이 아닐까.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이세돌의 힘겨운 도전에 우리가 응원을 아끼지 않았듯이, 또 다른 신의 한 수에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신경휴 한국전력 대전세종충남본부장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