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구조화된 시대다. 미국과 이란의 중동 지역 군사적 충돌은 공급망 불안을 키우고 있고,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인공지능 확산은 산업 질서 자체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빨라졌고,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 주기도 눈에 띄게 짧아졌다.
그런데도 우리 대학과 출연연구소의 성과 활용 방식은 여전히 논문과 특허 중심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의 논문 양적 생산량은 세계 12위이고, 2024년 기준 PCT 출원은 세계 4위이며, 인구 규모로 환산하면 사실상 세계 1위 수준의 특허 산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 내 대학은 4년제와 전문대를 포함해 약 70~80여 개 내외로 추산되며, 2024년 기준 4년제 일반대학은 40여 개, 전문대학은 30여 개 이상이 위치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학이 밀집한 지역 중 하나다.
경기도의 특허건수는 22만9천713건으로 전국의 42.1%를 차지하고, 수원시는 2023년 1만6천781건의 특허출원을 기록한 대표적 기술도시다. 그럼에도 연구성과를 창업과 기술이전으로 연결한 성과는 OECD 국가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 30여 년간 반복적으로 지적된 한국 연구개발 체계의 구조적 한계다.
논문과 특허는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 연구성과가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되고, 시장에서 검증되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로 확장될 때 비로소 사회적 효용이 완성된다. 그 연결고리의 핵심이 스타트업이고, 그중에서도 대학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실험실창업은 기술주도 성장의 가장 직접적인 경로다. 미국은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을 창업으로 연결해 신산업을 만들고 산업 구조를 재편해 왔고, 이스라엘은 군·대학·연구기관의 기술과 인재를 창업으로 연결해 수출 경쟁력과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을 끌어올렸다. 결국 실험실창업은 기술, 자본, 인재, 시장을 연결하는 국가경쟁력의 핵심 장치다.
이제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지방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실험실창업은 중앙정부의 지원사업만으로 크지 않는다. 실제 사업화는 지역의 공간, 실증, 수요처, 자금, 인재가 결합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5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새로 선출된 역내의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대학·지자체·지역기업·투자기관이 함께하는 상설 실험실창업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시제품 제작과 테스트베드, 공공조달 연계까지 이어지는 지역 실증 프로그램을 예산사업으로 편성해야 한다. 셋째, 대학 기술창업기업을 위한 지방비 매칭형 초기펀드와 사업화 바우처를 마련해 딥테크창업의 ‘죽음의 계곡’을 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도시문제 해결 사업, 공공병원, 교통, 환경, 복지 현장을 기술 실증의 무대로 개방해 창업기업의 첫 레퍼런스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섯째, 지방의회 역시 단순 행사성 창업예산이 아니라 실증 건수, 기술이전, 후속투자, 고용창출, 지역 정착률 같은 성과지표 중심으로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특히 수원과 경기도처럼 대학과 연구인프라가 밀집한 지역은 실험실창업을 지역 성장전략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교육과 연구에만 머무는 기관이 아니라 기술이전과 창업을 통해 사회적 환원을 완성하는 기관이 되어야 하며, 지방정부는 그 과정을 지원하는 보조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택된 이들이 지역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한다면, 도로와 건물 중심의 익숙한 공약을 넘어 연구실의 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지고, 창업이 지역기업과 일자리로 확장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과학기술 혁신을 스타트업 창출로 연결하는 일이 불확실성 시대에 지역이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도 강한 성장전략이다.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새로운 청년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잠재성장을 뛰어넘는 경제성장을 이룰수 있을것이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장(겸 창업지원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