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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제산책] 국토 쏠림의 몇가지 계기들

넷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수도권 생태계 구축이다. 2000년대 이전 경기 수원, 경북 구미, 광주광역시 등 전국적으로 분산됐던 사업장을 2000년대 들어 수원-기흥-용인-화성-평택을 잇는 반도체 생태계를 경기...

[경제산책] 국토 쏠림의 몇가지 계기들

신도시 과밀·혁신도시 텅 비어

신공항 기회 놓쳐 쏠림 가속화

세종시 이전 정치 논리에 막혀

집중 폐해 결국 지속가능 위협

공간구조 다극화로 균형발전을

우리나라는 집중의 나라다. 물리적이든 비물리적이든 가리지 않고 집중을 좋아한다. 집중은 필요하며 효율과 생산성을 높인다. 그러나 도를 넘은 집중은 그 폐해가 너무 크다. 도를 넘은 집중이 위험한 이유는 생태계의 원리에 반하며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미 매우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 오죽했으면 수도를 옮기려고 하겠는가. 수도권 집중은 원인이자 결과로서 경제적·비경제적 요인이 총체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적 요인으로는 산업생산·교육·의료·비즈니스·문화·소득·자산 등 부가가치와 부의 축적, 다양성 측면에서 투자 대비 산출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즉 ‘수확체증’이라고 하는 집중의 효과가 배후에 있다.

비경제적인 요인으로는 어렸을 때 흔히 들었던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라는 속담과 같은 것들이다. 상당히 비과학적이지만 일종의 집단 무의식과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현실로 이어져왔다.

돌이켜보면 국토 쏠림을 유발한 몇가지 계기가 있었다. ‘그때 달리했더라면 국토가 지금보다는 좀더 분산됐을 텐데…’ 하는 것들이다.

첫째, 수도권 신도시 정책이다. 서울 집값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도권의 신도시 조성이 2·3기로 가면서 오히려 수도권 과밀을 초래하고 집값은 지속 상승하는 역설이 발생했다.

둘째, 지역의 혁신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한 혁신도시 정책이다. 혁신이 도시 성장의 동력이라는 점에 초점을 잘 맞췄으나, 기업이라는 생산주체와 일정 규모의 인구 메스를 간과함으로써 국토의 다극체제 형성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셋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실기다. 2008∼2009년 신공항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두고 부산과 대구가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무산된 이후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그 사이 2018년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완공돼 인천공항은 6개 주요 공항 전체 이용객의 49%, 화물수송의 87%를 점하고 있다.

넷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수도권 생태계 구축이다. 2000년대 이전 경기 수원, 경북 구미, 광주광역시 등 전국적으로 분산됐던 사업장을 2000년대 들어 수원-기흥-용인-화성-평택을 잇는 반도체 생태계를 경기 남부권에 조성했다. 기업 차원에선 합리적인 선택이나 국가 차원에선 국토의 에너지가 수도권으로 쏠리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섯째, 행정수도인 세종시가 초기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지연된 점이다. 노무현정부 이후 정부에서 강한 의지로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나 정치적 이슈로 활용되는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토 쏠림 현상은 개인의 책임문제가 아니다. 각자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 그 결과가 모두 의도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나타난 경우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은 그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에 균형발전을 정책 제1순위로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나아가려는 길에 계속 발목 잡을 것이다. 인구구조·인력생태계를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상층이 비대해지는 역피라미드 구조를 파생시키고 있다.

집중이 완화돼 국토의 공간구조가 다극화되면 양극화 같은 여러 고질적인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면서 지속가능한 국면으로 바뀔 것이다.

이덕희 한국과학기술원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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