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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부터 살려야”…이란 지도부서 고개 든 ‘종전론’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벽화 옆을 지나고 있다.

“경제부터 살려야”…이란 지도부서 고개 든 ‘종전론’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벽화 옆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

6개월째 이어진 미국과의 전쟁과 제재로 경제난이 깊어지자 이란 지도부 내에서 공개적으로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협상파가 경제 회복을 앞세워 출구전략을 촉구하면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의 노선 차이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전쟁은 어느 시점에는 끝나야 한다”며 “지금 우리의 힘과 존엄성을 보여주고 세계에 우리가 승리했으며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대미 종전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경제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어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국가에 자금 순환과 경제 성장이 없다면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전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종전 필요성을 언급한 배경에는 악화하는 경제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장기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가 겹치면서 이란 경제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리알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으로 국민의 생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압박하는 등 ‘경제적 고립’ 수위를 높이면서 이란 지도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란 내 온건파 지도자들은 경제난이 장기화할 경우 정권과 국가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경제난을 해소할 돌파구가 될 미국과의 종전 협상마저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양측은 지난 6월 단계적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달 초 협상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란이 합의를 원하면서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에는 준비돼 있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이 이란의 경제난을 지렛대로 추가 양보를 압박하고 있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이란 내부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전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추가 교전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새로운 조건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종전 협상이 막히고 내부적으로는 강경파가 버티면서 단기간에 돌파구가 마련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경제적 압박을 앞세워 추가 양보를 요구할수록 이란 역시 굴복하는 모습을 피하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경제난이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당장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란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경제난을 이용해 더 큰 양보를 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오히려 이란이 물러서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도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의 종전 신호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긴장이 오히려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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